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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마도-두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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續 선과 그림이야기 - 김현정 2009년 08월 330호
김명국 <달마도> 조선중기 17세기, 전설에 전하는 달마 선사가 동쪽으로 오는 과정은 마치 무협소설을 방불케 한다. 저 먼 천축국
(인도)에서부터 갈댓잎 하나를 타고 왔다니 말이다. 손오공의 근두운만큼이나 소설 같은 이야기이
다. 달마 조사의 도래渡來 시기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밝혀진 바가 없고, 대략 서기 520년경 앞뒤 즈
음이라고 알려져 있다. 무협소설 한 장면과 같은, 고수 중의 고수인 달마 조사와 양 무제의 만남을
잠시 구경해보고 가기로 하자. 이 두 인물의 역사적인 만남은《벽암록碧巖錄》(1125년 송대 간행된
불서로 임제종의 공안집 중 하나이다) 첫 번째 화두로 전해지고 있다.
달마 스님과 양 무제의 만남은 비유하자면 황하문명과 인더스문명의 조우遭遇쯤으로 볼 수도 있
는데, 이왕 고수들의 만남이라면 분위기를 그렇게 확대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듯하다. 양 무제는
그간의 의욕적인 불사를 떠올리며 자랑스럽게 물었다.
“짐은 즉위한 이래로 수많은 절을 짓고 경전을 출판하였으며 불교를 후원하였소. 그러면 나에게
어떤 공덕이 있겠소?”
달마 선사는 한순간도 고민하지 않고 이렇게 말하였다.
“아무 공덕이 없소(무공덕無功德).”
황제의 눈빛은 흔들렸고,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였다. 그래서 자신이 알고 있던 불교의 진리로
추궁하기 시작하였다.
달마도 _ 두번째
김현정
“그렇다면 대사께서는 무엇이 불법의 근본이 되는 성스러운 진리라고 보시오?”
달마 선사는 가볍게 대답하였다.
“너무나 분명한 것으로 성스럽다고 할 것이 없습니다(확연무성廓然無聖).”
이 말에 꼬리를 잡고 양 무제는 다시 질문했다.
“그렇다면 지금 나와 마주하고 있는 그대는 누구인가?”
달마 선사의 대답은 단 두 글자였다.
“알 수 없지요(불식不識).”
다시 한번 복기를 해보자. 이 사건의 전모는 모두 세 부분으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겠다.
공덕이 있느냐…, 없다. 성스런 진리가 무엇이냐…, 성스러울 것도 없다. 그럼 넌 누구냐…, 모른다. 세 질문에 대한 달마 선
사의 답은 모두 성의가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없다’와‘모른다’로 일관한 달마 선사는 진짜 몰랐을까. 이것은 비유컨대 청문
회에 불려나온 사람들이 모두 모르쇠로 일관할 때, 그들이 진짜 몰랐겠느냐 하는 것이다. 그들 모르쇠들은 진정 몰랐던 것이 아
니라‘난 니들의 질문에 대답할 수 없다. 왜냐, 나는 당신들과는 관점이 다르니까’하고 항변하고 있는 것일 뿐이다. 마찬가지로
달마 선사는 황제에게‘당신의 방법은 내가 알고 행했던 진리가 지향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니까 당신의 질문에 애써 답
을 해봐야 헛수고가 아니겠는가’하는 것을 이런 방식으로 이야기를 건너뛴 것일 뿐이다. 결국 이날 황하와 인더스는 서로의 머
나먼 거리를 확인한 채로 만나지 못했다. 하지만 이날의 사건은 황하와 인더스가 바다에서 만나듯 결국엔 훗날 선禪이라는 바
다의 발원지가 되었던 것으로 달마 선사가 선의 역사에 당당히 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