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호 보기


떠오르는 불교청년운동

이전 게시물 다음 게시물
해인리포트 - 편집실 1990년 11월 105호
대규모 불교행사가 잇따라 열리고 있다. 10월 22일 서울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의 제17차 세계불교도우의회(WFB) 개막식이 열려 8일간의 일정에 들어간 것을 비롯, 다음날에는 잠실 시민공원과 한강에서 연이어 3년째 연등대법회를 가졌다. 이날은 잠실 올림픽 경기장에서 남북통일축구가 거행되던 날이라 그 의미가 더 컸다는 해석이다. 남북통일을 열망하는 불교도의 상정인 10만 유등이 역시 남북통일을 위한 온 겨레의 염원이 모아져 거행되는 통일축구와의 어우러짐은 커다란 환희였다는 것이다.
WFB서울대회 개막식이 열리기 하루 전날에는 동대 만해광장에서 ꡐ제9차 전국불교청년태회 및 세계불교청년전진대회ꡑ가 있었다. 세계불교청년회(VWBY) 팰럽회장과 대한불교청년회(대불청)의 전국회원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이 대회의 주제도ꡐ세계평화와 민족통일을 향한 전진ꡑ이었다. 이보다 한 달 전(9월 23일)에는 대불청 서울지구의 청년대회가 7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ꡐ그대 청년불자여! 민족통일의 불꽃으로 타올라라ꡑ라는 주제로 동대에서 성황리에 막을 내렸었다.
불교계의 민족통일에 대한 관심과 열기가 고조되어 종단과 신행단체에서 많은 행사가 거행되고 있는 것이 최근 불교계 특징 중의 하나이다. 특히 주목할만한 것은 그동안 보수적이라고 평가받던 불교청년들이 ꡐ통일문제ꡑ 만큼은 상당히 대중적 운동으로 전개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아직까지는 청년회에 참가하고 있는 회원들이 적극적으로 요구해서라기보다는 지도부의 정책이 주요하게 작용한 결과라고 본다. 그럼에도 중요한 것은 무리없이 통일운동을 지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통일운동에 주력하는 불교청년운동
통일운동을 중심으로 한 불교청년운동의 성장은 올해 들어와서의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이미 87년 대통령선거 후 민족불교운동권이 재편되어 민족지주․통일불교운동협외회(통불협)가 탄생되고 여기에 대불청서울지구, 서울불교청년회, 대한불교청년회 등 청년회의 대거 참여는 진보적 불교운동의 방향이 민주문제 ․통일운동으로 자리잡음과 동시에 이 운동에 청년들이 주축이 되어야 하겠다는 의지와 현실의 반영이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이후 청년운동은 퉁불협과 함께 혹은 독자적으로 통일운동을 전개시켜 왔다. 올해 5월의 통일기원 도보대행진, 8․15기념 문화제 등이 대조적 예이다. 그럼 불교청년들이 주창하는 통일운동의 내용은 무엇인가.
앞의 ꡐ제9차 불청대회ꡑ 〈결의문〉과 〈7천만 겨레와 세계불교도에게 드리는 글〉을 보면 개략적이나마 이들의 주장을 알 수 있다.
ꡒ비록 체제나 이념은 달라도 남과 북의 모든 겨레가 이땅 한반도의 주인이며 하나된 민족 하나된 조국의 건설을, 자유와 평등의 나라를 세우고자 하는 이땅 모든 이들의 숭고한 사명입니다. 그리고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은 세계 평화와 인류의 번영을 위한 전진에 필수적인 과제ꡓ임을 천명하고, 이제 불교 청년들이 ꡒ하나된 민족, 하나된 조국을 위한 정진에 주인으로 나설 것ꡓ과 ꡒ더 이상 선언의 차원이 아닌 구체적인 실천으로 나아갈 것이며 이를 위해 스스로 신앙의 혁신과 전국적인 통일, 단결을 이룰것ꡓ을 결의했다. 아울러 이들은 ꡒ남
과 북의 모든 각계 각층의 자주적 교류와 민족대단결, 외세의 간섭배제ꡓ등을 원칙으로 하여 ꡒ반통일악법철폐, 군사력감축과 외국군대의 철수, 휴전협정의 평화협정으로의 이행, 핵무기 제조나 보유의 금지, 국제관계속에서 자주적인 외교정책 견지ꡓ등을 남북 당국자에게 호소했다.
1600여 년에 이르는 한국불교의 자주적 전통이 조국의 통일과 민족의 화합을 이루는 데 커다란 기여를 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는 이들은, ꡒ남과 북의 모든 불교도는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조국을 하나로 만드는 불사에 어느 누구보다도 앞장서야 하며, 특히 남과 북의 불교도가 자주적인 교류를 실현하여 분단된 민족을 잇는데 큰 힘이 될 수 있을 것ꡓ이라고 희망하고 있다.

변화 노력에 주목받는 대불청
현재 불교청년들은 대불청이라는 단일조직으로 묶여 있다. 대불청 중앙회가 활동을 거의 중단하다시피하고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성격을 지녔던 서울지역 청년단체들이 결집하여 ꡐ서울지역 불교청년단체협의회ꡑ라는 일종의 불교청년재야단체가 89년 한해 동안 활동한 적이 있긴 하다. 하지만 이 단체의 회장 배영진씨가 제 16대 대불청 회장으로 피선(89년12월)됨으로써 현재 불교청년운동은 대불청 단일조직으로 결집되어 있다고 보아도 무방할 듯 싶다.
대불청은 1920년 만해 한용운스님이 창립한 ꡐ조선불교청년회ꡑ (1925년 ꡐ조선불교청년동맹ꡑ으로 개칭)을 전신으로 한다. 3․1운동으로 확산된 대중의 독립투쟁의식과 만해스님의 지도를 바탕으로 건설된 ꡐ조선불교청년회→조선불교 청년동맹ꡑ은ꡐ불교를 통한 민족의 각성과 조국의 독립ꡑ을 위해 노력하다 일제의 탄압으로 강제 해산되어 지하비밀결사대인 ꡐ만당(卍堂)ꡑ으로 변화했었다.
1948년 조직을 재건, 활동을 다시 시작하여 1962년에는 문공부에 종교단체로 등록하고 조직을 확대하여ꡐ대한불교청년회ꡑ로 개칭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아마 신행단체 중에는 가장 오랜 역사를 강고 있는 조직인 듯하다.
현재 대불청은 전국 15개 지구(특별시, 직할시, 도) 225지회(개별 사찰 청년회)로 구성되어 있다. 대불청은 ꡐ참다운 인간, 올바른 사회, 인류 구제ꡑ를 3대 강령으로 하고 ꡐ민족의 전통을 계승하여 민족의 자존역량 함양에 기여하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통하여 청년들의 심신계발과 사회정화를 선도하여 통일조국과 불국정토 성취ꡑ를 목적으로 한다. 최고 의결기관은 중앙회임원 및 전국 지회장(사찰 청년회장)들이 주로 참여하는 대의원총회이다. 매년 1월에 열리는 정기대의원총회에서는 임기 2년의 중앙회 회장 선출과 정관의 개정, 예결산 승인 등을 의결한다.
자랑스러운 전통을 갖고 있는 대불청이 근대회 과정에서는 별 역할을 못했다는 것이 일반적 평가인 듯하다. 도리어 몇 년 전부터 독재정권에 협조하고 불교개혁 등에 소극적인 보수성향의 단체로 알려지기도 했다.
이러한 대불청이 ꡐ새로운 대불청ꡑ을 기치로 내건 현 16대 회장이 선출됨으로써 교계에 파란을 일으켰고, 이제 대불청이 무언가 변화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아직까지 첩첩산중
새로 집행부가 구성된 지 10개 월이 채 안된 이 시점에서 16대의 대불청을 평가하기에는 이른 듯싶다. 무너진 조직체계를 세우고 사무실 운영체계와 기본적인 사업을 하기에도 바빴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솔직한 고백이다. 더욱이 년 1억여 원의 예산을 세워놓고 있는 대불청으로서는 재정문제가 간단한 문제가 아닐 것은 뻔한 일이다. 지도부의 의지나 정책보다 더 중요한 것은 대중의 의식일 것이다. 과연 불교청년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또 객관적인 조직의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를 살펴보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다. 이런 시각에서 지난 9월 말 대불청과 한국불교사회연구소가 공동으로 발표한 ꡐ전국 청년회 조직실태에 대한 조사연구ꡑ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등록지회 225개 가운데 주소불명 및 변경이 25개나 되고, 그나마 배포된 200개 가운데 수거된 것은 61개에 지나지 않았다고 한다. 조사기간이 3-4개월이었음을 감안한다면 약 30%의 수거율은 매우 낮은 것으로 문제가 간단치 않음을 시사해 준다. 수거율이 높지 않아 정확도에 문제는 있으나 조사 내용을 살펴보자.
실제 활동 회원이 60명 이하인 곳이 86.9%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이 보고에 기초해 대불청 회원을 환산해보면 각 지회당 50명씩 약 200개 지회로 치면 1만 명 남짓이다. 전국 유일의 청년조직의 숫자가 이 정도임은 실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최근 2~3년간 법회참여 인원의 증감추세도 그대로(52.5%)이거나 감소했다(18.6%)가 대부분(합계 71.1%)으로, 증가했다는 곳은 28.8%에 불과했다.
현재 참여 인원도 적고, 대체로 그수가 정체되어 있다는 등의 양적인 문제에서 뿐만 아니라 질적인 면에서도 우려할 만한 조짐이 많다는 것이 이 조사를 주관한 관계자의 말이다.
예를 들면, 회원의 참여율이 가장 높은 행사는 초파일 봉축행사(47.5%), 창립기념법회(32.7%), 수련대회 및 성지순례(각 22.9%), 체육대회(21.3%) 순으로 주로 친목을 동반할 수 있는 행사에 높은 참여율을 보였다. 이에 반해 재정마련을 위한 불구 및 서적판매, 수행활동으로서의 기도법회(0%), 철야정진법회(4.9%), 불교의 체계적인 이해를 위한 기초교리강좌(1.6%) 등 실질적인 수행과 교육프로그램에는 참여율이 저조하게 나타난 것은 청년들의 지향과 관심에 문제가 있다고 분석했다.
중앙회에서 추진해야 할 사업내용 중 가장 중요하게 추진해야 할 사업으로는 교육훈련사업(67.2%), 포교홍보사업(52.4%) 조직강화(47.5%)순으로 나타났으나 불교개혁(3.2%)이나 만해기념사업(6.5%)은 매우 저조했다고 한다.
만해스님의 ꡐ불교유신과 민족자주사상ꡑ으로 대불청의 근본사상을 더욱 풍부히 하자는 현 회장의 역설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회원의 의식이다. 그런데 위의 질문에 불교의 사회적 역할 강화사업은 39.3%로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이 결과를 보면서 필자는 그동안 민중불교운동을 비롯한 진보적 불교운동의 영향이 크게 작용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동안 불교운동은 스스로의 개혁이나 혁신보다는 사회민주화․민족지주화․통일운동에 무게를 실은 결과가 아닐까 하는 것이다. 불교운동의 방향성을 심각히 재고해볼 시점이 아닌가 한다.
이런저런 상황들을 고려할 때 불교청년운동은 이제 시작 단계가 아닐까 한다. 때문에 대불청중앙회의 의욕적인 활동이 각 지회를 기본으로 지부, 지구를 강화하는 사업으로 나아가야
지, 멋있고 폼나는 행사에만 치중해서는 안될 듯싶다.
개별 청년회의 강화가 날로 불교청년운동의 승패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각 지회의 개별적이고 그런 분산적인 활동도 금물이다. 개별과 전체 지회와 중앙회의 조화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