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저는 자전거배낭여행객입니다.
저에 대해서 간단히 소개를 드리자면 서울에서 태어나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일본에서 전문학교를 마쳤습니다. 일본에 있으면서 한국에 대해서 잘 모르는 제가 가끔 부끄러울 때가 있곤 했습니다. 그래서 배낭을 메고 자전거를 타고 여행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일본 도쿄를 출발해서 나고야, 오사카, 히로시마를 거쳐 시모노세끼에, 시모노세끼에서 부산으로 배를 타고 다시 자전거를 타고 여기 해인사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약40여일 여행하며 잠은 거의 텐트에서 자고, 밥은 지어먹었습니다. 어떤 날에는 노숙을 하기도 하며, 빵으로 끼니를 때우는 어떻게 보면 힘들지만 낭만과 여유가 있는 즐거운 여행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해인사까지 오게 된 것은‘팔만대장경’이라는 세계기록문화유산 때문이었습니다. 불자는 아니지만 교과서에서 봐왔던 세계문화유산은 저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래서 부산에서부터 의령을 거쳐, 합천, 가야산에 이르는 몇 백킬로의 거리를 달려왔습니다.
그리하여 도착한 해인사, 문을 넘고 나무들을 지나, 들어오니 많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부터 일본사람, 서양사람까지.... 많은 인파를 지나 드디어 고대하던 팔만대장경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조금의 실망감을 느꼈습니다. 가까이서 볼 수 있기는커녕, 사진 한 장 찍지 못했으니 말입니다. 그냥 그렇구나 하고 팔만대장경을 뒤로 했습니다. 그렇게 해인사를 나오려는 순간, 눈에 들어 온 것이 템플스테이의 홍보물이었습니다. 여행중이었고 많은 경험을 해보고 싶었던 저로서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절에서 나를 찾는 하루를 보낸다, 왠지 낭만적인 기분까지 들었습니다. 접수까지 시간이 남아, 해인사에서 책을 읽으며 기다렸습니다. 시간이 되어, 템플스테이를 주선하고 진행한다고 하는 포교국 사무실을 찾았습니다.“어서 오세요”라고 반갑게 맞이해주셨습니다. 처음에는 포교국 누나가 제가 예약을 하고 왔다고 생각했다는데, 제가 얼마나 자연스러웠으면.... 뭐 이런 것이 여행객의 철판얼굴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접수도 하고 옷도 갈아입고 일정이 시작되었습니다. 옷은 개량한복과 비슷한 형식의 옷이었는데 평소에 생활한복을 입던 저에게는 편하고 좋았습니다. 합장에서부터 절하는 법도 배우고 발우공양도 했는데, 발우공양은 음식을 남기지 않고 물을 오염시키지도 않고 깨끗하게 설거지가 가능한 것은 여행을 하는 저로서는 좋은 정보이자 지식이었습니다.
여행을 하면서도 해 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저녁예불도 드렸습니다. 처음으로 해보는 것이어서 신선하면서도 긴장이 되었습니다. 특히 제가 기억에 남는 것은 차담회였습니다. 스님과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였는데, 텔레비전이나 신문, 인터넷 등의 언론매체에서 제가 느꼈던 불교에 대한 인상은 저와는 굉장히 먼 곳 이야기였습니다. 하지만 스님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으니 불교도 스님도 나와 그리 멀지 않은 세계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좋은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차담회는 밤늦게까지 이어졌습니다.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그날의 일정이 끝이 나고 자전거를 타고 와서 피곤했는지 금방 잠이 들 수 있었습니다.
일어나 새벽예불을 했는데, 3시 30분이라는 시간에 놀랐습니다. 조금 졸리긴 했지만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108배도 해보았는데, 등에 살짝 땀이 찰 정도로 힘이 들었습니다. 좌선을 해보는 시간에는 겨우 10분 정도 한 것 같은데 다리가 저렸던 기억도 납니다. 좌선을 하니 여행을 하면서 있었던 일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는데, 여행을 하면서도 하루를 마무리하는 이런 시간을 가져도 좋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뒤 백련암에도 다녀왔습니다. 백련암은 성철 스님께서 계셨던 곳으로 유명하다고 했는데, 산 속의 암자는 아름답고 조용했습니다. 이런 좋은 곳에서 스님은 어떤 수행을 하셨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외에도 많은 암자가 있다고 하셨는데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꼭 들러봐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또 해인사에 대한 안내도 받을 수 있었는데, 해인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니 왜 해인사가 대단하고 아름다운지, 어떤 역사가 숨어 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특히 팔만대장경이 왜 뛰어난지, 왜 그렇게 아끼고 보존해야 하는지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템플스테이가 끝이 나고 다시 한번 해인사를 둘러보았는데‘어느 하나 의미 없는 것이 없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템플스테이는 여행에서 만난 해인사와의 인연이 저에게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 수 있었던 좋은 기회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지금 오랜 역사를 가진 아름다운 해인사에서 여행에서의 피로를 자원봉사를 하며 재충전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추억을 남길 수 있게 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여행을 응원해주시고 친절하게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다시 해인사를 찾는 그날을 기약하며 글을 마칩니다. 미흡한 글이지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