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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선사창성탑과 체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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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선사 - 이근우 / 사학자 2009년 01월 323호
▲보조선사창성탑 도의스님에서 염거스님로 이어진 법은 체
징體澄으로 전해졌다. 체징스님은 가지산 보
림사에서 가지산문을 열었고, 입적한 다음에
는 보조선사普照禪師라는 시호와 창성彰聖이라
는 탑호를 받았다. 보조는 두루 비춘다는 뜻이
니 광명변조光明遍照와 통하는 말이고, 창성은
성스러움을 드러내었다는 뜻이다. 체징스님에
이르러 마침내 도의스님에서 시작된 이 땅의
선종이 꽃필 자리가 마련된 것이다. 그의 부도
를 보조선사창성탑이라고 한다.
보조선사창성탑
부도의 전체 모양은 일반적인 팔각원당형八
角圓堂形이다. 아래로부터 살펴보면 거의 원형
을 남기고 있는 팔각형으로 된 지대석地臺石
위에 파손이 심한 2단의 하대석下臺石이 올라
가 있다. 하대석의 아랫돌은 거의 형태를 알
아볼 수 없을 만큼 부서져 있고, 윗돌도 손상
이 심하기는 하지만 부분적으로 사자상이 조
각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사자는 불법
수호의 상징이다. 그래서 사자좌獅子座는 부처
가 앉는 자리를 의미하고, 일체를 감복시키는
부처의 설법을 사자후獅子吼라고 한다. 석탑이
나 석등에 사자가 등장하는 것도 불교를 수호
한다는 의미다. 그런 사자가 부도에도 등장하
고 있는 것이다. 사자가 부처의 무덤인 탑을
수호하는 것처럼, 선사의 무덤인 부도도 지키
고 있는 것이다.
그 위로 구름모양이 입체적으로 화려하게 조
각되어 있는데 이 부분을 중대석中臺石을 받는
부분 즉 중대받침이라고 한다. 구름무늬 위로
는 다시 3단의 층급層級을 두었는데 마치 무거
운 물건이 구름을 누르기라도 한 듯이 구름 속
으로 약간 파고들어간 모양을 하고 있다. 구름
위에 앉아 있는 중대석은 가운데가 다소 불룩한
모양이다. 그리고 각 면에는 아래위로 긴 안상眼
象이 두 겹으로 조각되어 있고, 안상의 가운데는
반대로 안으로 오므라들었다. 이 때문에 중대석
이 마치 푹신한 구름을 누르면서 출렁거리는 듯
한 느낌을 갖게 된다.
중대석 위로는 2단의 받침을 거쳐 연꽃으로
화려하게 장식한 상대석上臺石이 놓여있다. 연
꽃은 하늘을 올려다보는 모습으
로 두 줄로 배열되어 있는데, 연
꽃마다 다시 운당초문雲唐草文
즉 구름모양의 당초문을 새기
고 그 가운데 특이한 문양을 새
겼다. 완전한 대칭이 아니어서
의문이 남지만 보상화문寶相華
紋을 나타낸 것으로 생각된다.
연꽃 위로는 깔끔한 8각형의 평
평한 돌이 깔려있다. 판돌 위로
는 다시 탑신괴임이 있는데, 여
느 탑신괴임과는 달리 안으로
좁혀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테
를 두른 것처럼 단을 표시하고
폭은 좁히지 않았다.
사자, 안상, 연꽃 등의 화려한
장엄 위에 비로소 탑신부가 놓
인다. 앞뒤로 문모양을 조각하
고 2개의 문고리와 자물쇠를 마
련하였고, 문 옆에는 사천왕이 서 있다. 사천왕
의 조각도 대단히 세밀해서 얼굴표정까지 선
명하고, 손에 들고 있는 지물持物이나 옷주름
이나 옷매듭, 광배光背까지도 구체적으로 묘사
되어 있다.
지붕돌은 석재도 다른 부분과 다르고 다소
둔한 느낌을 준다. 그래서 다른 부분과 조화롭
지 못하다. 지붕의 경사도 염거화상부도 등 이
시대의 다른 부도와는 달리 급하고 짧다. 어쩌
면 후대에 보수한 부분일지도 모른다. 처마부
분은 얕은 2개의 단으로 처리하고 바로 서까
래를 새겼으며 지붕과 만나는 부분도 날렵하
지 않고 뭉뚝하다. 상륜부는 노반은 보이지 않
고 꽃무늬를 두른 복발覆鉢, 보륜寶輪, 보주寶
珠을 올렸다.
이 땅에 선종이 전해지면서 갑자기 화려한
꽃들이 피듯이 부도가 생겨났다. 구산 선문의
개조산나 개창조의 부도가 집중적으로 만들어
진 것이다. 또한 구산 선문의 개조들은 대부
분 마조 도일의 제자인 서당, 염관, 마곡, 남
전, 장경으로 법을 이었으므로 이 땅의 선종
은 마조 도일과 그 문하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
수 있다.
남종선의 요체
마조 도일, 서당 지장, 도의, 염거, 체징으로
이어지는 선법은 어떤 내용일까? 체징에 대한
가장 믿을만한 기록이 보조선사창성탑비가 있
지만 그의 선법에 대해서는 아주 간략하게 기
록하였을 뿐이다. 우선 비문에서는“처음 도의
대사道儀 大師가 서당西堂으로부터 심인心印을
받고 후에 우리나라(新羅)에 돌아와 그 선리禪
理를 설하였다. 그러나 당시 사람들은 경교經
敎과 습관존신習觀存神의 법을 숭상하고, 무위
임운 無爲任運의 으뜸가는 가르침에 이르지 못
하여 허탄한 이야기로 생각하고 우러러 존중하
지 않았다. 마치 달마가 양 무제와 제대로 만나
지 못한 것과 같았다. 그래서 아직 때가 이르지
않음을 알고 산림에 숨었다”고 하였다.
그렇다면 도의에서 비롯된 선법은 ‘무위임
운’이 핵심인 셈이다. 무위는 유위有爲와 짝
을 이루는 말이며, 위爲는 조작造作을 뜻하므
로, 무위는 인연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님
을 뜻한다. 따라서 없어지지 않는 영원한 존재,
또는 생주이멸生住異滅의 변화가 없는 절대적
인 진리라는 뜻으로 진여眞如와 같다. 생멸이
없고, 인과가 없는 것이 무위상無爲相이며, 불
변의 진리를 깨달은 경지를 무위라고 한다. 결
국 생사를 초월한 열반, 성불의 경지를 다른 말
로 무위라고 하는 것이다. 임운은 저절로 그러
한 것, 조작하지 않고 본래적으로 갖추어져 있
는 것이라는 뜻이다.
이는 육조 혜능의 가르침과 상통하는 것이
다. 혜능은 “무념무수無念無修”를 주장하였으
며, 무념은 “생각에 아무런 생각이 없는 것(於
念而無念)”이고“모든 경계 위에 마음이 물들
지 않는 것(於諸境上 心弗染曰無念)”이라고 하
였다. 이는 교종의 존신存神과 대극에 있는 것
이다. 무념이란 잡된 생각에 물들지 않으며 특
정한 사상事象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다. 나아
가서 혜능은“무념이무불념無念而無佛念”이라
고도 하였다. 또 혜능의 제자이자 마조 도일
의 스승인 하택荷澤 신회神會는 선종의 종지
를“무념을 으뜸으로 하고, 무작을 근본으로
하며, 진종을 몸통으로 하고, 묘유를 응용으로
한다 無念爲宗 無作爲本 眞宗爲體 妙有爲用”
고 하였다. 이렇게 보면 도의선사의‘무위임
운’이라는 말의 의미가 분명해진다.
그림 3 보조선사창성탑비억성사에 머물고
있던 염거 화상으로부터 법을 받은 체징은“
오로지 마음을 맑게 닦고 삼계를 벗어날 것을
구하여, 명으로써 명을 부정하고, 몸으로써 몸
을 부정하였다 淨修一心 求出三界 以命非命 以
軀非軀”고 한다. 또한“공을 보고 공을 떠났
고, 색을 보고 색을 부정하였다 觀空離空 見
色非色.”
신라에서 10여년간 화엄학 등을 수학한 다
음 837년에 동학인 정육貞育, 허회虛懷 등과 함
께 당으로 들어가 3년간 여러 곳을 다녔다. 그
러면서 법계法界에는 기욕嗜欲이 한결같이 같
고 성상性相이 다르지 않다는 것 알았다고 한
다. 그래서 말하기를 나의 조사(염거)께서 하
신 말씀에 덧붙일 것이 없다. 어찌 수고로이 멀
리 다니겠는가라고 하였다. 그의 법은 이미 염
거 화상으로부터 이어받은 심인으로 충분하였
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