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oss National Happiness(GNH)" - "국가총행복지수"
이전 게시물
다음 게시물
지혜의 샘 - John Park
2009년 02월 324호
국내 총생산 (GDP)은 한 나라의 성공 수준을 가
늠하는 척도로, 국가의 GDP 수치가 높을수록 그
나라의 산업수준 또한 높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100세에도 건강하다 (원제: Healthy at 100)>의
저자 존 로빈스에 의하면, 히말라야의 한 조그만
나라는 국가를 평가하는 데 완전히 다른 방법을 사
용하고 있다고 한다.
부탄1)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불교 입헌 군주제
를 택하고 있는 국가이다. 1987년 4월, 파이낸셜
타임즈는 부탄의 지그메 싱기에 왕추크 왕(Jigme
Singye Wangchuck)2)과의 인터뷰에서, 세계 최
저수준인 부탄의 경제성장에 대하여 물어봤다. 왕
은 이렇게 대답했다. “국가총행복 (GNH)이 국내
총생산 (GDP)보다 더 중요합니다.”
부탄의 국왕이 한 말은 농담이 아니었다. 싱기에
왕의 통치 하에, 부탄은 국가총행복(GNH)을 국가
의 성장률을 측정하는 공식 지표로 지정했으며, 이
어 부탄의 모든 정책들은 다음과 같은 기준에 따라
만들어졌다: 경제적 부(富)는 사회 전체에 걸쳐 공
유될 것, 문화적 전통들을 존경하며 환경을 보호할
것, 그리고 정부는 국민의 실질적인 요구에 부응할
것. 서구 경제학자들은 이 척도를 심각하게 받아들
이지 않았으나, 그 결과는 놀라웠다.
부탄은 군인보다 스님이 많은 나라다. 교통신호
등이나 쇼핑몰도 없고, 오직 국민들의 투철한 교육
열만 있을 뿐이다. 40년 전 부탄에는 공교육제도
가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도처에서 학교를 발견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1990년대 초반 90%를 넘었
던 문맹률은 현재 50%로 급감하는 등,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국민들의 수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또한, 1972년까지만 해도 공중 병원은 존재하
지 않았다. 이제 부탄의 모든 국민들은 무료로 의
료보험에 등록되며, 응급환자가 아닌 이상 환자들
은 서양식 치료를 받을 것인지 전통적인 방법의 치
료를 받을 것인지 선택할 수 있다. 또한 정부 정책
은 국민들이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는데, 출산 육아 휴가도 이에 포함된
다. 노인들은 대가족제도와 정부의 연금제도를 통
해 부양된다.
2005년, 부탄은 담배판매와 공중장소에서의 흡
연에 관해 금지령을 내린 세계 최초의 국가가 되었
다. 부탄의 국민들은 불교를 신봉하여 식량을 위
해 동물을 죽이지 않는다. 다만, 소가 자연스럽게
죽는 경우, 그들은 그 소를 요리해 먹기는 한다.
식생활은 거의 채식주의라고 할 수 있으며 그 지
방 소들로부터 만들어낸 치즈를 가끔 곁들여먹기
도 한다. 물론, 맥도날드, 버거킹, KFC, 혹은 피
자헛은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봐도 나라 전체에 단
한 군데도 없다.
아마 부탄의 국가총행복지수(GNH)에 대한 헌
신 중에서도 가장 주목해야할 점은 천연자원을 보
존하려는 아름다운 노력일 것이다. 부탄의 이웃 나
라들의 삼림지대가 눈에 띄게 줄고 있는 데 반해,
부탄은 지구상에서 원래의 우림지대를 가장 잘 유
지하고 있는 나라다.
사냥은 물론 강에서의 낚시도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 가축 방목과 벌채, 그리고 채광은 엄격하게
통제되고 제한된다. 비닐봉지 사용과 2행정 엔진
도 불법이며, 엄격하게 연료의 질을 규정하는 법
들도 있다.
원래 부탄에는 국왕을 숭배하고 경의를 표하는
국가 공휴일이 있었으나, 싱기에 왕은 그 공휴일
을 ‘삼림의 날 (Social Forestry Day)\'로 바꾼 이
후 국민들은 이제 그 날 나무를 심게 되었다. 한
편, 모든 생명을 존중하는 불교 교리와 일관되도
록, 부탄의 헌법은 인간은 물론 야생과 나무들에
게도 박탁할 수 없는 권리를 부여하도록 새로 쓰여
지고 있는 중이다.
그렇다면 이 모든 것들은 국민의 건강에 어떤 영
향을 미쳤을까? 아주 짧은 기간 동안, 부탄 국민의
평균수명은 세계 역사상 가장 빨리 증가한 경우에
속한다. 1984년 국민의 평균수명은 47세였다. 하
지만 불과 5년 후인 1998년, 평균 수명은 66년으
로 껑충 뛰었다.
부탄을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 중 하나
는, 물질적인 부나 사회적 지위보다는 우리가 인
생을 살아가면서 만들어가는 윤리적 가치들이 우
리의 건강과 행복에 더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
다. 다시 말해, 우리가 무엇을 소유하고 있느냐보
다는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우리 자신과 타인을 대
하는지가 우리를 보다 건강하고 보다 행복하게 만
들 수 있다.
평범한 시민으로 살아가면서 우리나라에 부탄과
같은 변화를 가져온다는 것은 불가능하게 느껴질
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이것만은 확실하다. 우리
는 가족 내에서 변화를 일으키고 가족의 생활을 향
상시킬 수 있다. 부탄의 이야기를 가슴에 품고, 우
리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재고해볼 수
도 있을 것이다.
명문대에 합격하고 대기업에 취직해 가능한 많
은 돈을 버는 게 인생 최고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고 말해야할까? 그렇다면 끝없는 경쟁과 타인과의
비교로 이루어진 삶이 아이들을 정말 행복하게 만
들 것인가? 이런 식으로 아이들을 키우는 것은 아
이들에게 ‘너가 누군지 말해주는 건 네 이력서 뿐
이야’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결국 그 아이들은 한
낱 정보 목록에 불과할 뿐이란 말인가?
우리가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들의 얼굴을 들
여다 볼 때, 그리고 우리가 거울에 비친 우리 모습
을 볼 때, 우리가 평화, 지혜, 그리고 행복의 징후
를 볼 수 있는가? 아니면 그 얼굴에서 우리는 스트
레스와 불안을 발견하는 것은 아닌지. 이제 만약
누군가 ‘가족 행복지수’라는 것을 개발한다면,
그것도 말이 될 듯싶다.
1) 정식명칭은 부탄왕국. 한반도 면적의 약 1/5 크기로 히
말라야의 산맥에 둘러 싸여 있다. 인도-부탄 지역을
영국이 통치하고 있었으나 인도가 1947년 독립하면서
1949년 인도에 국방과 외교관을 위임하고 독립.
2) 지그메 싱기에 왕추크 왕은 2006년 왕위를 장남인 지
그메 케사르 남기알 왕추크에게 물려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