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둡고 추운 시기 책읽기로 극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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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의 샘 - 능인 김계유 / 한학자
2009년 02월 324호
많이 읽고(多讀) 많이 쓰고(多作) 많이 생각하라(多商量).
이는 글쓰기에 대한 구양수의 지론이다. 지금의 우리에게 그 지론은 글쓰기에 관한 하나의 고전이 되어
있다. 그러나 이런 하나의 명제를 후세에 유행시키기까지 그의 학문적인 성취 과정은 오히려 험난했다.
일찍 부친을 잃고 종이와 붓 살 돈조차 마련하기 어렵던 그의 어린 시절이었다.
어린 그를 가르치기 위해 갈대를 손에 쥐고 땅에 글씨를 써가며 글공부를 시키던 어머니를 두었다는
행운이 그에게는 있었지만, 그보다도 그의 학문적인 자취는 그 자신의 학문에 대한 열정과 성실함을 빼
고 생각하기 어렵다. 그는 학문을 익히면서 필요한 것은 모조리 외워가며 익혔으며 중요한 책을 만나면
그 책을 모두 베껴쓰는 습관을 길렀다. 그것이 학문에 뜻을 두고 살았던 당시 사회의 풍토였을 수도 있
겠지만 구양수의 정진은 더욱 유별난 바가 있었음을 짐작해볼 수 있다.
그가 스무살이 됐을 때였다.
지금 하남성 낙양시의 유수 전유연 아래서 추관직에 몸을 담게 되었다. 당시 전유연은 그의 막하에 구
양수 이외에도 빼어난 문장력을 지닌 많은 문인들을 거느리고 있었다. 그 가운데 전유연은 윤사로, 사
희심, 구양수 세 막료를 지목하여 역참을 수축하는 공사에 대한 글을 한편씩 쓰라고 당부했다. 세 사람
은 전유연의 지시를 받고 글을 쓴 다음 서로 쓴 글을 바꾸어 돌려보았다.
사희심의 글은 7백여 자였고, 구양수의 글은 5백 자였으며 유사로의 글은 3백 자 밖에 되지 않았다.
글의 특징을 보면 유사로의 글은 비록 짧지만 글귀가 아름답고 서술이 명쾌했으며 구조가 매우 치밀
하였다. 윤사로의 글을 읽어본 구양수는 그에게 배우고자 술병을 갖고 찾아갔다.
밤을 새워가며 글을 쓰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구양수는 자기의 글에 대한 평을 부탁했다.
“당신이 쓴 글은 괜찮은데 격조가 좀 낮고 쓸데없는 말이 많은 것 같소.”
윤사로의 대답이었다.
구양수는 윤사로의 말을 듣고 자기의 글을 다시 고쳐 썼다.
다시 쓴 글은 윤사로보다 스무 자 가량이 적었는데 내용은 오히려 더 풍요로웠다.
윤사로는 구양수가 다시 쓴 글을 보고 놀라서 탄복하며 말했다.
“구양수의 열정은 보통이 아니야.”
앞에서 소개한 글짓기의 지론 즉 많이 읽고(多讀) 많이 쓰고(多作) 많이 생각해야(多商量) 한다는 그
의 방법론은 이런 그의 성실한 삶의 자세를 반영한 결과였다.
그뿐이었을까? 조선 태종 때의 조수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자가 향보, 호는 송월당 혹은 만취정이라 했다. 태종 때 과거에 급제하여 벼슬이 성균사예에 이르
렀다. 그는 평소 서적을 널리 보았는데 반드시 백 번씩을 읽었다. 그래서 일찍이 그는 이런 말을 했다.
“총명한 것이 많이 읽는 것만 못하다. 나는 모든 글에 있어서 반드시 백 번씩 읽었다. 이리하여 비록
늙었으나, 잊혀지지 않는다.”
어느날 비해당이 「이백집李白集」을 그에게 주었을 때였다. 조공은 그것을 받아드는 대신 손으로 배
를 문지르며 말했다.
“이 뱃속에 이태백 전집이 다 들어 있습니다.”
몽구에는 다음과 같은 또 하나의 일화도 실려 있다.
「초국선현전」에 실린 내용을 채록한 것으로 손경에 관한 기록이다. 그는 자가 문보文寶였다. 항상 책
을 읽을 때면 그는 정신을 집중하고자 문을 걸어 잠그는 버릇이 있었다. 그리고 졸음을 막기 위해 목에
끈을 매고 그 끈을 다시 대들보에 걸어 놓았다.
이런 그를 사람들은 문을 닫고 책을 즐겨 읽는다고 하여‘폐호선생閉戶先生’이라고 일컬었다.
도대체 무엇을 위한 책읽기며 무엇을 위한 학문에의 열정일까?
고려 시대의 박의중은 공민왕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경연을 앞두고 공민왕이
“나는 나이가 이미 늙어 가니, 비록 성인의 경전을 읽는다 해도 유익함이 없을 것 같다.”
고 하였다.
박의중은 진晉나라 평공平公 때 사광師曠의 예를 인용하여 임금의 생각이 잘못되어 있음을 분명하게
지적한다.
“소년 때 학문을 좋아함은 해가 뜨는 것 같고, 어른이 되어서 학문을 좋아함은 해가 빛나는 것과 같
으며, 늙어서 학문을 좋아함은 촛불의 밝음과 같으니, 촛불을 밝히고 다니는 것과 어두움 속에 다니는
것 중에 어느 것이 낫겠습니까?”
이 밖에 달리 무슨 설명을 필요로 할까? 어둡고 춥게 느껴지는 요즈음 그 어둠과 추위를 이기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혹 책읽기는 아닐까?
삶의 본질적인 가치와 의미를 일깨워주는 책읽기!
바로 거기에서 우리는 지금 이 시대 우리의 어려움을 이겨 나가는 지혜를 끌어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