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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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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자의 향기 - 경성 2009년 02월 324호
겨울의 한복판입니다. 삼한사온三寒四溫이니, 온난화溫暖化의 기상이변氣象異變이니 하는 말이 무색하리만치 연일 동장군이 맹위를 떨치고 있습니다.
뼈 속까지 춥다고 형용하는 실감을 온몸으로 느끼게 하는 혹독한 산중의 겨울입니다.
게다가 경제한파經濟寒波라고 하는 지구촌을 흔들어 대는 막강한 동장군까지 합세하니 산중의 추위쯤은 비교될 수 없을 만큼 험난하고 매서운 시절입니다.
겨울 산은 온통 적막하고 쓸쓸하여, 살아 숨쉰다는 움직임이나 느낌을 찾아 볼 수 없습니다.
그저 을씨년스럽고 차가운 바람에 숨죽이고 가라앉아 그 깊이를 가늠조차 할 수 없을 지경입니다.
그러나 얼어붙은 바닥에 손대고 귀 기울여보면 존재의 증명을 위한 안간힘으로 혹독한 추위를 치러내고 있는 삼라만상의 고군분투를 아스라한 체취이지만 느낄 수 있습니다.
어디 얼어붙은 대지뿐이겠습니까.
이슬방울만한 봉오리를 싹틔우고 있는 매화나무 가지를 바라보자니 반가운 한편, 지난至難한 고통과 추위를 치러낸 저들의 심사에 가슴 한쪽이 싸해졌습니다.
그런 한편으로는 추위를 이겨내고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려고 혼신의 힘을 기울이고 있는 모든 존재들로 해서, 나 자신도 덩달아서 이까짓 추위나 시련쯤은 충분히 이겨낼 수 있으며,
기필코 반드시 이겨내겠노라는 의지와 각오로 다시 단단하게 재무장하였습니다.
겨울은 그저 얼어붙은 적막寂寞이기만한 시절이 아니라, 생명이 움터오고 자라나는 성장을 준비하는 미묘微妙한 봄이기도 한 것입니다.
겨울은 한 해의 마지막이나 끝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 해의 처음이자 시작이기 때문입니다.
끝과 시작은 이처럼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나 동일한 시점과 장소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모든 존재를 구성하는 네 가지 요소로 지地·수水·화火·풍風의 사대四大를 설명합니다.
그 가운데에 지地, 땅을 살펴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오로지 땅의 성분으로만 이루어졌다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만약 땅이 순전히 땅의 성분으로만 이루어졌다면, 곡식과 나무와 온갖 꽃과 열매를 기대할 수 없을 것입니다. 땅에는 화火의 더운 기운이 있어서 씨앗이 움틀 수 있는 것이며, 수水의 축축한 습기가 있어서 줄기가 자라는 것이며, 또한 풍風의 서늘한 바람이 있어서 썩지 않을 수 있는 것입니다.
그와 같이 겨울 속에도 봄의 강인한 생명이 갖추어져 있지만, 다만 겨울의 차갑고 혹독한 추위가 어떤 것보다 더 왕성하게 그 기운을 뽐내는 것이라고 할 것입니다.
이런 시각과 관점으로 상대를 바라본다면 내가 저들에게 느꼈던 서운함이나 섭섭함만이 그들의 전부가 아니라 아주 작은 일부분뿐이라는 것과, 나아가서 나와 상대는 이미 서로의 한부분이라는 것도 인정하는 넉넉함과 관용으로 대하게 될 것입니다.
겨울이 아무리 추워도 단지 겨울은 온통 춥기 만한 것이 아니다 라고 생각하면서 웅크린 어깨와 가슴을 조금이라도 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또한 맨몸으로 겨울을 치러내면서도 벌써 봄을 준비하고 있는 매화나무나 얼어버린
바닥 아래에서 새봄을 위한 기지개를 펼치는 새싹들처럼, 새해와 봄과 여름과 가을을 위한 기도와 수행에 전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감인堪忍의 땅이라는 공간이야 그렇다고 하더라도 끝없는 시련으로 다가오는 시절까지, 지치고 고단한 나그네들을 위해서 누추하지만 시원한 감로수가 샘솟는 옹달샘을 하나 퍼서 올리려고 합니다.
부디 목마른 갈증쯤은 단번에 풀어내시고, 나무 그늘에 잠시 앉으셔서 비탈과 언덕을 오르느라 힘겹고 무거운 발걸음도 달래주시고,
맑고 서늘하게 불어오는 솔바람도 한자락 맞으시면서 숨차게 넘어가던 숨소리도 고
르게 진정하며 한 숨 돌리시기를 바라며 아직은 단단하고 차가운 바닥을 두드리고 쓸고 털어 냅니다.
순박함과 우직함과 근면을 상징하고, 비록 느리기는 하지만 인내력과 성실성이 돋보이는 소의 해, 기축년을 맞이하면서 또 다른 만남과 인연을 준비하며 설레는 기대감보다는 괜한 사족蛇足이 아닐까 하는 염려가 적지 않지만,
새해에 새로운 봄을 준비하는 마음과 각오로 이슬방울 같은 봉오리로 싹을 틔워서 외롭고 지친누군가에게 뒤뜰에 움터오는 매화나무를 대면한 반가움과 기별로 다가서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