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밤공기를 느끼며 해인사에 도착했다. 내가 근무하는 거창군 삶의 쉼터 직원 연수가 있는 날. 관장이신 심우 스님이 해인사에서 총무국장 소임을 보시는 덕에 우리 모두는 반가운 손님이 되어 사중 스님들의 안내를 받을 수있었다. 난생 처음 절을 찾았다는 들뜬 마음도 잠시, 경내 들어서면서 더 고요한 산사의 밤을 느끼며 엄숙한 마음으로 강의실에 들었다. 첫 강의는 관장(심우스님)님이 맡아주셨다.이렇게 자기 점검으로 하루를 보내고 난 다음날, 얼마나 잤을까 여기저기서 부산하게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서 더 이상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새벽 4시. 일행을 따라 새벽예불 드리는 장소로 올라가니 그곳에는 다른 스님들이 먼저 자리하여 예불을 하고 계셨다. 난생 처음 해 본 새벽예불. 잠에 취해 뒤척이던 나의 모습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경건함과 산사에 울려 퍼지는 북소리가 정신을 맑게 했다.
예불을 마치고 넓은 법당에 방석 두 장씩을 깔고 자리를 잡았다. 이번 시간은 직원들이 가장 걱정하던 1080배를 하는 시간이었다. 직원들은 자신이 없었는지 앞에 앉기를 주저했다. 나 또한 이제껏 3배도 해본 적이 없었던 지라 걱정도 됐지만 한편으론 모두 함께 의식을 치룬다는 기대감에 이 시간이 설레기도 했다. 모든 준비가 끝나자 관장님(심우스님)을 포함하여 모든 직원이 1080배를 시작하였다. 관장님(심우스님)의 속도에 맞추어 처음에는 가볍게 시작할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한두명씩 속도가 느려지기 시작하더니 점점 사람들의 움직임이 사라져만 갔다.
집중력이 떨어지고 내 몸은 고철과 같아지고 바닥은 자석으로 되어 있는 듯 한번 숙여지면 다시 일어서는게 정말 곤욕이었다. 참아가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 하여 절을 했다. 관장님(심우스님)과 사무국장님(일광스님)을 제외한 나머지 18명은 모두가 탈진되어 기진 맥진하였다. 그러나 신기한 것이 얼굴에는 구슬같은 땀방울이 맺혀있있는데 내 눈은 더욱 영롱한 보석처럼 맑아진 느낌을 받았다. 1080배가 끝나고 나의 다리는 더 이상 서있기를 거부하고 풀석 주저앉았지만 해냈다는 자부심과 이 힘든 시간을 어떻게 버텼는지 내 자신이 기특하고 이제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자신감이 나의 몸을 휘감았다.
이렇게 1박 2일의 연수 과정을 통해 내가 배운 것은 직업인으로서의 사회복지사가 아닌 진정한 사회복지사가 되어 부처님과 같은 마음으로 오시는 모든 분들에게 최선을 다해야 함과 동시에 그 행위 자체가 남을 위한 것이 아닌 나를 위한 수행이라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수행과 함께하는 복지, 거창 삶의 쉼터에서부터 출발해 전국 모든 복지사들과 함께 우리 불교의 복지 정신을 나누고싶은 마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