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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연수를 다녀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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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공감 - 백준호 2008년 10월 320호
직원연수를 다녀오며 차가운 밤공기를 느끼며 해인사에 도착했다. 내가 근무하는 거창군 삶의 쉼터 직원 연수가 있는 날. 관장이신 심우 스님이 해인사에서 총무국장 소임을 보시는 덕에 우리 모두는 반가운 손님이 되어 사중 스님들의 안내를 받을 수있었다. 난생 처음 절을 찾았다는 들뜬 마음도 잠시, 경내 들어서면서 더 고요한 산사의 밤을 느끼며 엄숙한 마음으로 강의실에 들었다. 첫 강의는 관장(심우스님)님이 맡아주셨다.
“부처님이 인류 최초의 사회복지사였다”라는 주제를 가지고 이어진 이 날 강의를 통해 내가 그간 가졌던 복지사로서의 자세를 다시 한번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나는 그간 어려운 분들을 도와 줌으로서 그 분들이 보다 나은 삶을 찾을 수있게 한다는 정도에 그친 직업관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심우 스님으로부터 들은 부처님의 복지관은 그 차원을 넘어 남을 돕는 행위 즉 불교에서 말하는 자비를 실천함으로서 나 또한 보살행을 통해 복을 짓는 과정을 거친다는 말씀이었다.
나도 부처님처럼 될 수있다는 말씀이 새롭게 내 직업을 인식하는 계기가 된 시간, 내가 복지사로서 서비스를 대상에게 주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나 또한 그들을 통해 복을 돌려 받으니 감사한 마음으로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왕자의 자리도 마다않고 고행을 하면서 중생제도를 통한 불국토 건설이라는 불교 이상 사회 구현을 이루고자했던 부처님, 복지사들이 배운 소외없는 사회공동체 이념과 흡사한 듯하면서도 훨씬 더 근본적이고 더 포괄적인 인간애가 담겨있다고 생각된다. 이어 다음날은 일광스님이 강의를 맡았다. 불교에서의 복지정신은 누가 누구를 돕고 보호하는 차원을 넘어 서로 인격적으로 존중하고 존엄적 가치로 느껴야 실천 가능한 일이라는 말을 듣고 그간 내가 돌봐드린 많은 분들과의 관계를 생각해보았다. 인간적 존엄을 생각하기 이전에 먼저 불쌍하고 안타깝다는 생각을 했었고 때론 쉼터 내에서의 생활을 관리하는 입장에서 자칫그 분들 보다 내 위주의 도우미 역할을 하지 않았나 돌아보게 되었다.
양 이틀 강의와 사이 토론, 1080배의 정진 시간이 이어졌다
첫날, 토론은 도반애, 즉 직장 공동체로서 함께하는 마음을 가지자는 의식에 대한 점검이었다. 직원들은 각자의 방석을 챙겨와 둥글게 원을 그리며 앉았다.
원이라는 것은 일렬로 앉을 때보다 대화가 훨씬 더 원만하고 부드러웠다. 훌륭한 복지관을 만들기 바라는 마음은 다 같구나 하고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덕담도 주고받는 처음같은 마음으로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자는 결의가 이뤄졌다. 나부터 복지관 내의 공기같은 존재가 되고자 다시한번 마음을 가다듬어 \"초심으로 돌아가자\" 다짐하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자기 점검으로 하루를 보내고 난 다음날, 얼마나 잤을까 여기저기서 부산하게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서 더 이상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새벽 4시. 일행을 따라 새벽예불 드리는 장소로 올라가니 그곳에는 다른 스님들이 먼저 자리하여 예불을 하고 계셨다. 난생 처음 해 본 새벽예불. 잠에 취해 뒤척이던 나의 모습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경건함과 산사에 울려 퍼지는 북소리가 정신을 맑게 했다.
예불을 마치고 넓은 법당에 방석 두 장씩을 깔고 자리를 잡았다. 이번 시간은 직원들이 가장 걱정하던 1080배를 하는 시간이었다. 직원들은 자신이 없었는지 앞에 앉기를 주저했다. 나 또한 이제껏 3배도 해본 적이 없었던 지라 걱정도 됐지만 한편으론 모두 함께 의식을 치룬다는 기대감에 이 시간이 설레기도 했다. 모든 준비가 끝나자 관장님(심우스님)을 포함하여 모든 직원이 1080배를 시작하였다. 관장님(심우스님)의 속도에 맞추어 처음에는 가볍게 시작할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한두명씩 속도가 느려지기 시작하더니 점점 사람들의 움직임이 사라져만 갔다.
집중력이 떨어지고 내 몸은 고철과 같아지고 바닥은 자석으로 되어 있는 듯 한번 숙여지면 다시 일어서는게 정말 곤욕이었다. 참아가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 하여 절을 했다. 관장님(심우스님)과 사무국장님(일광스님)을 제외한 나머지 18명은 모두가 탈진되어 기진 맥진하였다. 그러나 신기한 것이 얼굴에는 구슬같은 땀방울이 맺혀있있는데 내 눈은 더욱 영롱한 보석처럼 맑아진 느낌을 받았다. 1080배가 끝나고 나의 다리는 더 이상 서있기를 거부하고 풀석 주저앉았지만 해냈다는 자부심과 이 힘든 시간을 어떻게 버텼는지 내 자신이 기특하고 이제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자신감이 나의 몸을 휘감았다.
이렇게 1박 2일의 연수 과정을 통해 내가 배운 것은 직업인으로서의 사회복지사가 아닌 진정한 사회복지사가 되어 부처님과 같은 마음으로 오시는 모든 분들에게 최선을 다해야 함과 동시에 그 행위 자체가 남을 위한 것이 아닌 나를 위한 수행이라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수행과 함께하는 복지, 거창 삶의 쉼터에서부터 출발해 전국 모든 복지사들과 함께 우리 불교의 복지 정신을 나누고싶은 마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