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호 보기


민무장어 그 놈을 잡다가

이전 게시물 다음 게시물
더불어 살며 - 장원 1995년 09월 163호
지금 내가 객원 교수로 일 년 동안지내고 있는 오스트레일리아 퀸슬랜드 대학의 캠퍼스는 이 곳에서도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캠퍼스를 둥그렇게 감싸 안으면서 브리츠먼 강이 마치 가오리처럼 너울너울 흐르고, 곳곳에 잔디 금잔디, 야자수, 종려, 파초, 그 잎 그늘 사이사이에 꼬옥 부둥켜 안고 있는 금발의 연인들, 온갖 물살이들이 뛰노는 크고 작은 호수, 장중하고 우아한 그리스풍의 석조 건축물 등이 푸른하늘과 어울려 낭만적인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런데 어느 날. 이 낭만적인 캠퍼스의 한 작은 호수에서 결코 작지 않은 일이 터졌다. 이른바 ‘야음 민물장어 포획사건‘ 이 바로 그것이다. 이 호수에는 거북이, 물벌레, 물풀, 잉어를 비롯하여 온갖 종류의 물고기아 제 이름을 부르며 우는 무수한 새들어 서로 잘 어울려 살고 있는데 그 가운데에서도 특히 민물장어들이 굼실굼실 너무나 많다.

생각해 보라. 한국에서의 민물장어,더군다나 순수 자연산은 구경하기도 어렵지 않은가? 그게 글쎄 지천으로 널렸으니 유학하느라 힘든 우리 몸 약한 서생들에게 그것은 거의 하늘이 내린 은총에 가까운 것이다. 우리 조선인이면 누구나 콩 서리, 딸기 서리, 참회 서리, 수박 서리, 닭서리에 과부 서리까지 하는 훌륭한(?) 전통과 문화에 사뭇 길들여져 있고, 게다가 우리는 ‘하면 된다’ 는 근대화의 성공경험까지 축적하고 있지 않은가? 이 곳 사람들이야 잡지도 않고 먹지도 않고 그것을 끝내주는 보약으로는 더군다나 생각지도 않지만 우리 조선의 토종들이야 어디 그런가 드디어 어느 오합길일 밤을 택하여 용기있는 한 서생이 지극히 한국적인 논리로 무장하고 장어 포획에 나섰는데, 재수 없게도 교내 순찰한테 직통으로 걸렸다. 그런데 문제는 이 곳은 이런 류의 법과 여론이 워낙 엄하고 강경하여 이 서생은 학교에
서 쫓겨나는 것뿐만 아니라 법적으러도 큰 곤경에 처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온지 얼마 되지 않아 잘 몰라서 그랬다는 등 하며 어찌어찌 하여 겨우 처벌만은 면했지만, 얼마나 호되게 고생을 했던지 몸 보하려다 오히려 몸을 크게 축내고, 장어 포획하려다 스스로 포획당한 꼴이 되었다.
그런데 이 정도는 이 곳에서는 약과이다. 바로 얼마전 이 곳의 한 중등학교에서 있었던 일이다. 학생들이 국립공원인 어느 섬에 소풍 가서 어떻게 새둥지를 찾아서 건드리고 놀다가 그만 새 두 마리를 죽였다. 얼마나 큰 소동이 났는지, 온 퀸슬랜드 주가 이 문제로 들썩들썩. 신문에 방송에. 처음에 잘 들리지 않는 영어 실력에 뉴스에서 ‘킬Kill, 킬\' 하길래 학생들이 살인을 하였나 했더니 알고 보니 새 두 마리를 죽인 것이었다. 그 일은 날마다 대서특필되고 교육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으니 하면서 여론이 들끓더니 결국 그 두 학생은 퇴학조치를 받고 말았다. 뿐만 아니라 옆에서 말리지 않고 구경만 했다고 십여 명의 학생이 추가로 정학 처분을 받았다. 그 학교 학생들이 환경 보전과 자연 보호를 위해 여섯 달 동안 자연 봉사에 나서고, 교장선생님을 비롯하여 여러 사람들이 백방으로 구명 운동을 했건만 결국 쫓겨나고 말았다.
그렇다고 이 나라가 우리처럼 환경질이 나빠서, 환경 용량이 작아서 이 난리를 치는 것이 아니다. 남북한 합친 면적의 무려 사십다섯 배에 달하는 광활한 대륙에 인구는 사분의 일밖에 안 되는 겨우 천팔백 만이고, 집 앞뜰에는 이구아나가 어기적거리고, 강가든 바닷가든 온
갖 물고기가 득실거리고, 도시는 온통 울창한 푸른나무로 뒤덮여 있고, 가는 곳마다 녹색공원이요 잔디 운동장인 나라이다. 수질이 어떻고 대기가 어떻고 줄줄이 꿸 필요도 없다. 그렇게 엄하게 하기 때문에 유지할 수 있는 아름다운 자연인 것이다. 백주白書에 사람을 떼거리로 죽여도 버젓하게 행세하며 잘 살 수 있도록 법이, 검찰이 앞장서서 보장해 주는 우리 나라, 또 폐수를 무단 방류하고 걸려서 벌금 내는 것이 오히려 더 싼, 환경을 파괴하면서도 유유자적하게 잘도 살아갈 수 있는 우리나라의 모습. 생각해 보아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