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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사의 당연한 국립공원 해제 요청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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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리포트 - 해인 편집실 2008년 02월 312호
해인사의 당연한 국립공원 해제 요청서

해인사는 1월 15일 환경부와 문화관광부 등 관련 정부부처와 지자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앞으로‘가야산 해인사 일원에 대한 국립공원 해제 요청서’를 제출했다. 해인사는 요청서를 통해 “가야산 해인사 일원은 1960년대 초에는 문화유산 구역으로, 1970년대 중반부터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개발·관광 차원에서 관리해왔으나, 2000년대에 들어서 국립공원 업무가 환경부로 이관되면서 가야산해인사 일원을 환경부에서 생태·환경차원으로 관리하고 있다”면서“세계문화유산이 산재한 문화재 지역을 환경적 개념으로 관리하면서 혼란을 빚어와 공원지정 해제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해인사는 요청서에서“가야산 해인사 일원은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국가지정문화재인‘사적 및 명승’으로 지정되어 있다. … 해인사는 통일신라시대인 서기 802년에 창사된 사찰로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사찰이자 해인사에 소장되어 있는 9만점에 가까운 경판과 장경판전 등은 각각 국보로 지정되어 있으며 유네스코가 지정·등록한 세계문화유산이자 세계기록유산이다. … 따라서 이러한 지역의 문화재와 문화유산에 대하여는 문화재관련법에 따라 보호 및 관리와 이용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고 탐방에 필요한 시설 설치나 안내제도도 문화적 관점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 이제 정부는 가야산 해인사 일원 등을 국립공원에서 해제하고, 환경부 관리체제에서 문화부(문화재청)의 관리로 돌려야 할 것이다”라고 요구했다.
해인사의 국립공원 해제 요청에 대해 조계종총무원 기획실의 한 관계자는“해인사를 포함한 국립공원 내 많은 전통사찰 주변은 문화유산구역이다. 문화적 마인드로 보호되고 이용되어야 한다”며 “총무원에서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관련 정부부처에 해인사와 같은 의견을 전달하는 것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국립공원(NationalPark)이란 이름이 붙은 곳은 미국의 옐로우스톤인데, 872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미국이 국립공원 제도를 만든 것은 관광과 함께 그 지역의 보존이 목적이었다. 미국은 국립공원을‘넓은 면적에 걸친 원시적, 야생적인 풍경지역’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후 여러 나라에서‘국립공원’제도를 도입했다.
미국의 국립공원 개념 정의에서 나타나듯, 미국의 국립공원은 원시적, 야생적인 풍경지역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점에 착안한 윤영일 공주대 산림자원학과 교수의 지적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윤 교수는“국립공원제도는 서구에서도 자연경관이 규모가 크고 다양한 미국의 고유한 문화이다(Harmon, 1987). 물론, 스위스에서 전통적으로 행해지던 관광 안내인 제도가 미국 국립공원 창립에 결정적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하는(비고; Behncke, 1985) 학자들도 일부 있다. 그러나, 애초부터 자연중심적 성격이 강한 ‘National Park’이 같은 문화권에서 모체인 유럽이 아닌 미국에서 탄생했다는 것은 아무래도 자연경관의 원시성과 광대함이 영향을 주었다고 여겨진다(Bratton, 1985)”고 보고 있다.(국립공원, 그 이념과 현실’, 21세기 한국 국립공원 정책 포럼자료집, 1998)

윤 교수는“환경위기 시대를 맞아 국립해인사의 당연한 국립공원 해제요청서 공원은‘환경윤리(environmental ethics)’의 실험장으로 불리고 있으며, 자연을 항상 인간의 이용 대상으로 보고 자연 파괴의 선봉에 섰던 서구문화의 단점을 극복한 유일한 사례라는 점에서 그들 문화의 정점으로 이해되기도 한다(Schloeth, 1990)”면서 긍정적인 측면을 폄하하지 않는다. 그러나“국립공원은 철저하게 서구문화, 그것도 역사가 짧은 미국문화”라는 점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는다.
따라서“우리나라가 속한 동북아시아 문화권은 서구문화권과는 가장 그 성격이 다르다. 특히 자연과의 관계에서 이 차이는 양극성을 보인다. 이런 곳에 생소한 서구문화의 정수가 들어왔으니 이해란 불가능했을 것이다. 오해에서 출발한 국립공원은 단순히‘돈 내고 들어가는 공원’, 즉 위락공원이나 행락지가 되고 만 것이다”며 우리나라 국립공원 제도가 실패 했다고 진단한다.

우리나라는 1967년 지리산을 첫 국립공원으로 지정한 이후 지금은 15곳 산악형, 해상 및 해안형 4곳, 사적형 1곳 등 모두 20곳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가야산은 1972년에 국립공원이 되었다. 국립공원은 자연공원법에 의거해 지정되는데, 이 법에서는 국립공원을“우리나라의 자연생태계나 자연 및 문화경관을 대표할 만한 지역”이라고 정의하고, “자연공원을 지정하고자 하는 때에는 당해 대상지역의 자연생태계, 생물자원, 경관의 현황 및 특성, 지형, 토지 이용 상황등 그 지정에 필요한 사항을 조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자연공원법의 조항을 보면 미국의 국립공원 개념에 닿아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다 보니“국립공원은 자연환경을 보호할 뿐만 아니라, 국민의 레크리에이션 지역으로서, 또 국제적으로는 나라의 대표적 관광지로서의 역할을 한다”(네이버 두산백과사전) 고 소개되는 상황에 처해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국립공원은 자연생태로만 구성되어 있지 않다. 사찰과 사찰이 지닌 유무형의 문화유산이 국립공원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토지만도 전체 국립공원 면적의 8.3%가 사찰 소유이다. 속리산과 가야산의 경우 절반 이상이 법주사와 해인사 땅이다. 국립공원 내에 있는 사찰의 문화유산만도 수만 점에 이른다. 여기에다 무형의 문화유산까지 보탠다면 우리나라의 산악형·사적형 국립공원은 사찰을 빼놓고 설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즉, 우리나라의 국립공원은 자연경관과 불교의 유무형 문화유산이 복합되어 이루어진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특징을 지닌다. 우리나라의 국립공원은 미국식 국립공원 개념을 도입해 환경부에서 지정, 관리하고 있는데, 국립공원을 이루는 요소는 불교의 문화유산이 상당히 많다. 우리나라 국립공원의 특성이 무시된 채 먹는 물과 대기질 관리를 주업무로 하는 환경부에서 지정하고,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관리하고 있으니, 여기에서 문제가 비롯되는 것이다. 문화유산에 대한 전문적인 식견과 미래지향적인 안목을 갖추지 못한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자연환경보존이라는 고유업무에서도 제 역할을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자연생태와 문화유산은 개념이 다르다. 따라서 정부의 관리주체도 달라야 하며, 이제 제자리를 찾아가야 한다. 이 점 유념하여 정부당국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해인사 일원의 국립공원 해제 및 문화재청으로 관리업무를 이관하는 것을 전향적으로 검토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