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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입맛으로의 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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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자타 - 박재은 2008년 02월 312호
김빠 / 사진 임우석 내 입맛으로의 초대
박재은

내가 음식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이라고 알고들 있어서일까? 나는 좀처럼 식사 초대를 못 받고 산다. “술이나 한 잔 하자, 차나 한 잔 하자”고는 곧잘 내게 청하지만, 맛있는 곳으로 안내하겠다든지, 집으로 초대해서 밥 한 끼 해주겠다는 이는 별로 없다. 솜씨 좋은 울 엄마나 우리 시어머니 빼고는 최근 몇 년 동안 다른 이의 집에서 밥을 먹은 일이 없다. 가까운 친구와 통화를 하다가 “느이 집에서 밥 한번 먹자”하면 질겁한다. 요리사 불러 놓고 무슨 밥을 차리느냐 호들갑을 떤다. 대신 맛있는 밥집으로 안내를 하라 하면, 맛집에 대해 글을 쓰는 나를 끌고 어디를 앞장서냐고 또 호들갑. 아, 그리하여 밥 한 번 얻어먹고 살기 힘든 인생이라는 거다. 사실 내가 요리를 특별히 잘 하는 것도 아니고, 손맛에 신이 내린 것도 아니며 대장금처럼 절대 미각도 아니건만. 다들 내가 하는 일만 떠올리며 나를 과대평가하고 따돌린다(?).

그런데 며칠 전, 아주 특별한 일이 생겼다. 1월 초부터 요리할 일이 많아 물일을 쉴 사이 없이 하여 부르튼 손. 미워진 손을 집 근처 네일숍에 맡겨보려 갔을 때 일이다. 내 하는 일이 매일 요리하고, 설거지하고, 새벽에는 글 쓰는 일인 줄 다 아는 네일 아티스트 두 분이 내 손을 측은히 여겼다. 한 사람은 정성껏 내 손을 다듬고, 보습 크림을 발라 튼 손을 마사지해 주고, 숍의 실장인 또한 사람은 슬쩍 숍 한켠의 개수대로 사라졌다.
실장님은 뭔가 간식거리를 만들고 있나? 맛있는 냄새가 솔솔 새어 나왔다. 잠시 후, “재은씨, 이거 먹을래요?”하고 내게 묻는 그녀. 뭐냐고 물으니 김치가 하도 맛있게 볶아져서 그걸 넣고 구운 김에 밥을 말아 보았다고 했다. 아, 그 고소한 냄새는 김에서 풍기는 참기름 냄새였구나. 순간 호기심이 발동하면서 덩달아 허기가 느껴지던 나. “조금만 주세요, 그럼”하였는데, 그녀는 중간 사이즈 접시에 김밥을 두 줄이나 담아줬다. 김치가 흩어질까 하여 김밥 한 줄을 반으로만 썬, 그래서 총 네 덩어리의 간식이 나왔다.
먹기가 수월치 않았다.“ 이건 손으로 들고 막 먹어야 맛있는데”하면서 포크를 준비해 주었다. 포크로 요령껏 김밥 한 덩이를 반이나 덥석 베어 물었다.
와, 맛있어! 잘 지은 따끈한 밥, 맛있는 김 그리고 살짝 바른 마요네즈와 볶은 김치가 어울린 끝내주는 맛이었다. 나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일상적인 식재료들의 조화였다. 염치 불구하고 김밥 한 줄을 다 먹고, 한 줄 더 먹을까 망설이다 손 관리가 끝나 버려서 숍을 나섰다.
허기도 달랬고, 새로운 간식 메뉴를 하나 배웠다 생각하니 기분이 좋았다. 아니, 그 이유만이 아니었다. 누군가가 나를 초대했다는 사실이 기뻤다. 아무 욕심 없이 뚝딱 만들어낸 자신만의 음식을 함께 먹자고, 나눠 먹자고 청해 온 것이 고마웠다.

생각해보니 직접 만든 음식을 누군가와 나눠 먹는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자신의 영역 안에, 사적인 무형의 공간 안에 상대방을 들어오게 허락하는 것이다. 내 양념과 간을 상대가 맛봄으로써 나를 더 잘 알게 되어도 괜찮다는 마음 일 때나 가능한 일이다. 상대방을 편하게, 사심 없이 느낄 때 예정 없이 불쑥 튀어나올 법한 말이다.
“우리 집에 와서 밥 먹을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