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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체의 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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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비의 소리 - 진각 1995년 09월 163호
출가해서 행자시절에 처음 배우는 「초발심 자경문」에 “뱀이 물을 마시면 독을 만들고 소가 물을 마시면 우유를 만든다” 는 대목이 있다. 이는 타고난 성품 곧. 천성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일 것이다.
요즈음 문민정부의 ‘태생적 한계’ 에 대해 말하는 사람이 많다. 많은 부정부패 수사가 끝을 보지 못하고 흐지부지 되고 척결해야 할 쿠데타 세력에게는 법의 허술한 구멍 찾기에 혈안이 된 모습이다. 그에 비해 정치적으로 적대적인 사람은 예외없이 처벌해 짧은 기간에 적도많이 만들고 편안한 지도자의 이미지보다는 강성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데도 권력형 부정부패 하나 제대로 처리된 것이 없다.
거대한 부꽤 구조에 무기력한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음은 어떠한 수단과 방법을 택하든 정권만 잡으면 된다는 단순한 사고로 5공의 계승자인 6공과 손잡은 결과물이다. 대통령이 되게 해 준 데 대한 단순히 감사하다는 생각만 가지고 있는 한 부정 척결은 물건너 간 것으로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에게 아름다운 나라에서 제국주의로 각인되어 가는 과정에 있는 미국은 대통령의 도덕성에 대해 청교도적인 청렴도를 요구한다. 혐의조차 뚜렷하지 않은 이른바 ‘화이트워터’ 라는 사건으로 클린턴 대통령이 아칸소 주지사 시절에 친구와 함께 부동산 개발회사를 세워 부당한 이득을 취했다는 것인데, 상원에서 청문회가 열리고 특별 검사가 임명되는등 요란하다.
개인과 공인은 마땅히 구별되어야 하고, 지도자의 정신, 사상과 행동은 결격 사유가 없어야한다. 사회는 모든 조직과 구성원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다. 여기에 우리의 생각과 행동이 경박한 흐름으로 흐름으로 흐르게 되면 그 조직의 지도자 또한 필연적으로 그러한 경박한 사고의 소유자가 뽑혀져 나오게 되어 있다.
우리는 부패 구조를 척결할 수 없는 사람을 지도자로 뽑아 놓고 수 없는 말을 양산하고 있다. 모두에게 도움되지 않는 소리들 뿐이다. 그러면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하는가 그 점에서는 현 정권과 똑같은 소리들 뿐이다. 우리는 세대 교체가 먼저가 아니라 정권 교체가 먼저이다. 정권이 교체되고 나면 세대 교체는 흐르는 물처럼 자연스럽게 이어질 것이다. 정권 교체는 소수의 기득권 부패 세력들에게 두려움을 안겨 줄 것이고 천문학적인 숫자의 비지금 조성이나, 있는 자와 없는자의 계층간의 위화감은 지금보다는 많이 희석되리라 믿는다. 권력이 한쪽으로 하염없이 흐르지 않고 고여 있는데 부패할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부패의 고리를 끊어 내기 위해라도 일차척으로 정권은 교체되어야 한다.
지금 정권이 많은 일을 하려면 태생적 한계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사람과 사람사이의 조그만 정치적 이해 관계에서 벗어나 큰 정치를 강조하는 사람답게, 역사를 강조하는 지도자에 걸맞는 모험과 결단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