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속의 섬, 인간의 치부 쿠바에서 가장 큰 섬‘후벤투드 섬(Isra de la Juventud)’을 향해 간다. 쿠바 본섬으로부터 약 100킬로미터 정도 떨어져 있는 곳.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는 1494년 6월 3일에 이 섬에 도착했으며, 16~18세기까지 Henry Morgan과 많은 해적들이 쿠바를 비롯한 여러 식민지들을 약탈하고 다녔다.‘ 카리브 해(Caribbean Sea)’를 일러‘인간쓰레기들의 집합소’라 할 정도였으며, 17세기를‘해적들의 황금시대’라고 부르기도 한다. ‘Isra de la Juventud’엔‘Presidio Modelo’라는 감옥이 있다. 쿠바의 정신적인 지도자‘호세마티(Jose Marti)’와 쿠바 혁명을 완수한‘피델 카스트로(Fidel Castro)’가 과거 이곳에 수감 되었었다.
또한‘마차도(Gerardo Machado)’나‘바티스타(Fulgencio Batista)’와 같은 20세기의 쿠바 독재자들도 수감 되었었다. 이 섬의 원래 이름은‘소나무 섬(Isla de Pinos)’이었다가 1978년 쿠바 혁명 후에 섬을 재건하면서‘젊은이의 섬(Isra de la Juventud)’으로 변경하였다. ‘해적들의 소굴’과‘정치범들의 유배지’라는 아픈 역사를 딛고 일어선 상징의 땅, 이곳에 인간의 치부를 고스란히 드러낸‘Presidio Modelo’가 있다.
섬 안에 지어진 또 다른 섬,‘ Presidio Modelo’수용소가 들어선다. 수용소는 모두 5개의 원형 건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중 하나는 식당으로 쓰였다. 원형 식당을 중심으로 동심원처럼 4개의 수용소가 자리하고 있다.
‘섬’은 폐쇄된 공간이며,‘ 섬’안의‘감옥’은 이중으로 채워진 어둠이다. 건널 수 없는 두개의 다리를 넘어 탈출을 감행하는 것 자체가 죽음으로 향하는 길이 될 것이다.
싸늘한 건물에 들어서니“이리도 잔인할 수 있는가?”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한계는 어디까지인가를 떠올리게 된다. 인간이 인간을 학대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토록 엄청난 일을 벌였나? 부끄럽다! 스페인 점령자들의 잔학성인 동시에 인간으로서 감추고 싶은 치부이다. 마음은 현실을 먹고 자라난다. 현실은 가혹하고 매정하며 구토를하게 만든다. 인간에 대한 무한한 사랑과 측은지심이 이를 치유하며, 마음속 샘물을 다시금 솟아나게 한다. 수없이 많은 죄수들이 죽어나갔을 방들을 보며, 피 비린내를 맡으며 잠들어야 했던 이들과 다음 순서를 고통스럽게 기다렸을 이들을 상상한다. 모든 인간의 질서를 부정하고 싶다. 고통으로 울부짖었을 이들이 그토록 애타게 찾았을 희망은 그때 어디에 있었을까? 인간은 자연계의 생명체 중 유일하게 쓰레기를 생산해내는 생물에 불과한것일까? 모순을 스스로의 힘으로 어쩌지 못하기 때문에 ‘신神’을 찾는 것일까?
이 감옥은 나의 쿠바 여정 중 가장 더럽고 힘든 장소가 되고 말았다. 건물 내부, 뻥 뚫린 공간 중앙에 등대 같은 탑이 솟아 있다. 감방은 5층으로 지어졌는데, 벽을 따라 일렬로 배치해 놓았고, 각 층마다 93개의 방을 만들어 놓았다. 층과 층을 연결하는 계단은 오직 하나, 비좁은 계단을 올라 5층 감방으로 향한다. 감방 복도를 따라 모든 수감자들의 문을 지난다. 4층, 3층, 2층, 1층 복도를 차례로 걷는 동안 혐오스러움이 밀려든다. 벌집 같은 465개의 방. 모든 방들을 돌아보았지만 중앙에 우뚝 솟아 있는 탑의 감시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곳은 없었다. 감방 안에서도, 화장실에서도… 모든 곳이 등대의 표적이었다. 반면 감시자는 2명이면 족하다. 서로 등지고서면 모든 수용자들을 살필 수 있는 것이다. 등대 내부는 철저하게 폐쇄되어 있어서, 심지어 이곳으로 오르기 위한 고정된 사다리나 계단조차 없다. 만약에 발생할지도 모를 습격에 대비한 듯하다. 등대 꼭대기에 나 있는 자그마한 구멍이 나를 내려다본다. 사각형 구멍 안에는 누가 있었을까? 그의 눈과 마주친 이는 죽임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죽음의 검은빛을 내뿜는 등대를 본 적이 있는가? 그 누구도 피하지 못하는 어두운 빛.’감시탑 안에 있었던 자 또한, 수용자들의 살기를 느꼈을 것이다. ‘서로를 죽이기 위해….’등대가 솟아오른 바닥, 수용자들이 내려올 수 없었던 곳. 분노의 앙금이 침전돼 있는 콘크리트 찬 바닥을 걷는다. 가벼운 발의 쓸림에도 모든 소리가 실내에 울려 퍼진다. 건물의 내부자들은 모든 소리를 공유할 수 있다. 고양이 발바닥을 가진 이라도 움직임을 숨길 순 없을 것이다. 이같이 완벽에 가까운 구조에 다시금 참혹한 심정을 감출 수가 없다. “인간이 이럴 수 있는가? 이토록 인간임을 포기할 수 있는가?”
죽음의 기운이 가득한 곳에 앉아‘밝은 빛’을 향해 마음을 틔우려 한다. 지금이 끝이며, 지금이 시작이다. 쓰레기로 가득한 마음을 죽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