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재동자 구도의 길 선재동자는 안주주지신의 가르침을 생각하고 기억하면서, 가비라성으로 향했다. 가비라성의 십자로에 들어섰을 때, 이미 해는 지고 주위는 어둠이 깔렸다. 선재동자는 지신에게서 들은 밤의 여신을 만나고 싶어, 온 몸과 마음을 기울여 여신의 모습을 생각하고 있는데, 바로 그때 밤의 여신이 가비라 성의 허공중에서, 부유하는 보배누각의 사자좌에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여신의 몸은 눈부시게 빛나는 금빛이며, 볼은 포동포동하고, 눈은 감청색으로 아름답고, 몸에는 붉은 옷을 입고, 가슴에는 영락으로 반짝거렸다. 머리에 쓴 범천관에서 빛나는 보석은 마치 밤하늘의 별들 같았다. 또 여신의 털구멍 하나하나에서 모든 중생들의 모습이 보였는데, 이들은 악도에 떨어져 고난 받던 이들로 여신이 구해낸 자들이다. 여신은 몸으로, 음성으로, 음향으로, 법의 적용으로, 보살의 수행, 보살의 용맹, 보살의 신통, 보살의 해탈 등 가지가지 방편으로 중생을 교화하고 성숙하게 했다.
선재동자는 갖가지 방편과 법의 진리 바다를 보고 듣기를 마치고 기쁨에 넘쳐, 밤의 여신에게 몸을 던졌다. 그리고 천천히 일어서면서 합장했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위없는 깨달음을 구하기 위해 발심했습니다. 보살의 십력지에 이르기 위해서 어떻게하면 좋을지, 그 의지할 만한 일체 지혜의 도를 보여주십시오.”
“그대는 선지식을 만나, 가르침을 듣고 수행하려 합니다. 그것은 참으로 훌륭한 일이며, 반드시 위없는 깨달음을 이룰 것입니다.
착한 이여, 나는 중생의 어둠을 깨뜨리는 법 광명 해탈을 얻었습니다. 암흑의 밤 세계에는 귀신의 무리가 발호하고, 도적의 무리가 함부로 날뛰며, 암흑의 밤 바다에는 달도 별도 뜨지 않고, 폭풍우가 거세게 몰아칩니다. 그때 육지를 지나가고, 험난한 황야를 지나가고, 바다에 들어가는 자들은 어떻게 될까요.
착한 이여, 나는 가지가지 방편을 써서 중생들의 안식처가 됩니다. 바다에서 헤매는 이에게는 폭풍우를 멎고 파도를 가라앉혀, 바르게 바닷길을 인도합니다. 선장의 모습을 취하기도 하고, 바다신의 모습을 하기도 하고, 달의 모습을 하고, 별의 모습을 하고, 신들이나 보살의 모습을 하여 중생들의 피난처가 됩니다. 또 죽음의 공포에 떠는 중생, 명예욕의 포로가 된 중생, 재물과 보물을 추구하는 중생, 탐욕에 빠진 중생, 온갖 고통과 공포에 허덕이는 중생을 위한 피난처가 됩니다. 나는 이러한 중생들에게 지혜의 눈이 생겨, 어둠이 제거되도록, 갖가지 삿된 견해의 숲에 빠지고, 갈애의 그물에 휘감겨, 공포에 떠는 중생들이 일체의 고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원을 세우고, 발심했습니다.
착한 이여, 내가 중생들을 위한 이타행을 행하게 된 것은, 과거세 나의 전생에 의한 것입니다. 과거 미진수겁 전에 한 세계가 있고, 그 사천하 안에 연꽃빛이라는 성이 있는데, 나는 그곳의 왕비였습니다. 어느 날 밤, 애욕에 빠져 푹 자고 있는데, 밤의 여신이 와서‘왕비시여, 지금 성의 동쪽 적주라는 숲에서 일체법뇌음왕 부처님이 위없는 깨달음을 이루셨습니다’라고 알리며, 그 부처님의 공덕과 신통, 보현보살의 행과 원을 상세히 알려 주었습니다. 그때 나는 위없는 깨달음을 이루고 싶다는 발심을 하여, 그 부처님께 큰 공양을 올렸습니다.
내가 그 부처님께 보리심을 내고 선근을 심었으므로, 그 후에 계속된 나의 전생 가운데는, 축생도에 태어나는 일도, 아귀도에 떨어지는 일도, 악세에 태어나는 일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1만 겁이 지난 뒤에, 나는 어느 장자의 딸이었는데, 부모님도 잠들었고, 어둠이 깊이 가라앉은 조용한 밤에, 전에 내게 뇌음왕부처님의 깨달음을 알려주었던 밤의 여신이 와서, 수미당 묘안부처님이 보리도량에서 깨달음을 성취한 지 7일이 지났다고 알려 주었습니다. 또 그 부처
님의 모습을 눈앞에 나타내 보였습니다. 그때 나는 부모님과 모든 권속들과 함께, 밤의 여신의 안내를 받아, 그 부처님의 처소에 나아가, 큰 공양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그 부처님 존안을 우러러 뵙는 순간, 모든 중생의 어둠을 깨뜨리는 법 광명 해탈을 얻었습니다.
이 해탈을 얻고는 나의 몸이 10불국토의 모든 세계에 두루 이름을 보았으며, 그 불국토에 계시는 부처님도 모두 보았습니다. 또 중생들의 원이나 근기가 아무리 다르다 할지라도, 나는 갖가지 몸으로써, 그 세계의 중생들의 원에 따라 그들을 만족시킬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와 같이, 나의 해탈은 마음의 찰나마다 법계에 가득 차고 넘치는, 광대한 것입니다.
착한 이여, 나는 다만 일체 중생의 어둠을 깨뜨리는 법 광명 해탈을 얻었을 뿐입니다. 그러나 이 해탈만으로는 그 이상의 것은 말할 수가 없습니다. 이 마가다국 보리도량에 보덕정광이라는 밤의 여신 주야신이 살고 있습니다. 나는 그분 덕택에 발심하고, 여러 번 나를 분발시켜 주었습니다. 그분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는지 물으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