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선거 기간은 물론 지난해 내내 경부운하는 국민적 관심사였다. 지금도 경부운하를 둘러싼 찬반 논란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계속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 측과 한나라당은 대선에서 승리하였으므로 경부운하에 대한 논란을 끝맺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실제 이명박 후보 선거대책위에서 대운하 추진특위 위원장을 지낸 한나라당 박승환 의원은 대선이 끝난 직후“국민은 이명박 당선자를 선택할 때 대운하 공약도 선택한 것인 만큼 이 문제를 더 이상 정치공세에 이용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만약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다면 크게 잘못하는 것이다. 경부운하 건설을 비롯한 모든 공약을 지지했다고 보는 것은 아전인수식 현실인식이다.
그러나 상황은 급하게 전개되고 있다. 한나라당 선대위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20일“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대선 제1공약이었던 경부운하를 이르면 내년 하반기에 착공해 2011년께 완공하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영산강 하구에서 금강까지 연결하는 총연장 200㎞의 호남운하도 비슷한 시기에 착공해 경부운하보다 더 먼저 완공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는
“새 정부 출범직후 세계적으로 가장 신뢰도가 높은 기관에 한반도 대운하 환경영향평가를 의
뢰할 것”이라며“이를 바탕으로 세부 공사 안을 만들어 이르면 내년 하반기, 늦어도 2009년 초에는 경부운하와 호남운하 공사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매일경제, 2007. 12. 20)
이어 다음 날 한나라당 박승환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한반도 대운하 건설은 차기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이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현행법 정비나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 현재로선 특별법제정에 더 비중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는 또“대운하 건설의 추진 주체가 민간인만큼 자금조달 문제도 있어 관련 제도를 손질할 필요가 있다. 참여정부의 행정중심복합도시도 특별법을 제정해추진한 전례가 있다”는 한나라당 관계자의 말을 인용, 경부운하 특별법 제정이 추진 된다는 소식을 전했다.
12월26일 대통령직인수위원장에 이경숙 숙명여대 총장이 임명되면서 인수위원회 구성 윤곽도 드러났다. 인수위원회 내의 핵심조직인 국가경쟁력강화특위에‘한반도 대 운하팀’이 배치될 것으로 전해졌다. 경부운하 건설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은 것이다.
운하 건설의 목적은 물류를 원활히 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수반되는 효과로서 고용 창출(40~60만개의 일자리), 관광개발등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우려하는 목소리가 더 많다. 운하가 발달한 유럽과 달리 우리나라는 계절별 강수량의 차이가 크다. 갈수기에는 바닥을 드러낸다. 배를 움직이게 하려면 물을 저장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19개의 갑문을 만들어야 한다. 고속철도와 연안해운, 고속도로 등 여러 운송수단과 경쟁해야 하는데, 16조원을 들인 민간자본이 이득을 내지 못하면 정부가 적자를 보전해줘야 한다. 국가재정이 불안해질 수도 있다. 20km가 넘는 수로터널 출입구 부근은 석회암 지대여서 공사 중 또는 공사 후 지반 침하 등의 위험이 뒤따를 수도 있다. 수로 붕괴로 이어질 경우 대재앙을 불러올 수도 있다. 월악산과 조령산, 주흘산을 길이 20km, 폭과 높이 각 20m의 터널로 뚫을 경우, 또터널을뚫기위해 내는 4~6개 사갱이 생태계에 미칠 악 영향은 공사 규모가 너무 커 예측하기 조차 쉽지 않다. 수로의 오염에 의한 식수 공급 문제가 발생할 경우 국민의 3분의 2가 영향을 받는다.
지난해 10월 국회 건설교통위원회의 건설교통부 국정감사에서도 경부운하 실효성 논란이 있었다. 대통합민주신당은‘경부운하는 국가 파산, 식수 재앙, 국민고통 사업이다’는 제목의 자료집을 통해 경부운하 공약의 즉각 파기를 주장했는데, 특히“총공사비 가운데 누락 또는 축소된 비용을 추가 정산하면 최소 31조 2천 66억 원, 최대 53조 5천 675억 원의 비용이 나와 이 후보 측이 제시한 16억원을 크게 상회해 수십조 원의 혈세 낭비가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문학진 의원은“시설투자를 통해 운송능력이 높아진 철도를 놔두고 동일 구간에 경부운하를 건설한다는 것은 타당성 없는 중복투자로 국가재앙의 길”이라며
“운하가 철도에 비해 이산화탄소 2.5배, 질소산화물과 비메탄화수소는 19~22배 많이 배출하는 것으로 드러났다”는 독일 하이델베르크 에너지환경연구소의 조사 결과를 제시했다.
홍재형 의원은“이 후보 측이 제시한 경부운하 예상 물동량을 기준으로 산출해 보면 경부운하에 다니는 배는 하루에 11.87척밖에 안 된다. 12척의 배가 오가는 사업에 수십조 원의 재원을 퍼붓는 것으로 국민소득 4만 달러의 길을 열 수 있다는 것은 명백한허구”라고 가세했다.
민주노동당 이영순 의원도“대운하 사업은 건설과정의 구체성을 결여한 장밋빛 뜬구름이자 속빈 강정으로, 영남 표를의식한 대선공약에 불과하다”며“이 후보의 서울시장 시절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가 작성한 보고서도 강변여과수 등의 간접 취수는 타당성이 없다고 결론 내리지 않았느냐”고 따졌다.(연합뉴스,2007. 10. 17)
많은 국민들은 경부운하 건설 계획이 전문적인 분야여서 논란을 지켜보고 있다. 다만, 반대하고 우려하는 의견에 대해 당선자 측의 납득할 만한 설명이 있기를 바라고 있다. 불교계에서도 지난해 11월“▷좁은 국토를 다루는 일은 쉽게 결정할 일이 아닙니다. ▷대형 국책사업은 충분한 시간 속에 논의 후 결정되어야 합니다. ▷파괴된 자연환경은 원상 복구가 불가능합니다. ▷파괴된 역사문화유적지는 원상 복원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 국토의 대재앙이 예상되는 공사입니다. ▷문화, 환경적으로 검증된 공약만이 국가를 부강하게 하고 국민을 행복하게 합니다. 이명박 후보께서는 큰 용단을 내려 경부운하건설 공약을 폐기해 주십시오!”
라는 의견서를 내고 답변을 촉구했다.
불안해 하는 국민들이 많은데도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겠다는 것은 성급한 처사이다. 대운하 특별법을 제정할 계획에 대해 비판하는 의견을‘정치공세’로 매도해서도 곤란하다. 남북한을 합쳐 총연장 3,100km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프로젝트다. 그런데 1년 뒤 착공해서 2011년 완공한다는 계획(경부, 호남 운하에 한정한 것이지만)은 상식적으로 무모해 보인다. 재 검토하는 것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