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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암사 대참회 지금부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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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리포트 - 해인 편집실 2007년 11월 309호
지난 10월 19일 봉행한‘봉암사 결사 60주년 기념 대법회’는 법회의 명칭에 큰 대大자를 굳이 쓰지 않았더라도 큰 사건이다. 최근 우리 종단에서는 마곡사 주지의 구속과 실형 선고, 봉선사의 말사주지 임명 관련 금품수수 의혹 등 비위가 잇따라 터져 나왔고, 동국대 신정아씨 허위학
력 사건으로 소위 종단 내 계파 간의 갈등이 얼마나 위험한 지경에 이르렀는지를 확인했다. 내우외환의 상황 속에서 60년 전“부처님 법대로 살자”던 봉암사 결사의 정신을 잇겠다는 참회와 다짐이었으니 분명 큰 사건이다.

법회는 비가 오는 가운데 진행됐다. 희양산을 감싸도는 명종으로 법회가 시작됐다. 법전 종정예하와 원로의원 원명, 도문, 고우, 정무 스님, 총무원장 지관 스님, 중앙종회의장 자승 스님, 호계원장법 등 스님, 용주사 주지 정호 스님 등 교구본사 주지스님들과 전국에서 모인 신도 등 1만여 사부대중이 이날 법회에 동참했다. 날씨가 고르지 않은 가운데 법회는 봉암사 결사 경과보고, 공주규약 낭독, 기념사, 결사 60주년 기념 선언문, 각계 동참사, 참회문 낭독, 종정 법어 등의 순으로 1시간 10분여 동안 진행됐다.

총무원장 지관 스님은 기념사를 통해 봉암사결사를 불교의 역사를 계승한 현대 한국불교의 혁명이었다고 평가한 후 “지금 우리는 여러 가지 내우외환을 겪으며 우리 스스로의 수행가풍을 의심받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지적하고 “성성적적한 모습의 불교, 추상같은 계율과 수행가풍을 이어가는 조계종단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앙종회의장 자승 스님은 동참사에서 \"여기 모인 우리가 60년 전 봉암사결사의 정신을 되살릴 수 있다면 어려움은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부처님 법대로 사는 것’이 어떠한 것인지를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구본사 주지들은 용주사 주지 정호 스님이 읽은 동참사를 통해 “작금의 문제가 사찰 운영의 영역에서 비롯된 것이 적지 않기에 이 자리에 모이신 모든 사부대중께 머리 숙여 참회한다”며“오늘 대법회가 조계종과 한국불교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수행 종풍 진작의 가슴 벅찬 입재식이 되기를 간절히 발원한다”고 밝혔다.

전국선원수좌회대표 혜국스님은‘봉암사결사 60주년기념선언문’을 통해‘일체의 명리를 버리고 본분에 충실하자. 수행을 생활화 사회화하자.우리 국민 각자 주어진 직분에 충실하자’등 결사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3대 실천지침을 선언했다.

종정 법전 스님은“여기 모인 대중은 역순逆順을 자제하는 기틀로 곧은 것과 굽은 것을 모두 놓아버리면 시방十方의 종지宗旨가 한 곳으로 모일 것이요, 정正과 사邪의 시비是非가 원융圓融을이룰것이다”라는 내용의 법어를 내렸다.

종정예하의 법어에 앞서 동참대중 일동은 참회문을 발표했다. 전국선원수좌회 의장 영진 스님이 참회문을 낭독하는 동안 동참자들은 대웅전 부처님을 향해 합장반배로써 참회의 뜻을 표했다.“ 지금까지 저희들은 부처님 가르침대로 살지 못했습니다. 남보다는 나를 먼저 생각했고, 수행보다는 명리를 탐하였으며, 칭찬 보다는 비방을 일삼았으며, 지혜보다는 지식 얻기를 즐겼으며, 화합보다는 분열을 조장하였습니다. 이로 말미암아 수행인의 본분은 망각하고 교만과 방일만 늘
어왔습니다.… 만일, 지금의 현상을 단순한 외부의 음해와 몰이해로 구실삼아 무사안일 한다면 교단은 더 큰 위기와 재앙에 휩싸일 것이며 부처님의 가르침과 선대의 수행 정신을 우리 스스로 포기하는 것에 다름 아닐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구산선문의 이 자리에서 잘못된 불교계의 폐습이 있다면 과감히 혁신하고 청정한 수행가풍을 회복하는 결사의 원년으로 삼을 것입니다.”이어“세상의 밝은 빛이 되지 못했습니다”등 10개 항에 걸쳐 우리의 일그러진 모습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깊이 참회했다.

1. 지극한 마음으로 부처님 전에 참회 하옵니다. 무상의 깨달음을 이루신 부처님의 가르침을 올바로 받들어 실천하지 못함으로 인해 세상의 밝은 빛이 되지 못하였음을 참회합니다.

2. 지극한 마음으로 부처님 전에 참회 하옵니다. 세상의 아픔을 치유하고, 갈등을 극복하고, 희망을 안겨주어야 함에도 오히려 중생에 아픔을 주고 걱정을 끼치고 갈등을 유발하는 존재가 되어 있음을 참회합니다.

3. 지극한 마음으로 부처님 전에 참회 하옵니다. 소임을 맡고 실행함에 있어 대중을 소중히 여기고 공정하고 투명해야함에도 사사로운 이해와 아집으로 이를 그르쳤음을 참회합니다.

4. 지극한 마음으로 부처님 전에 참회 하옵니다. 세상을 향해서는 정진하라, 무명을 떨치라, 상을 버리라 외쳤지만 정작우리는 게으름과 어리석음에 빠져 있었음을 참회합니다.

5. 지극한 마음으로 부처님 전에 참회 하옵니다. 승가 공동체는 무엇보다‘화합’을 최고의 덕목으로 삼고 있음에도 편 가르기와 차별에 빠져들어‘화합’을 지키지 못하였음을 참회합니다.

6. 지극한 마음으로 부처님 전에 참회 하옵니다. 우리 내부에 작은 허물이 있을 때 바로 드러내어 치유하지 못하고 남의 일인 것처럼 무관심하여 수수방관하고 다른 곳에 책임을 전가하며 냉소하였음을 참회합니다.

7. 지극한 마음으로 부처님 전에 참회 하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언제 어디서나 용맹정진하는 것이 수행자의 본분이거늘, 명예와 이익을 떨쳐버리지 못하였음을 참회합니다.

8. 지극한 마음으로 부처님 전에 참회 하옵니다. 율장의 전통과 종헌 종법의 절차가 우리 스스로 존중해야 할 소중한 가치임에도, 우리의 문제를 함께 토론하고 해결하기보다는 오히려 세간의 질서와 규율에 더 집착하였음을 참회합니다.

9. 지극한 마음으로 부처님 전에 참회 하옵니다. 스스로의 허물을 부끄러이 여길 줄 알며 남을 기꺼이 존중하고 칭찬하여야 함에도, 남의 허물을 들추어내고 비방하였음을 참회합니다.

10. 지극한 마음으로 부처님 전에 참회 하옵니다. 부처님 법대로 살자는 큰스님들의 결사 정신을 계승하지 못하고 수행자의 본분을 망각한 허물을 가슴 깊이 참회합니다.

이제 실천이 남았다. 승가의 위의를 추락시키는 막행막식을 몰아내고, 파벌 갈등을 해소해 화합을 이루는 일, 재정의 투명성을 높이는 일, 선거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서두르지는 말되 부처님 법대로 살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실행해 나가야 한다. 총무원과 중앙종회는 물론 종도들 모두가 동참해야 할 대작불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