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계의 다른 몇몇 별처럼 지구도 거대한 시공時空을 갖고 있다면 지구에는 큰 것이 어울리고 큰 것이 아름다울 것이다. 그러나 억 겁 무한대의 우주 속에 지구는 한낱 작은 점이요, 순간에 불과하며, 너무나 작고 약한, 그래서 넘치기 쉽고, 깨어지기 쉬운 한 개의 질그릇에
불과하기 때문에 지구에는 작고 가볍고 부드러운 것이 어울린다.
작고 가벼움 그리고 부드러움은 생명과 기쁨의 상징이요, 크고 무거움 그리고 딱딱함은 죽음과 절망의 표적이다. 크고 무겁고 딱딱한 것은 더 빨리 사멸된다. 작은 지구의 작은 법칙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적어도 지구상에 존재하는 세상만물과 세상만사는 다 이 법칙을 벗어날 수 없다. 이 하늘아래 땅위에 횡행하는 모든 진리와 도違도 따지고 보면 이 작은 법칙 그리고 생산, 소비, 분해의 생태학적 순환 법칙의 또 다른 표현에 다름 아니다.
동양 사상의 지족知足, 과유불급過猶不及, 중용中庸, 무위자연無爲自然 청빈낙도淸貧樂道가다 이 법칙을 벗어나지 않으며 부처님의 말씀인 공수래 공수거空手來 空手去, 색즉시공공즉시색色卽是空 空卽是色 그리고 무無의 화두 또한 작지만 큰 법칙으로 접근할 수 있다. 간디가 말한 ‘소유는 죄악이다’ 와 우리 조상님들이 물건을 함부로 쓰고 버리는 것을 ‘살물죄殺物罪’ 라 일컬었던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무릇 작고 큼의 잣대는 무엇일까. 세상 만물과 세상만사를 재는 잣대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땅으로부터 곧 바닥에서 자를 올려 재는 것이요 또 하나는 하늘로부터 곧 천장에서 자를 내려 재는 것이다. 키가 크다는 것, 빌딩이 높다는 것, 돈이 많다는 것, 권세가 대단하다는 것, 다 따지고 보면 하나같이 바닥에서 재는 잣대에 의한 것이지 천장에서 잰 것이 아니다. 땅과 바닥의 가치, 또는 세속의 가치로 우리가 크고 많다는 것들은 또 하나의 잣대인 천상의 자로 재면 오히려 작고 보잘 것 없는 것들이다. 진정 크고 높고 귀한 것은 지상에서는한없이 낮고 보잘 것 없고 겸손한 것들이다.
21세기 인류의 최대 문제인 환경오염과 생태계 파괴는 한마디로 우리 인간이 이러한 지구의 자구적 自救的 생존 체계 또는 우주생명의 온 그림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마음대로 행동함으로써 발생한 것이다. 작고 겸손함의 참된 아름다움을 모르고 사는 까닭에 생기는 것이다. 지구상의 수많은 생명체 가운데에서 유독 인간만이 생태계 또는 우주 질서로부터 일탈된 삶을 살고 있다. 마치 암세포처럼 무조건적인 증식만 추구하고 있다.
‘거대’ 신드롬에 깊이 빠져 환경을 해치고 나이가 인류의 삶 그 자체를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멀리 볼 것도 없이 바로 우리 주변만 살펴보아도 큰 것을 선호하는 생각이 얼마나 널리 퍼져 있는지 곧 알 수 있다. 세계 최대의 쓰레기 매립장과 한창 건설중인 지상 최대의 공항, 그리고 전국 곳곳의 공장, 대학, 교회, 아파트, 자동차, 빌딩 등 클수록 지선至善이라는 생각의 결과물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다. 이른바 발전과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온 나라가 대규모로 파헤쳐지고 있다. 이 좁은 손톱만한 나라에, 천연지원이라고는 없는 이 나라에 큰 것들만 빼곡이 들어 차고 있다. 온 나라가 큰 ‘대大’ 와 지나칠 ‘과過’ 에, 그야말로 ꡐ크고 지나치게ꡑ 에 중독되어 있다.
이제 우리는 온갖 왜곡된 이념이나 사상, 그리고 독선, 아집, 부패한 생활상을 버리고 지구생태계에 걸맞는 청빈한 삶을 살아야 한다. 그리고 ‘작은것이 아름답다’ 는 지구 사랑의 양심 선언을 해야 한다. 더 이상 지구 생태계가 큰 것이 최고라는 인간들의 명백히 잘못된 생각에 의해 희생되서는 안된다. 작은 것은 진실로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