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에서 말하는 여덟 가지 괴로움 가운데에는 사랑하는 사람과 혜어지는 괴로움(愛別離苦)과 함께 미운 사람을 만나는 괴로움(怨憎會苦)이 들어 있다.
내가미워하는 저 사람만 없다면, 또는 저 사람이 나를 미워하지만 않는다면, 이 사바세계가
극락과 진배 없을 터인데 그것이 마음대로 되지 않으니 속상하고 답답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러나 중생의 업이란 것이 장소를 옮긴다고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고 보니, 짐을 싸서 이사를 간다해도 거기에도 ‘원증회고’ 가 또 기다리고 있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그 따위 이유 때문에 우스갯 소리처럼 훌쩍 지구를 떠날수도 없고 저 쪽을 떠나보낼 수도 없으니 그저 답답할 뿐이다.
그러다보니 어느때에는 이렇게 살 수밖에 없는 자신까지 슬그머니 미워지기도 한다.
따라서 이 증오심은 우리 불자들에게는 수행에서의 큰 과제인 것이다.
세계를 주름잡는 강대국들은 인류의 평화를 소리 높이 외치고 있다. 또 세상의 많은 종교들도 사랑과 자비를 입이 닮도록 강조한다. 그러나 정작 세계의 평화는 그들에 의해 깨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금 지구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많은 전쟁들이 사실은 종교적인 갈등이 그 배경에 도사리고 있음을 우리는 안다. 세계 평화를 지킨다는 명분으로, 또는 자기 종교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그들은 남을 증오하며 총구를 겨누고 있는 것이다. 세계 평화는 지금
이들에 의해 배반당하고 있고, 이것은 인류 공멸의 길이기도 하다. 그런데 문제는 그들이 눈 앞의 이익과 아집에 사로잡혀 이것을 잊고 살아 간다는 점이다.
특히 서구종교의 배타성과 증오심은 유별나다. 자기들의 유일한 진리에 어긋나는 종교적 신념은 조화를 꾀할 여지가 전혀 없는, 궁극적으로 모두 몰아내야 할 사탄이고 적이다.
사랑은 단지 구두선口頭禪일 따름이고 정작 키워가는 것은 증오심이다.
불교인이 닮아서는 안 될 것 가운데 하나이다.
우리의 마음과 정신에도 전파가 있다. 이 쪽에서 전파를 보내면 저쪽에서는 어디서나 듣고 싶은 라디오 방송을 들을 수 있다. 누구에겐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깊게 가지면 그 상대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좀더 나아질 수 있다는 말이다. 곧, 간절한 기도가 효험을 나타내는 경우도 이에 속한다.
물론 라디오가 없거나, 있더라도 전파가 미치지 못하는 곳이라면 어렵겠지만. 그러나 그 전파는 상대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은연중에 자기의 모습을 만들어가기도 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자기 얼굴에 책임을 지라는 이야기도 여기서 비롯된 말일 것이다.
예컨대 남을 미워하는 마음으로 자기 자식에게 쏟는 사랑은 자식을 삐뚤어지게 하고 남들에게 미움을 받게 된다.
아무튼 분명한 것은, 남을 미워하는 것이 나를 기분 좋게 하기보다는 살아가는 데에서 끊임없이 나를 괴롭게 한다는 것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여기서 증오심을 다스릴 수 있는 수행 방법에 대하여 함께 생각해 보자.
첫째 , 남을 적극적으로 이해하려는 자세를 가져보자.
남은 자기와는 성장 과정도 다르고 사유 방식도 다르다.
따라서 다른 것이라고 해서 모두 나쁜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게다가 사람은 오해를 잘하는 존재이다. 저 쪽 사정은 생각하지 않고 자기 중심으로 해석하고 판단하기 일쑤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 사람 처지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어떻게 그럴 수가 있나하는 생각보다 앞서야 한다.
둘째, 남의 좋은 점을 크게 보자. 누구에게나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기 마련이다. 장점은 작게 보면서 단점만 크게 보는 습관에서 미움과 괴로움은 시작된다.
살인도殺人刀를 휘두르지 말고 활인검 活人劍을 써야 한다.
좋은 점으로 남을 격려해 주는 버릇이 그의 단점을 고치는 데에도 효력을 갖는다.
셋째, 미워하는 마음의 근원을 고요히 명상해 보자.
조용히 가부좌를 하고 앉아 내가 그의 무엇을 미워하고, 왜 미워하는지를 명상한다.
사랑스러운 것을 사랑하는 것은 자비가 아니다.
허물과 미운 점을 보듬어 주는 마음에서 자비심이 싹튼다.
미움에 대한 명상에서 자비심이 샘솟고 거기서 미움은 자연스럽게 자취를 감출 것이다.
넷째 , 웃음 짓는 연습을 자주 하자. 웃음은 자기 마음을 즐겁게 하면서 남에게도 좋은 기분을 갖게 한다. 아침에 일어나서 웃음을 지어 보자.
내가 미워하거나 나를 미워하는 사람에게 웃음을 띠어보자.
날마다 좋은 날이 될 것이다.
미워하는 마음이 나의 시간을 빼앗아간다.
미워하는 마음이 미움을 받게 한다.
미워하는 마음이 나를 괴롭게 한다.
나의 마음과 우리의 평화를 깨는 것은 우리가 증오하는 대상이 아니라 바로 우리의 증오심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