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적 변화와 희망의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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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비의 소리 - 오성
1995년 08월 162호
나라 밖에서는 영원한 혈맹인 줄 알았던 미국이 두 개의 한반도 정책을 펴고 있다. 일본은 독자적으로 꽤 빠르게 북한과 수교를 추진하고 있다. 지방자치 단체장 선거로 유월이, 그리고 삼풍백화점 붕괴, 김대중 정계 복귀와 신당 창당, 5.18고소고발 사건에 대한 최종 수사 결과 검찰의 공소권 없음 발표 따위와 같은 일련의 사건 진행으로 칠월이 지나갔다. 이 사건들은 어찌 보면 각각 별개의 사건들 같지만 좀더 연기적인 관계 속에서 그 속을 들여다보면 안타까운 현실을 만나게 된다.
지금은 21세기를 향한 세계사적 대격변의 시기이다. 그 준비 단계로서 풀뿌리 민주정치인 지방화 시대를 여는 국민적 참여와 합의 속에서 국가 경쟁력을 강화할 필요성이 요구되고 있다. 민중이 진정한 역사의 권한자이며 책임자임을 확인 받는 지점에 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방 선거 과정으로 이루어 놓은 ꡐ행동하는 양심에 의한 역사의 정의ꡑ를 정치인들은 삼풍의 참사 현장으로 매몰시켰다. 고속 성장의 결과로 정의보다 돈이 우선되는 양심 없는 사회에서 정치인은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리고. 역사의 권한자이며 주체자가 민중임을 망각하고, 특정 정치인 자신만이 해결자인 양함으로써 우리의 정치를 과거로 후퇴시켰다.
지방화 시대에 필요한 것은 지방이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결정하고 스스로의 책임 아래 해결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로부터 지방에 관한 책임을 넘겨받아 훈련하고 자신의 체질에 맞게 펴 나가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나타난 현상은 앞으로의 총선과 대선에서는 중앙정부의 관료적 지배를 대신해서 중앙 정당의 정치적 지배가 더욱 크게 들어설 가망이 짙다.
ꡐ힘이 정의ꡑ라는 논리를 극명하게 보여줄 뿐인, 오늘의 정치 현실은 우리 사회의 진보적 변화와 희망의 정치와는 거리를 멀게 하고 있다. 문민대통령의 집권 초기에는 사정에 건 국민의 기대도 자못 컸으려니와 정치 10단의 초연한 자세에 국민들은 우리 정치가 그만큼 성숙해졌다고 믿었다. 그러나 국제 정치의 미숙과 오판을 확인받고, 정 많은 국번의 너그러운 이해를 구하며 속셈을 드러낸 현실 앞에서 국민이 기댈 곳은 어디인가.
21세기 통일 조국을 향한 발판과 국제 사회의 새로운 질서 속에서 어떻게 조화롭게 성장해 갈 것인가 하는 문제는 국민 스스로의 자각과 판단 그리고 정의와 힘에 의해 달려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국내외의 정치 현실성과 비판 정치의 도덕성 가운데 어떠한 선택이 슬기로운가 하는 물음에 대해서는. 미래 사회에 대한 청사진이 갖는 설득력과 아픈 과거에 대한 매듭에서 국민들은 표로써 응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