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침 退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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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가의 얼과 멋 - 편집실
1995년 08월 162호
찌는 듯한 무더위가 계속되는 때면 세상사람들은 시원한 차림으로 산이나 바다를 찾아 나선다. 그러나 수행자의 여름은 허벅지와 엉덩이가 땀으로 짓무르도록 선방에서는 화두와 씨름을 하고 강당에서는 경전을 붙잡고 목청을 틔운다. 혼자는 나태해지기 쉬운 때이니 대중이 모여 그 힘으로 무더위를 이기며 공부를 한다 음력으로 사월 보름부터 칠월 보름까지 석 달이 여름 안거이다. 숲 속을 거닐기도 하고, 앞 뒷문 활짝 열어 놓고 목침을 베고 매미소리에 젖기도 하며 무더위를 쫓고 기력을 회복하기도 한다.
퇴침은 갸름하게 작은 궤 모양으로 싼 베개의 하나이다. 서랍이 달린 것이 많으나, 사방을 막아 살구씨 따위를 넣어서 흔들면 소리가 나는 것도 있다. 고급은 옻칠을 하거나
황경피를 입히거나 침향색을 내기도 한다. 그러나 보통 사람이 많이 모이는 사랑방이나 주막 등에서는 토막나무를 적당히 베는 것으로 퇴침을 대신하였다. 또 학인들은 잠을 쫓으려고 일부러 표면을 둥글게 하거나 우둘투둘하게 깎은 것을 베기도 하였다.
퇴침에는 목침 외에 도침 陶枕과 골침骨枕이 있다. 사기로 만든 도침은 땀이 많이 나는 여름철에 많이 쓴다. 골침은 나주 지방의 특산물로 볏짚을 눌러서 직육면체를 만들고 곁을 헝겊으로 싼 것인데 탄력이 있고 목침보다는 푹신하여 감촉이 좋다.
지대방에 퇴침을 베고 비스듬히 누워 풀벌레 소리에 스르륵 스르륵 빠져 들어 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