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재동자는 휴사 우바이가 설한 보살의 가르침을 마음에 새기면서 계속 걷다가 나라소국에 이르러, 비목구사신선을 찾았다. 신선은 어떤 고행자의 숲에 머물러 계셨다.
숲에는 가지가지 수목이 무성하고, 과일 나무에는 과일들이 탐스럽게 달렸고, 큰 전단 나무는 묘한 향기를 풍기고 있었다. 숲 속에 들어가니 연못이 보이고, 연못에는 갖가지 연꽃이 아름다운 색을 띠고 있었다. 건너편 강가의 큰 나무 아래에, 머리를 빗겨 상투를 틀고, 성스러운 다루바 풀로 만든 저고리와 나무껍질을 엮은 바지로 몸을 감싼 한 노인이 풀을 깔고 앉아 있었다. 그가 비목구사 신선이었다. 신선은 긴 눈썹과 수염을 늘어뜨리고 있었으며, 일만 명의 신선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선재동자는 그 앞에 나아가 정성껏 오체투지의 예를 올렸다.
비목구사는 신선 무리들을 둘러보면서 말씀하셨다. “여러 신선들이여, 이 동자는 오로지 위없는 깨달음을 구하기 위하여 발심하고, 모든 중생, 일체 중생의 이익을 위해 구도의 여행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갸륵한 일이 아닌가.”
이 말을 들은 신선들은 향기로운 꽃과 향을 선재동자에게 뿌리며, 선재동자를 향해 오체투지를 한 뒤, “이분은 중생이 겪는 일체 지옥의 고통을 없앨 것이며, 애욕의 속박을 끊을 것이며, 무명의 어둠을 깨뜨릴 것이며, 세간을 위해 옳고 그름을 분명하게 알게 하실 것입니다”라며 제각기 찬탄했다.
이때 비목구사 신선이 여러 신선에게 말씀하셨다. “신선들이여, 최상의 깨달음을 구하려고 발심한 사람은 반드시 보살의 행을 실천하고, 모든 중생을 평안에 이르게 할 것이며, 불공덕의 모든 지위에 나아갈 것이며, 마침내 온갖 지혜를 깨닫는 자이다.” 이렇게 말씀하시고는 선재동자에게 다시 말씀하셨다.
“착한 이여, 나는 무승당 해탈의 경계를 얻었을 뿐이다.”
“거룩하신 이여, 그 무승당 해탈의 경계는 어떠합니까?”
비목구사 신선은 대답 대신에 손을 펴서 선재동자의 오른손을 잡았다. 그때에 눈 깜짝할 사이에 선재동자에게는 시방 미진수의 불국토가 보였다. 웅장하게 장엄된 불국토에서는 법회가 열리고 있었으며, 여래들의 색신이 눈부시게 빛났다. 자세히 보니, 그 발 아래에 자신이 여래의 설법 한 마디 한 마디를 빠뜨리지 않으려고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것이 아닌가. 또 여래의 가지가지 신해의 힘으로 모든 서원을 깨끗하게 다스림을 보고, 중생들 각각의 원을 성취시켜 주시려는 많은 부처님의 모습도 보였다. 그 여러 부처님들은 큰 광명 그물로 빛나고, 청정한 만다라로 장엄되어 있었다. 선재 자신을 살펴보니, 무승당 지혜 광명과 함께 제불의 위신력으로 깊은 깨달음에 들어가고 있었다.
또한 자기 몸이 여러 부처님 계신 데서 하루 낮 하루 밤을 지내기도 하고, 혹은 이레, 한 달, 일 년, 백 년, 몇 만 년, 혹은 몇 억 광년을 지내는 것을 보며, 불가설 불가설 미진수 겁을 지냄을 보았다. 그때에 선재동자는 보살의 무승당 법문 지혜가 비치므로, 비로자나장 삼매 광명을 얻었다. 또 금강륜 다라니 광명이 비치므로, 매우 청정한 지혜심 삼매 광명을 얻고, 불허공장륜 삼매 광명을 얻고, 모든 부처님 계정혜 법륜 삼매 광명이 비치므로 삼세에 다함없는 원만한 지혜 삼매 광명을 얻었다. 그때, 비목구사가 선재동자의 손을 놓으니, 동자는 곧 자기의 몸이 비목구사 신선 앞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착한 이여, 기억하느냐?”
“네, 선지식의 위신력으로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착한 이여, 나는 단지 보살의 무승당 해탈문을 알고 있을 뿐이다. 저 보살 마하살이 훌륭한 삼매를 성취하여, 일체 중생을 깨달음에 들게 하여 수승한 삼매를 얻으며, 일체의 시간에 자재함을 얻으며, 제불의 한량없는 지혜와 미묘한 경계를 나타내며, 일체 중생의 원을 따라 그 앞에 나타나는 일들이야 내가 어찌 알며 말하겠는가. 그러한 보살의 행이 어떤 것인지, 그 공덕을 묻는다면, 나는 대답할 것이 없으니 가거라. 여기서 남쪽으로 가면 이사나라는 나라가 있고, 거기에 승열이라는 바라문이 있다.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도를 닦으면 좋을지 물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