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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동물산책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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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강좌 - 윤상림 1995년 06월 160호
나까무라 하지메 편․윤상림 한글 번역

염소

염소는 ‘들양’ 이라고도 쓴다. 일본말의 염소는 근대 조선말의 ꡐ양’ 에서 왔다는 설도 있다. 염소는 본디 소아시아, 페르시아지방의 야생 산양을 스위스 등에서 도태시켜 가축이 된 것이라고 한다. 양에 비해 매우 튼튼하고 기르기 쉬워 많이 찾는다고 한다. 다만 염소의 고기나 털은 양에 비하며 한참 떨어진다.
인도의 반들칼 연구소에서 유학하고 있을 때, 바지라 오라고 하는 이름의 연구원 집에서 아침마다 우유를 일 리터씩 가져다 먹었다. 어느날 소젖이 잘나오지 않았던지 아니면 우유를 구하지 못했던지 염소의 젖을 가져왔다. 우유에 견주어 좀 비리고 풀맛이 났던 것이 기억난다. 염소에 업힌 이야기로 「이솝 이 야기」에 나오는 유명한 늑대와 일곱 마리 염소가 우리에게 낯익다.
인도 잠 지방에 전하는 민간 설화에 ‘엄마 집에 간 염소’ 라는 게 있다. 이것은 미에다노리꼬 씨가1962년에서 63년에 걸쳐 잠 지방을 방문하여, 사백 삼십 종 남짓한 민화를 모은 것 가운데의 하나이다. 어린 염소의 슬기가 엿보여 슬며시 웃음이 돈다.
어린 염소가 엄마 양의 집을 찾아갔다. 가던 길에 질카르를 만났다. 질카르가 “너를 잡아 먹겠다.” 하고 말했다.
그러자 염소가 잠깐 기다려라. 나는 가죽과 뼈만 있어 먹어 봤자 맛이 없어, 엄마네 집에 가서 잔뜩 먹고 뚱뚱해져서 돌아오면 그때 잡아먹는 게 좋을걸ꡓ 하고 말했다.
ꡒ좋아, 좋아. 그럼 갔다오렴ꡓ 하고 질카르가 말했다.
이렇게 가던 중에 하이에나, 표범, 푸주간 주인 등을 만났지만 모두 같은 방식으로 대답해 무사하게 엄마 집에 이르렀다. 잔뜩 먹어서 뚱뚱해져 돌아오는 길이었다. 염소는 아저씨 염소에게 “아저씨, 저를 큰북에 넣어 언덕 위에서 굴려 주세요.” 하고 부탁했다. 아저씨는 부탁대로 했다. 처음 만난 게 푸줏간 주인이었다. 그는 염소에게 물었다.
“여보게 염소 있는 곳 몰라?”
ꡒ염소 따위를 알게 뭐람. 푸줏간 주인인들 알게 뭐람. 데굴데굴, 데굴데굴.”
이렇게 대답하면서 언덕길을 굴러 내려왔다. 그 뒤로
표범, 하이에나, 잘카르를 만났지만 모두 똑같이 말하면서 무사히 집에 이르러 큰북에서 나왔다.
인도의 옛날 이야기에서 발췌.

염소를 인도말로는 보통 아자 aja라고 한다. 불교 경전에서는 「디그 니카야」의 범망경 등에 보인다. 또 양(elaka)과의 합성어 아쟈-에라키ajaflaka는 「테라 가타」(957) 등에 보인다.
그런데 힌두교에서는 자신의 행위에 따라 태어나기도 하고 죽기도 하는 윤회업보설을 주장한다. 카스트의 네 계급 중에서 제일 높은 브라만을 죽이면 죽어서 동물로 태어난다고 한다. 염소도 그 가운데의 하나이다. 「마누」법전에는 개, 돼지, 노새, 낙타, 소, 염소, 양, 사슴, 새의 아홉 종의 동물들을 들고있다.(12, 55)
또 브라만교를 계승한 힌두교에서는 소나 염소 따위를 제단에 바쳐 ‘야쥬냐’ 라고 부르는 희생을 중요한 종교행위로 삼는데, 불교에서는 살생해서는 안 된다 (아항사)는 입장에서 엄하게 금하고 부정한다. 예를 들면 「산유타니카야」에는 이런 기록이 있다.
부처님이 사위성의 제타 숲에 앉아 계실 때, 코설라 국왕 파세나디는 대규모의 ‘야쥬냐’ 를 준비하고 있었다. 오백 마리의 암소, 송아지, 염소, 양 등이 희생이 되어 제사 지내는 기둥에 매여 있었다. 이를 안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말의 축제, 사람의 축제, 몽둥이를 휘두르는 축제, 문빗장을 뽑는 축제, 이런 축제는 애만 많이 쓸 뿐 좋은 과보를 불러오지 않는다네. 염소니 양이니 소니 무수히 죽이지만 제대로 된 길을 가는 훌륭한 신선은 이런 대규모의 희생을 바치는 곳에는 오지 않네. 그러므로 헛수고 하지말고 언제나 순조롭게 하여라. 염소나 양이나 소등이 죽지 않는 축제, 바른 길을 가는 훌륭한 신선들은 이런 축제에 몰려드네. 총명한 이는 이런 축제를 올리네. 이런 축제는 훌륭한 과보를 불러들이네. 참으로 이런 축제를 올리면 사람들은 좋은 일이 있고 나쁜 일은 생기지 않는다. 이런 축제는 크나큰 것. 그리하여 여러 신들도 그것을 기뻐하네.”
나까무라 하지메, 「신과의 대화」

염소와 양과 소가 죽지 않는 축제야말로 참된 축제라고 부처님은 주장한다.

아베지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