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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바라보는 종교와 의혹에 휩싸인 조계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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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리포트 - 편집실 2005년 09월 283호
설문조사는 그 한계에도 불구하고 유용한 자료로 활용된다. 언론에서는 중요한 사건(주로 정치적 사건이지만)이 일어난 직후 설문조사를 하고, 그 결과를 여론이라는 이름으로 지면에 반영한다. 여론은 사건의 이후 향방을 가늠하는 변수로 작용하기도 한다.
지난 6월 한국갤럽은 ‘2004 한국인의 종교와 종교의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불교를 포함한 종교에 대한 우리 국민의 생각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물론, 이번 설문조사에서도 몇 가지 문제가 고쳐지지 않았다.(불교와 유일신교의 차이점이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질문에서 줄곧 ‘성직자’라는 표현 안에 불교의 출가수행자를 포함한 것이나, 신앙 형태가 다름에도 정기적인 예배의식 참여를 신앙행위의 중요한 지표로 보는 것은 적절치 않은데도 개선되지 않았다.)

갤럽 조사 “불교인구 가장 많아”
설문 결과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불교인구가 가장 많게 나타났다.(불교 24.4%, 개신교 21.4%, 천주교 6.7%, 기타 0.9%, 비종교인 46.5%) 종교에 대한 호감도 또한 불교가 가장 높았다.(불교 37.4%, 천주교 17.0%, 개신교 12.3%) 매우 고무적인 현상인데, 예전(84년)의 조사 결과와 수치는 다르지만, 불교인구가 종교인구 중 수위를 나타내고 있는 것은 계속 유지되고 있다. 이 같은 결과는 불교가 그 동안 포교활동에 쏟은 노력의 결과로 볼 수 있다. 또한 한국인의 종교적 정서와 불교의 가르침이 친밀감이 크다는 반증이라고 보아도 무리가 없을 것 같다.
가설이지만, 사찰이 지닌 자연친화적 입지가 불교에 호감을 갖게 하는 중요한 요인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IMF체제 이후 우리 사회는 급격한 변화를 겪었는데, 격화되는 경쟁, 평생직장 개념의 붕괴 등이 경제를 중심으로 한 외형의 확대보다는 내적인 요소를 중요하게 여기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쉼과 돌아봄이 삶의 중요한 과정이라는 인식도 확대되었다. 그러므로 자연히 자연에 위치한 사찰이 쉼과 돌아봄의 공간으로서 대중들은 받아들였다.
설문조사 결과 중 우리가 주목할 부분이 또 있다. 종교인구의 비율은 늘어났지만, 정작 종교적 성향은 뒷걸음질치고 있는 현상이다. 종교인구는 84년 국민의 43.8%였는데, 이번 조사에서는 국민의 절반이 넘는 53.3%로 늘어났다. 갤럽은 이번 설문조사에서 기독교의 창조설과 심판설, 불교의 윤회설과 해탈설에 대한 동의 여부로 종교성을 파악했는데, 동의율이 22.1%~35.4%에 머물렀다. 우리 국민은 특정한 종교의 신자라고 하면서도, 그 종교의 가치관에 밀착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결과적으로, 각 종교가 신자 수를 늘리는 데는 성공했지만, 종교를 신념화하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교육에 문제가 있음을 확인시켜주는 것이다.

종교의 사회적 영향력은 감소 추세
이런 현상과 함께 성직자에 대한 만족도가 감소하고 있음도 소홀히 보아서는 안 되는 상황임을 갤럽 조사는 보여주고 있다. 각 종교인의 성직자에 대한 만족도는 불교인 58%, 개신교인 76.1%, 천주교인 67.4%였다. 전체적으로는 84년의 조사와 비교해 11.2%포인트 감소했다. ‘요즘 우리 주변에 품위나 자질이 부족한 성직자가 어느 정도 있다고 생각하는지’란 물음에 86.7%의 국민들이 ‘많다’고 응답했다.
종교의 사회적 영향력도 감소하고 있다. ‘종교의 사회적 영향력이 증가하고 있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53.9%의 국민들이 그렇다고 답했는데, 84년 조사 때의 같은 질문에 67.9%의 사람들이 동의한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많이 감소했다. 또 종교단체가 종교 본래의 뜻을 잃어버리고 있다(그렇다 68.0%), 교세 확장에 더 관심이 있으며(76.0%), 삶의 해답을 못 주고 있다(그렇다 64.0%)고 응답했다. 매우 심각한 지경이다.
우리 불교는 지금 각종 의혹사건에 휩싸여 있다. 물론 일부의 현상이다. 총무원과 몇 사찰의 문제이다. 현상적으로는 그렇다. 그러나 지금 불거진 문제들이 특정한 공간과 사람들의 문제라고 치부할 수 있을까. 특이한 것은 의혹들이 모두 돈에 얽혀 있다는 것이다. 다른 종교의 가르침과 달리 불교는 돈의 문제에 대해서는 철저하리만큼 경계했다. 그래서 3의1발, 무소유 정신이 불교를 상징하는 것처럼 되었으며, 하나의 거룩한 전통으로 이어져왔다. 그런데 지금 전통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얼마 전 조계총림 방장 보성스님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불교의 해이해진 풍토에 대해 한말씀 하셨는데, 그 말씀이 보성 스님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너무 잘 입고 잘 먹고 잘 쓰는 것이 탈이여. 종교가 돈이 귀한 줄을 알아야지, 요즘 제일 썩은 것이 종교여.”(연합뉴스, 8. 19.)

언론의 잇다른 부패 의혹 제기
이어 <월간중앙>은 9월호에서 ‘조계종 4대 의혹을 캔다’라는 제목 아래 불교중앙박물관 건설 관련 의혹, 화엄사 국고보조금 횡령, 봉은사 인근 아파트 신축과 관련한 금품수수 의혹, 2003년 총무원장 선거 때의 금품살포 의혹 등을 기사화했다. 기사화되었다고 해서 의혹이 사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기사에서도 의혹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총무원 인근에 떠돌던 얘기를 모아놓은 것일 뿐 새로운 것은 아니라며 기사의 파장을 애써 축소하려 한다. 별것도 아닌 것을 언론이 부추긴다는 논리이다.
또다른 한편에서는 의혹과 관련해 계속 언론에 기사화되는 것에 대해 위기감을 나타내기도 하는데, 그것은 교단의 부패상을 종권다툼에 이용하고 있으므로 종단이 어지러워지리라는 걱정을 담고 있다. 위기감의 또다른 원인은 우리 교단의 부패 현상이 고질화되었으며, 자정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이렇게 가다가는 또다른 곳에서 새로운 모양의 의혹과 사건이 터질 것이며, 사회적으로 조계종은 부패하고 자정 능력도 없는 집단의 이미지로 고착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언론의 잇따른 부패 의혹 제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우리의 문제가 그만큼 깊고 넓다는 탄식이다.
종교인구 가운데 불교인구가 가장 많고, 호감도 또한 높다는 것을 갤럽의 종교의식 설문조사를 통해 확인했다. 아울러 종교성은 약화되고 있으며, 종교단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음을 파악했다. 그렇다면 우리 불교가 어떻게 해야 할지, 논의해야 할 주제를 갤럽의 설문조사를 통해 얻었다. 다른 종교보다 수적인 우위에 서기 위함이 아니라, 불교가 중생을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지혜를 모으고, 일거리를 찾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러나 지금 우리 불교는 여러 의혹에 휩싸여 있다. 더 큰 문제는 의혹의 사실 여부를 가리거나, 환부를 도려내는 것이 아니라 종단정치를 둘러싼 정쟁으로 빠져드는 교단의 잘못된 풍토이며, 이에 대해 그러려니 또는 어찌 할 수 없다는 집단적 무력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