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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업은 있는가?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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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마, 영화를 말하다 - 월호 2005년 09월 283호
“스님, 내 등에 돌이 붙었어요. 빨리 풀어주세요.”
“고통스러우냐?” “예, 스님.”
“물고기도 너처럼 그렇게 하였느냐?” “예, 스님.”
“개구리두 너처럼 그렇게 하였느냐?” “예, 스님.”
“뱀두 너처럼 그렇게 하였느냐?” “예, 스님.”
“일어나거라. 걸어보거라.”
“아, 힘들어 못 걷겠습니다. 스님.”
“물고기와 개구리와 뱀은 지금 어떻겠느냐?”
“잘못했습니다. 스님.”
“가서 찾아서 모두 풀어주고 오너라. 그럼 풀어주마. 물고기와 개구리와 뱀 중 어느 하나라두 죽었으면은 너는 평생 동안 그 돌을 마음에 지니고 살 것이다.”

『아름다운 호수 위 그림 같은 암자에 노스님과 동자가 살고 있다. 별 달리 놀이거리가 없는 깊은 산 속. 동자는 물고기와 개구리 그리고 뱀을 잡아 돌을 매달아놓고 즐거워한다.
제법 성숙해진 소년. 어느 날부터 병색 짙은 또래의 소녀가 함께 머무르게 된다. 사춘기의 열정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던 소년과 소녀는 육체관계를 맺게 된다. 건강을 회복한 소녀는 집으로 돌아가고 뒤이어 소년도 암자를 떠난다.
환속한 김호룡은 불륜의 아내를 살해하고 암자로 도피해온다. 노스님은 그에게 반야심경을 새기면서 분노를 삭이도록 한다. 마음의 분노를 삭인 그는 순순히 형사들에게 잡혀가고, 노스님은 배 위에서 스스로 다비식을 하며 앉은 채로 입적에 든다.
얼어붙은 호수. 어느덧 장년이 된 호룡은 암자로 돌아와 노스님의 사리를 수습하고 심신단련에 몰두한다. 어느 날 한 여인이 아기를 안고 찾아든다. 여인은 밤중에 아기를 남긴 채 홀로 도망가다 물에 빠져 죽는다. 미륵반가상을 들고 맷돌을 끌며 산 정상으로 고행의 길을 떠나는 호룡.
다시 봄이 돌아오고, 아기는 동자승이 된다. 여전히 물고기, 개구리, 그리고 뱀을 잡아 입에 돌을 물려 놓고 즐거워하며 논다.』

죄업罪業이란 과연 있는 것일까?

이조二祖 혜가 대사에게 승찬이 물었다.
“제자는 몸에 풍병이 걸렸으니, 청컨대 화상께서 죄를 참회케 해주소서.”
대사가 말했다.
“죄를 가져오너라. 참회케 해주리라(將罪來 與汝懺).”
승찬이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죄를 찾아보았으나, 찾을 수가 없습니다(覓罪了 不可得).”
대사가 말했다.
“그대의 죄는 다 참회되었다. 마땅히 불佛 법法 승僧 삼보三寶에 의지해 살도록 하라.”

이상은 중국 선종의 두 번째 조사인 이조 혜가 대사와 삼조三祖 승찬의 문답이다. 승찬은 요샛말로 하자면, 문둥병에 걸렸던 것이다. 사람들은 보통 사소한 질환에만 걸려도 ‘도대체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런 고생을 하는가?’ 하고 푸념을 늘어놓는다. 그런데, 문둥병이라고 하면, 특히 예전에는 하늘이 내린 형벌, 즉 천형天刑이라고 하여 지극히 죄인시하고 기피하던 중병이다. 따라서 승찬은 자신의 죄가 엄청나다고 생각하고 이조 대사에게 참회를 요청했던 것이다. 자신의 힘만으로는 참회가 불가능하리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혜가 대사의 답변은 의외였다. ‘죄를 가져오너라. 참회시켜 주리라.’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죄를 가져오라니?
스스로 죄 많은 중생이라고 생각하던 승찬에게 이 말은 큰 충격을 던져 주었다. 죄를 찾아보았다. 그러나 그 어디에서도 죄를 찾아낼 수가 없었다. 죄라는 것의 실체가 없었던 것이다. 결국 죄는 없었다. 죄의식이 있었을 뿐!
그렇다면 죄의식은 어디로부터 온 것일까?□

달마, 이 영화를 말한다.

“죄업에는 자성 없어 마음 따라 일어나니
마음 만약 소멸하면 죄업 또한 사라지네.
죄도 없고 마음 멸해 둘이 함께 공해지면
이것이 이름하여 진정한 참회라네.”
(罪無自性從心起 心若滅時罪亦亡
罪亡心滅兩俱空 是卽名爲眞懺悔)
- 《천수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