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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삼화사 원명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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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계삼소 - 이연정 2005년 09월 283호
올여름은 유난히 덥다. 30도를 훌쩍 넘기는 무더위가 예사가 되었다.
무릉계곡은 피서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강원도 국민관광지 1호. 일명 무릉도원이라 불릴 만큼 아름다운 비경을 자랑하는 무릉계곡에는 예부터 시인, 묵객, 고승, 수도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던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계곡 초입의 무릉반석 주변에는 그들이 남겨놓은 흔적들이 곳곳에 남아 있다.
무릉계곡 초입에 위치한 삼화사는 일찍이 신라 때 세워진 고찰.
고찰이라지만 10여 년 전에 왔을 때만 해도 삼화사는 수승한 자연환경에 비해 초라하기 이를 데 없었다. 바로 앞 계곡에서 고기 굽는 냄새 진동하고, 주인 없는 집처럼 정리되지 않은 채 방치된 듯해 안타까웠다. 그런데 오늘 삼화사는 예전처럼 허술해 보이지 않았다.

삼화사는 지난해(2004년)에 포교원이 선정한 신도등록 최우수 사찰이다. 사실 국립공원 안에 위치한 많은 사찰들이 규모는 커보여도 신도 부분에 있어서는 속 빈 강정같이 실속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체 신도가 많지 않다는 얘기다.
그런데 삼화사는 신도수만이 아니라 신도들의 활동이 활발한 사찰로 이미 정평이 나 있다. 그것을 흔히 ‘조직화가 잘 돼 있다’고도 하는데, 그 표현은 어쩐지 타종교에나 어울릴 것 같고, 신도들의 신심과 유대감이 남다르다고나 할까.
주지 원명 스님은 삼화사의 가장 큰 자랑거리가 “신도들의 신심”이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삼화사에는 취미와 관심에 따라 뭉쳐진 10여개의 신행단체가 있다. 자원봉사를 주로 하는 자원봉사회, 차를 좋아하는 ‘다인회’, 전통등을 만드는 ‘연등회’, 관음회, 지장회, 약사회, 사진동아리, 합창단, 불일회, 거사림회, 금강경독송회 등등 여기다 불교대학 기수별 모임까지 더해지면 수는 더 늘게 된다.
삼화사 신도들은 대개가 이중 어디 한 군데에 속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초하루법회를 제외하고는 각자 모임별로 한달에 한번 법회를 보고 있다. 이런 활동들이 신도들의 소속감과 결속력을 강화시켜주는 요인이다.
또한 각각의 단체가 자체 활동뿐 아니라 한결같이 절 일도 내 일처럼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삼화사는 절 운영 자체가 신도들에게 맡겨져 있기 때문에 주인의식을 갖지 않을 수가 없다.
이렇게 삼화사 신도회의 활동이 두드러지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지 않다. 상원사 북대에서 수행하던 원명 스님이 삼화사 주지로 오면서 삼화사가 변모하기 시작했다. 5년전이다.

원명 스님은 출가한 지 30년이 넘었지만 선방만 돌았을 뿐 주지는 물론이고 사중 소임조차 맡아본 적이 없다.
요즘은 선방에 방부 들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계를 받기 위해서는 일정기간 강원 내지는 선방에서 살아야 하기 때문에 선방마다 방사가 모자라 공사중인 곳이 많아 부산스럽고 번거롭다.
그에 비해 상원사 북대는 조용하고 고참스님들끼리 있다보니 수행하는 데 더없이 좋은 조건이었다. 그래서 여기서 오래 있고 싶다 했는데 북대와는 인연이 그 뿐인지 문중(월정사문중)에서 여러 차례 주지를 권유해 왔다.
그동안 주지직을 사양해왔지만 스님은 주지가 해야 할 일에 대해 과소평가를 해온 것은 아니다. 주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포교라고 생각했고, 포교도 수행만큼 중요한 일이라고 여겨왔다.
처음에는 지역포교를 생각했다. 산사는 도심과 떨어져 있기 때문에 지역별로 뭉치게 한다는 계획이었는데 실패했다. 거리상 가깝다 해서 마음이 맞으란 법이 없었다. 멀어도 친한 이들끼리 마음이 맞는 이들끼리 관심분야가 같은 이들끼리 모임을 갖도록 하였더니 원만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교육을 시작했다.
삼화사에서 신도증을 받으려면 기본교육을 받아야만 한다. 2년 과정의 동해불교대학도 개설했다. 인원은 100명, 지금 5기가 공부중이다. 다른 불교대학들은 점차 인원이 줄어든다고 하는데, 동해불교대학은 인원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신도교육을 통해 나타난 현상은 적극적인 신도가 늘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삼화사 신도들 중에는 삼화사 일을 자기 일처럼 하느라 집에 갈 시간조차 없는 이들도 있다. 아마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라면 못할 것이다.
또한 남자의 비율이 많아졌다. 불교대학의 경우 처음 1기 때만 해도 5%에 지나지 않던 것이 지난 4기에는 4:6 그래도 출석률로 보면 남자가 항상 더 많았다. 이번 5기에는 5:5로 동수가 되었다.
남성 불자의 수가 늘고 있는 것은 이점이 많다. 일단 가정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아무래도 일을 함에 있어 상식이 풍부하고 추진력이 있어 일처리가 수월하다.
어떤 스님은 교육을 우려하기도 한다. 신도들이 너무 많이 알면 스님 공경할 줄 모르고 오히려 보시도 기도도 줄어든다는 것이다. 그러나 스님은 아직 그걸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스님은 늘 금강경에서 말하듯이 재물로 보시하는 것보다 부처님말씀을 실천하는 것이 더 큰 복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오히려 그전보다 보시가 더 늘었단다.
알면 공경할 줄 모른다고 하지만 실제 공경이라는 것이 가르쳐서 되는 것은 아니고, 공경받을 만해야 공경받는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래서 스님은 주지로 공경받으려 애쓰지 않는다. 오히려 주지실의 문턱을 내렸다. 함부로 들어올 수 없는 곳이 아니라 누구나 들어와서 차 마실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방사가 모자랄 때는 대중방이 되기도 한다.
스님이 신도들에게 귀에 못이 박히도록 강조하는 점이 또하나 있다. 신도가 이 절의 주인이라는 점이다. ‘주지住持’는 말그대로 잠시 머물다 가는 이일 뿐이고 절을 지키면서 이끌고 나가야 하는 이는 신도들이라고.
삼화사는 신도들이 절 살림을 하고 있다. 스님은 방향을 제시하고 결재권도 갖고 있지만 진행은 신도들이 하고 있다. 절은 사부대중으로 이루어져 있고 신도 자신이 주인이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이런 방식에 신도들이 익숙지 않아 했다. 그래서 하나씩 하나씩 건네주다 보니 이제는 신도들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살림솜씨도 유연해졌다.
원명 스님은 주지로 오면서 절대 돈을 만지지 않는다는 나름의 철칙을 세워놓았다. 절은 돈이 없어도 스님들은 돈이 많다는 말이 우스갯소리처럼 회자한다. 스님은 돈에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음을 알고 있다. 출가자도 마찬가지고 스님 자신 역시 예외는 아니라고 말한다.
욕심을 버리고 출가했지만 세상사 모든 일이 욕심 아닌 것이 없다. 불사를 잘하겠다는 것도 선의라고는 하지만 일종의 욕심이다. 욕심은 욕심을 낳는 법. 애초부터 신도들에게 맡기면 욕심을 내고 싶어도 낼 수 없을 것이라는 속셈이 있었다.
열네 살 어린나이에 절에 들어와서 어른스님들께 귀가 따갑게 듣던 소리가 시줏돈 함부로 하거나 사사로이 쓰면 오역죄에 해당하니 무서운 줄 알라는 소리였다.
어느 때인가는 수채에 떨어진 밥풀을 주워 먹으라는 엄명에 한 알씩 물에 헹구어서 먹은 적도 있었다.

42개 템플스테이 사찰 가운데 하나인 삼화사는 사실 요즘 휴가철을 이용해 오는 사람들이 많아 무척 바쁘다. 무릉계곡을 끼고 있고 조금만 나가면 동해 바다가 보이는 삼화사는 템플스테이 신청자들의 선호사찰이다.
템플스테이는 기간을 따로 정해두지 않고 상시 운영하고 있다. 하루를 있건 이틀을 있건 제한을 두지 않는다. 어떤 이는 하루 있다 간다고 하고는 2주일간 있기도 한다. 한꺼번에 몰리면 방이 모자라지 않을까 싶은데 법당도 있는데 설마 절에 잘 곳이 없겠느냐다. 융통성이 많은 것은 스님 스타일이다.
템플스테이에 대해서는 사회에서 좋은 시각만 있는 것은 아니다. 템플스테이 사찰들이 위치한 곳이 대부분 청정지역인데 많은 사람들이 숙식을 함으로 인해 절이 계곡을 오염시키는 데 앞장서는 격이라는 비난여론도 있음을 알고 있다.
스님은 그것이 일정부분 맞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삼화사에서는 최근 하수종말처리시설을 많은 돈을 들여 해놓았다. 정화되는 물은 10PPM 정도. 아예 관으로 길게 빼서 상가의 하수처리부분으로 연결시키려 했는데 상가도 양적으로 한계가 있어 수십억원이 들어가는 어려움이 있어 아직은 자체처리를 하고 있으나 장기적으로 시와 협의 중에 있다.
환경문제라면 스님의 관심분야 중의 하나. 사회활동에는 어디에도 관심을 갖고 있지 않으나 불교환경연대에만은 회비를 꼬박꼬박 거르지 않는 회원이고 직책도 맡고 있다. 또한 삼화사에는 무릉계곡 환경지킴이가 있어 정기적으로 계곡을 청소하고 보호활동을 펼치고 있다.
덕분에 스님은 늘 바쁘다. 불교대학 강의도 있고 가끔 신행회 법문도 해야 하고, 템플스테이도 챙겨야 한다. 다행히 신도들이 와서 내 일 처럼 봐주기에 가능한 일이다.
며칠 전에는 공양주 보살이 일이 너무 힘들었는지 둘이 한꺼번에 나가자 신도회에서 돌아가며 자발적으로 봉사를 하고 있다. 스님은 신도들이 하니까 반찬이 더 좋아졌다며 좋아한다.
주지노릇을 하면서 스님이 깨달은 것이 있다. 불교는 스님들이 길만 열어주면 된다는 것이다. 신도들은 큰 것을 바라지 않는다. 스님들은 잘살지 못해도 못살지만 않으면 된다. 템플스테이 하면서도 알 수 있는 것이 불교는 가만히 있어도 관심을 가질 만한 요인이 충분히 있기 때문에 최소한 스님들이 실망만 시키지 않으면 된다. 그런데 그것조차 어려운 것을 보면 불교발전의 공도 스님이요, 저해요인도 스님이라고.
사실 잘산다는 것이 쉽지 않다. 스님 역시 삼화사 주지로 올 때까지만 해도 주지노릇 하면서도 수행도 열심히 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스스로 생각에 그게 잘 안 됐다. 그러니 누구 탓을 할 수도 없다.
삼화사에도 선방을 지었다. 포교뿐 아니라 수행공간을 만들고 싶어 이미 불사는 마무리지어졌다. 그러나 전각 하나 덩그마니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스님들이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이 아직 갖추어지지 않아 개원을 미루고 있지만 스님의 숙원사업 중 하나다.
“중이 출가해 수행 안하면 소 늙은 것과 같다고 합니다. 늙으나 젊으나 수행해야지요.”
요즘은 오랫동안 선방수좌로 생활하다 주지직을 맡아 훌륭하게 포교와 행정업무를 해나가는 스님을 종종 보게 된다. 수행을 통해 쌓여진 맑은 기운을 세상에 전파하다보니 주변도 깨끗해지고 있는 모양이다. 삼화사 주변 공기가 맑고 향기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