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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차 기초 수련 법회를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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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의 이야기 - 여여행 / 기초수행 2005년 09월 283호
아무리 넓고 안락한 내 집이 있고 든든한 부모와 사랑스러운 자식이 있다 할지라도 우리 모두는 스님 말씀대로 ‘길 위의 사람’일 뿐이네요.
내 자신이 어디서 왔는지, 어디로 갈 건지도 전혀 모르는 채 어찌 그리 태평하게 여지껏 살아 왔을까요?
아마 나 혼자만 그런 게 아니라 생명 지닌 것들은 다 함께 짊어진 숙명이기에 당연히 그런 거려니 무심히 넘겼던 것이겠지요.
우리 중생들의 막연한 불안과 두려움과 외로움의 뿌리가 바로 ‘길 위의 사람’일까요?
어쩌면 우리가 사는 세상 지금, 여기가 있는 그대로 완벽하고 온전한 세상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슬픔, 고통, 미움과 증오, 무관심, 차별과 학대 등 온갖 악행이 순간마다 일어나는 이 사바세계에 사람 몸을 가지고 태어났음을 진심으로 부처님께 감사드립니다.

사람 몸 있을 때 ‘공부하고 수행하라’는 스님들의 말씀을 이제는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이 몸은 요구 사항이 얼마나 많은지 끄달려 가자면 끝이 없고 이 세상 헛살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내 몸이 투정부리고 원하는 것들을 관하기만 해도, 이 몸을 부처님 말씀으로 고삐삼아 공부하고 수행한다면 여지껏 본능과 감각에 충실하면서도 교양으로 포장한 짐승 같은 사람으로 살았다면 이제는 온전한 사람으로 거듭나 진리를 실천하는 보살로 살아갈 수도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을 수련법회에서 배웠습니다.

해인사 여름 수련 법회에 참석하기 전에 표충사 관음전에서 새벽에 1000배를 올리며 4박 5일을 40박 50일 이상의 공부거리와 신심을 배워오기를, 한낱 구경꾼으로 머물지 말고 주인공이 되어 해인사 그 자리에서 하나라도 온전한 내 것으로 녹여 버리자고 발원했습니다.

(저는 이제 마악 몸의 응석을 깨부수기 위한 절의 가피를 알아가며 놀랍고 공경심을 느끼고 있답니다.)
잠 많고 게으른 제가, 늘 몸이 편하자는 대로 끄달려 다니던 제가 새벽 2시면 일어나 목욕재계하고 정신을 모으며 배고픈 줄도 모르고 힘든줄도 모르고 그저 환희심으로 가득 차 행복하기 그지없었습니다.
큰스님들, 학인스님들, 행자스님들, 자봉님들까지 각자 맡은 바 넘치는 소임을 차분하고 여여하게 해내시는 모습에 어찌 저희가 엄살을 부리겠습니까?
그저 이런 훌륭한 도량을 밟으며 스님들의 진심 어린 관심 속에서 공부하고 수행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얼마나 행복하고 감사한지…….

새벽 예불을 올린 후 별이 총총한 신새벽길을 한 줄로 서서 성철 스님 부도탑까지 소리 없이 걸어가는 모습이 장관이었습니다.
어두워서 내 몸도 잘 보이지 않으니 우리가 사람인지 귀신인지 그냥 영혼이 움직이는 것 같았습니다.
사실 사람과 귀신의 차이가 뭐 별겁니까?
몸 있으면 사람이고 몸 없으면 귀신이겠지요.
우리가 깨닫지 못하고 죽으면 그대로 귀신 되는 거 아닐까요?
집착하는 마음과 한이 깊다면 귀신으로 출몰하는 거겠지요.
어쨌든 부도탑에 둥그렇게 참선 자세로 앉으면 마치 성철 스님이 뒷짐지시고 미소를 지으시며 미혹한 저희들을 격려해 주시는 듯한 포근함과 힘이 생겼습니다.
보경당에서 하는 참선은 말 그대로 졸음과의 전쟁이고 머리만 아프더니 깜깜한 신새벽, 야외의 참선은 우주의 신선한 새벽 기운이 그대로 머리 꼭대기로 쏟아져 들어와 머리는 맑고 가슴은 환희심으로 가득 차 내 몸은 텅 비어 사라져 버린 순간을 경험했습니다.

끊임없이 저희들의 고정된 생각의 틀을 깨부수기 위해 흔들어주시던 질문들, 포장하시기는커녕 스님에 대한 환상을 품지 못하도록 가볍게 하신 말씀이지만 결코 쉽지 않은 이야기들, 되새겨 보면 무척 중요한 포인트이기도 하네요.

저희들이 진정 추구해야 할 것들은 거창한 깨달음이기보다는 생활 속의 작은 깨달음들.
밖으로 향한 시선을 거두어 안으로 나를 향해 나의 생각과 행동을 관하고 순리에 맞게 여여하게 큰마음을 내어 일상에서 수행하여 나의 영혼을 맑히고 성장하는 일이 우선이겠네요.

둘째 날.
금강경 강의를 해주신 원창 스님은 법문하시길 “의심하라. 이해 안 되는 것을 믿으면 맹신이다” 하셨고 반야심경 강의를 해주신 지엄 스님은 “의심치 말고 무조건 믿고 따르라”고 법문하셨습니다.
도대체 이 어리석은 중생더러 어떡하라는 말씀인가 무척 혼란스러웠습니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보니 두 스님 말씀 모두 옳고도 옳은 말씀이라 여겨집니다.
해인사 스님들이 계속 우리의 생각을 흔들어 주셨는데 그 결정타였습니다.
대충 감은 잡았지만 좀더 깊이 꼼꼼히 관해보고 머리로서가 아니라 가슴으로 깨닫기 위해 말을 아끼겠습니다.
두서없이 생각나는 대로 쓰면서 아직 못다한 얘기들이 많지만 다음으로 미루겠습니다.

7차 기초 수련 법회를 함께 한 법우님들, 그냥 스쳐가는 인연들이 아니라 전생에 함께 부처님 도량에서 공부한 도반들이겠지요.
그립군요.
다들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