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왜 사는지에 대해 혼돈하고 있었다.
무엇을 위해 노력하고 애쓰는지 흔들리고 있었다. 내가 누군지도 모르겠고 공부는 왜 하는지 친구는 왜 사귀고 부모에겐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갑작스레 잊어버렸다.
매일 밤이 되는 것이 무섭고 또다시 똑같은 일상을 위한 아침이 오는 것이 두려웠다.
그간 너무 해맑고 자신 있게 살아오다 갑자기 이런 혼돈 속에 빠지면서 내가 해야 할 일, 행동, 말, 마음가짐, 웃음, 눈물 등이 짜증과 화로서 나타나게 됐고 화가 머리 끝까지 치솟는 감정들이 반복되면서 이 모습이 본래의 나의 모습이 아닐까라는 무서움에 기대고 의지하고 나를 훈계해줄 무엇인가를 찾아 헤맸다. 종교는 없어도 무관하다고 확신하며 살던 내가 부처님을, 하느님을, 예수님을, 신이란 신은 모두 외쳐대기 시작했고 진정 내 마음을 붙들어 줄 신을 찾기 위해 성당도 가보고 어머니를 따라 절도 다녀봤지만 다 그곳에서 머리 숙일 때만이 끝으로 끝나 버렸다.
어쩌다 산중에서도 천주교와 불교, 두 가지를 두고 공부하기 시작했는데 불교공부를 쉽고 가까이 느끼기 위해 해인사 수련회를 선택하게 됐다. 참선을 신청하려다 마감 돼버려서 염불을 하게 됐는데 목탁 두드리면서 관세음보살을 외쳐대는 재미가 쏠쏠했다.
염불 속에서 한 꼬마아이가 보였다. 계속 그 꼬마아이가 아른거린다.
가만히 서서 물끄러미 슬픈 표정인지 생각없는 표정인지 모를 표정을 지으며 나를 보고 있었다. 그리곤 아빠가 보였다. 아빠가 그 꼬마아이 손을 잡고 유치원 가는 길을 지나가고 있었다. 아빠가 내 방에 있다. 등이 굽어진 채 뒷짐지며 내가 뭘 하나 하고 기웃거리신다.
내가 화낸다. 아빠가 화가 나셨다.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신다.
아빠가 일하신다. 다른 나라 사람들과 열심히 실험하고 연구 중이시다.
친구가 나를 부러워한다. ‘너네 아빠 멋지시다. 좋겠다’라고.
화가 나고 눈물이 났다. 그리곤 아빠가 가여웠다.
난 언제나 외로웠다. 지금도 외롭다. 외롭게 사는 게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하고 단념했다. 누구도 나를 이해하지 못했다. 친구도 많고 엄마 아빠 동생도 있고 언제나 웃고 다니는 내가 외롭다는 걸 이해하질 못한 모양이다.
염불. 이게 묘하다.
내가 외로울 수밖에 없는 게 20년 간을 아버지와 떨어져 지낼 수밖에 없던 나의 생활과 그런 아버지를 이해하려 하지 않는 내 모습과 돈 때문에 해외에서 일해야만 하시는 아버지를 보고 자라면서 나도 모르게 왜 사는지, 사는 이유가 뭔지에 회의를 느끼게 되었던 것 같다.
염불하면서 아버지의 모습이 떠오르고 웃으시며 계시지만 떨어져 지내 홀로 타지에서 일하시는 그 마음이 느껴져 눈물이 원없이 흘렀다.
부처님 법에서 나는 내것이 아니다. 나는 부모의 일부이며 자식의 일부이기도 하다. 아버지 또한 우리를 위해서 우리가 행복한 걸 통해 당신 스스로도 행복하기 위해 애쓰시고 계시단 걸 이제 가슴 저미게 느끼고 있다.
나는 내것이 아니다. 나는 부모의 일부이며 조상의 일부이기도 하고 후손을 위한 몸이기도 하다. 한번도 이렇게 생각해 본 기억이 없다.
나를 위해 부모도 있고 친구도 있고 행복도 있다고 생각했다.
내게 있으면 행복하지 못한 것들에 대한 욕심이 지나치지 않았나 싶다. 못한 것을 얻기 위해 애쓰다 보니 내 몸과 마음이 지치고 있었나 보다. 마음을 닦으면 일단 내가 행복해지고 이를 보는 사람들이 행복하게 된다는 말씀을 새기어 내 마음을 닦는 사람이 먼저 되어가야겠다고 다짐한다.
금강경을 듣고 부처님의 말씀을 들으면서도 모르는 부분이 너무 많다.
너무 쉽게 이해되는 것 같지만 생각을 멈추면 아예 떠오르지도 않는 것이 법이 아닌가 싶다. 알다가도 모르겠고 모르던 걸 더 모르는 게 법 같다.^^
공부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 것만으로도 만족하고 열심히 알아갈 마음자세를 기르도록 해야겠다.
마음의 답답함을 풀고자 부처님을, 신을 찾아왔지만 부처님은 한 분이 아니신 것 같고 그리고 절대신도 아니란 걸 느끼게 됐다.
기대고 의지할 마음은 언제 어디로 없어졌는지 그리고 내가 걱정하고 고민하는 일들이 얼마나 헛되고 작은 문제들이었는지 느껴 같이 수행하는 분들께 죄송했다.
마음 편히 지내고 싶어 찾아온 해인사에서 내가 배우고 알고 이해해야 할 것들이 많고 많음을 느끼고 가게 된다.
알아야 할 게 너무나도 많은 것 같다. 부처님 말씀을 가슴 깊이 새기기 위해 해야 할 일들을 보니 막막하지만 아직 젊다는 희망을 안고 차근차근 이해해 가도록 해야겠다.
이제는 공부를 위해 영국으로 간다. 1년이 될 지 2년 3년 4년이 될 지 확신은 없지만 수련회를 통해 흔들리지 않는 모습으로 갈 수 있을 것 같아 너무 다행이다.
타국에 가서도 불안해 하지 않도록 기도해야겠다.
자명 스님께서 말씀하셨듯이 해외에도 불교모임이 많으니 찾아봐야겠고 매일 관세음보살을 10분 정도 외쳐봐야겠다. 좋은 도반을 만나게끔 해 달라고….
갈 때가 되니 일감 스님께서 말씀하신 것들이 계속 떠오른다.
너무나 쉽고 이해하기 쉽게 말씀해 주셔서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인 나로서는 그저 감사하고 또 감사한다.
마음에 새겨진 감흥과 어구 등이 너무나 많아서 무엇이라 표현하기 힘들다. 글로 적어 내려갈 수 없는 답답함을 탓하면서 여기서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