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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담족의 후손 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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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지 影池 - 이겸 2005년 03월 277호
열두 가지 다짐

一. 아녀자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으리라.
一. 속세의 헛된 이야기에는 귀도 기울이지 않으리라.
一. 돈이나 재물에는 손도 대지 않으리라.
一. 좋은 옷에는 닿지도 않으리라.
一. 신도의 시주물에는 몸도 가까이 않으리라.
一. 비구니 절에는 그림자도 지나가지 않으리라.
一. 냄새 독한 채소는 냄새도 맡지 않으리라.
一. 고기는 이로 씹지도 않으리라.
一. 시시비비에는 마음도 사로잡히지 않으리라.
一. 좋고 나쁜 기회에 따라 마음을 바꾸지 않으리라.
一. 절을 하는 데는 여자아이라도 가리지 않으리라.
一. 다른 이의 허물은 농담도 않으리라.

구담족의 후손 성철

성철 스님의 사리탑을 출발해 산길을 오른다.
해인사 암자 중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백련암을 향해 가는 길.
잎을 떨군 나무는 앙상한 가지로
겨울을 지나고 있다.
봄기운이 미치지 못하는 숲은
아직 겨울의 끝자락에 머물고 있다.
큰절을 빠져나와서 얼마 지나지 않은 곳,
개울 건너와 길가엔 부도들이 보인다.
비석이 없어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는 무덤,
숲을 지나는 세찬 바람에도
조금의 움츠림조차 없는 사람처럼 서 있다.
잠시 멈추어 합장을 하고 나서 오르막으로 접어든다.
차 한 대가 지날만한 길 양옆엔 조릿대가 무성하고,
깨어진 콘크리트 길 위론 눈이 녹아 얼어붙었다.
겨울을 놓아주지 않으려는 심산인지,
숲에는 봄눈이 제법 쌓였다.
전날 쓸어놓은 듯한 비질 자국이
백련암 입구까지 이어진다.
해가 나고 지붕에 쌓인 눈이 녹기 시작한다.
낙수와 함께 눈이 미끄러지며
떨어지는 소리가 간혹 들릴 뿐,
몇 해 전 여름에 올라왔을 때처럼 여전히 고요하다.
불면석처럼 꿈쩍도 하지 않았고,
생철같이 단단했던
선사가 머물던 곳엔
뒤를 잇는 수도자들이 모여 있다.
원통전에 들러 일봉 스님을 만나
삼배를 올린다.
성철 스님을 추억하며
‘수도자의 길을 걷다가
논바닥에 쓰러져 죽는다 해도
달게 받아들이는 삶을 살겠다’는
스님의 말엔
모든 수도자들의 치열함과
결연함이 드러난다.
‘아무나 갈 수 없는 길’을 가고 있는
모든 수자들에게 머리를 조아리는
마음으로 다시 절을 올린다.
“절집에 살지 않더라도
규칙적인 일과를 통해 사유가 아닌,
수행을 해야 합니다!
게을러질 때에도, 쾌락 중에도,
운동을 하다가도, 대화 중에도,
언제 어느 때건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는데……’
하고 해야 합니다”라는
말도 덧붙이신다.

‘진리를 위해서라면
내 육신을 생각지 않는다.
위법망구爲法忘軀’란
뜻을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