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서운 추위가 몰아치던 겨울은 어느덧 지나가고 만물이 소생하는 따스한 봄의 문턱인 3월이 시작되었습니다. 움츠린 대지는 이제 새 생명을 얻은 듯 작은 새싹들은 앞 다투어 자태를 뽐내느라 분주해 보이기만 합니다. 그동안 세상을 꽁꽁 얼게 했던 한파도 입춘의 절기 앞에선 더 이상 힘을 쓰지 못하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됩니다. 또 움츠린 세상이 다시 활기를 되찾아간다는 생각에 봄이라고 하면 왠지 생기가 왕성하고 뭔가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는 느낌에서 저는 봄을 가장 좋아합니다. 이제 우리가 함께 사는 사회도 이런 봄기운으로 밝고 힘차게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직도 우리 사회 주변에는 어려운 이웃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들은 날씨가 추워지면 많은 걱정도 하고, 외로워한다는 것을 저는 요즈음 더 알게 되었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겨울만 되면 연례행사처럼 각종 언론에서 “소외되고 고통 받는 이웃들에게 사랑의 온정을 나누어주자”는 구호를 외치며 돕고 있지만 단기 행사로는 그들을 돕는 데 힘이 모자란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정부나 사회단체가 소외계층을 위해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을 기울일 때 우리가 사는 세상은 그들과 함께 더 풍요로워질 것입니다.
2003년 12월 10일 저는 사이버공간에 바라밀이라는 카페를 개설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새로운 불자님들과 소중한 인연도 맺고, 그들과 함께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눔을 실천하고자 준비를 했습니다. 카페가 생기고 난 다음 해부터 바라밀 회원들은 자비바라밀이라는 자원봉사 모임을 결성하여 지금까지 나눔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바라밀이라는 의미는 불교에서 ‘피안에 이른다.’와 ‘절대 완전함’의 두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바라밀은 모두 자기 자신을 완성함과 동시에 많은 사람들을 이롭게 하는 보살의 자비 실천인 것입니다.
저희 자비바라밀은 밀양에 위치한 천주교 복지시설인 오순절 평화의 마을을 찾아가 2004년 첫 자원봉사를 시작했습니다. 그곳에서 저희는 다른 봉사자들처럼 노력봉사를 하지 않고 다과잔치를 해드렸습니다. 그곳은 정신지체 장애인과 부랑자나 독거노인들이 계시는 곳입니다.
자비바라밀 회원들은 전국 각지에서 먼 길을 이곳까지 달려왔지만 자원봉사가 처음인 사람들이 많아, 많이 어색해 했습니다. 하지만 저희들은 150분 정도 드실 다과를 준비하면서 그분들에 대한 마음의 벽을 조금씩 허물어 갔습니다. 그것은 그들의 착한 마음과 밝은 미소 때문이었습니다. 그들은 처음 방문한 저희들에게 아주 친절했고, 포근히 대해주며 반겨주었기 때문에 이내 그들과 하나가 되어 하루 동안 즐겁게 지내고 오는 그런 봉사였습니다.
부처님 말씀처럼 살고자 발심하는 자비바라밀 회원들을 보면서, 저는 최대한 그들에게 보람과 감동을 느끼게 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해, 다과잔치를 하는 자원봉사를 택했던 것입니다. 다행히 즐겁게 자원봉사를 하고 감동도 느꼈다는 회원들의 반응에 잠시 안도의 한숨을 쉬기도 했습니다.
회원들이 직장인이고, 서로 멀리 떨어져 살기 때문에 저희는 두 달에 한 번씩 그곳에 찾아가 다과를 차려 드리고, 함께 하는 시간들을 보냈습니다. 다행히 자비바라밀 회원들이 스스로 마음에서 이웃을 살피고 나눔을 실천하는 자비심을 찾는 것 같아 함께 한 저는 무척 기쁘고 행복했습니다. 봉사활동을 통해 삶의 새로운 감동과 보람을 느낀다면 그들은 행복의 또 다른 세계와 만나는 소중한 인연이 되지 않을까요?
회원 대부분은 서울에 거주하지만 아침에 고속전철을 타고 와서 봉사를 하고, 저녁에 상경하는 열정을 보이는 것은 그들이 이 일에 보람을 느끼기 때문일 것입니다. 제가 그들과 함께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참석을 했지만, 이 행사를 책임지는 사람이 아니라면 과연 그들처럼 이렇게까지 시간과 돈과 노력을 들여서 자원봉사를 할 수 있을까 하고 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기도 합니다.
저는 출가해 승려가 되기 이전에는 남을 위해 나눔을 실천해본 적이 없는 부끄러운 청년이었습니다. 기껏해야 노숙자들에게 동전 몇 개 주는 것 말고는 선행을 베푼 적이 없었고, 또 더 큰 문제가 있다면 그런 제 자신을 반성해보거나 돌아볼 생각조차 갖지 못했습니다. 그런 저는 자비바라밀 봉사가 부끄러운 제 자신을 부처님 전에 참회하는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출가한 승려로서 신심을 내어 기도도 하고 부지런히 간경도 하며 정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불자님들과 함께 자비를 실천하며 느끼고 배우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스스로가 항상 불자님들께 “보시하라” “간절히 기도하라” 이런 말들을 남용하지만 정작 저는 얼마나 어려운 이웃들을 돌봐 왔으며, 그들에게 나눔을 얼마나 실천해 왔는가 생각을 많이 해봅니다. 그래서 저는 기도하는 마음과 참회하는 마음으로 자원봉사를 꾸준히 하려고 다짐을 합니다.
바라밀은 카페 개설 1년 만에 자원봉사자들을 모집하여 1년간 나눔을 실천에 옮겼고, 현재는 서울노인복지센터에서 급식지원을 하고 있으며, 양양에 위치한 반야노인무료요양원에 정기적인 후원을 하려고 관계자 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자원봉사에는 참여를 못하시지만 온라인상에서 매달 후원금을 보내주시는 고마운 분들 덕분에 자비바라밀은 이렇게 더 많은 활동을 할 수 있지 않나 생각을 해 봅니다.
바라밀 카페는 천명이 넘는 회원에 만족하지 않고 더 많은 분들과 인연을 맺으려고 노력하고, 함께 바라밀행을 실천하고자 하는 회원들과 봉사 현장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으며, 성금을 모아 매년 바라밀 책을 출간하여 법공양을 올리기도 합니다. 작년에 천권을 발간하여 출판기념회도 가졌고, 회원들이 주변 지인들에게 책을 나누어주며 바라밀 활동을 알리시는 모습을 볼 때면 훈훈한 감동이 들기도 했었습니다. 이런 소중한 인연들과 바라밀은 사회의 따뜻한 봄바람이 되고자 작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아직 어린아이의 서투른 행보일지라도 함께 하는 소중한 마음으로 나눔을 전하는 자비바라밀 봉사자들이 있기에 저는 마음 한구석에 든든함을 느낍니다. 제가 이런 일을 하게끔 많은 지도와 관심을 가져주신 은사스님께서는 ‘출가의 근본정신을 잊지 말고 항상 보현행자가 되어 수행 정진하라’고 말씀하십니다. 스님께서 불교 포교의 필요성에 대해 누구보다 더 잘 아셔서인지, ‘요즘 세간에서는 진정한 자비보살의 출현을 원하고 있다’는 당부의 말씀을 주실 때마다 저는 가슴이 뭉클해 옵니다.
“나는 과연 어찌 해야 자비보살처럼 살 수 있을까?” 저는 아직 부족함이 많지만 여러 사회복지시설에서 자원봉사를 하시는 분들을 보면서 자비보살님이 가까이 계시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세상 사람들의 사고가 물질적으로 변해가고 정서가 메말라가고 있다고들 하지만 봉사자들의 따뜻한 가슴 속에는 부처님의 자비종자가 꿈틀대고 있다고 저는 확신을 하고 있습니다.
바라밀 카페를 운영하면서 함께 한 봉사자들과 여러 복지시설을 답사하고 봉사하면서 많은 경험들을 하고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복지시설들이 늘어나고, 자원봉사자들과 좋은 일들을 하는 많은 모습들을 보면서, 우리 주변에 계시는 그분들이 세상을 포근히 감싸줄 따스한 봄바람이 아닐까 이 글을 쓰면서 다시 한 번 생각을 해봅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문자로서만 이해하고 깨닫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누는 기쁨은 실천한 사람만이 알 수 있듯이 저도 이제 이런 일에 동참하면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보시의 참된 의미를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모두들 주위 상황이 어렵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처럼 어려운 시기에도 어디선가 땀방울을 흘리며 어려운 이웃들과 나눔을 실천하시는 모든 분들에게 ‘파이팅’이란 말을 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