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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를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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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마의 방 - 이인영 2005년 03월 277호
유마의 방에 글을 쓰겠다고 하고 나서 참 많이 후회하였습니다. 불교나 부처님에 대해서 공부를 한 것도 아니고 자랑할 만한 인생을 산 것도 아닌데 덜컥 글을 쓰겠다고 하여 구업이나 짓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그냥 보잘것없이 사는 이야기에 부처님과 독자 여러분의 너그러움을 바랄 뿐입니다.

그리 오래 산 인생은 아니지만 요즘 사람들이 10년 전이나 20년 전에 어떻게 살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대학을 다닐 때 밤늦게까지 술자리를 하고 나서 여자 후배들에게 물어보는 것이 버스 내려서 집에까지 얼마나 걸어가냐이었습니다. 밤늦게 혼자 집에까지 걸어가는 것이 걱정되었지요. 과거에는 버스나 지하철에서 내려서 집에까지 걸어가는 것이 보통인데 요즘은 열이면 아홉 사람은 마을버스를 타고 갑니다. 중고등학교를 다니는 학생들도 조금만 멀어도 마을버스를 타고 다니니 마을버스가 없으면 어떻게 살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도 합니다.
마찬가지로 컴퓨터나 인터넷이 없었던 시절에는 어떻게 살았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초등학교를 입학하기 전부터 아이들이 컴퓨터를 중요한 장난감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감옥에 가면 가장 괴로운 것이 인터넷을 할 수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저도 컴퓨터 속에서 이리저리 구경 다녀보면 재미있는 것이 있습니다. 포털 사이트를 비롯하여 여러 사이트에 회원으로 가입하려면 자신의 정보를 제공해야 합니다. 회원정보 중에 빠지지 않는 것이 직업입니다. 그런데 직업란에 정치인이나 국회의원을 본 적이 없습니다. 항상 기타였습니다. 참 정치인이라는 직업은 보통사람들에게 별종인가 봅니다.

정치를 하는 사람들의 특성 중에 하나가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입니다. 그리고 정말 많은 이야기와 정보를 한꺼번에 얻게 됩니다. 그러다보니 언제 한번쯤 들은 이야기인데 그이야기가 언제 누구에게 어디서 들은 이야기인지 모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평범한 사람이 지식을 얻으면 비범한 사람이 되고 비범한 사람이 지혜를 얻으면 평범한 사람이 된다.”
경전에 있는 말씀인지 어떤 훌륭한 성인의 말씀인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불교 말씀인 듯 합니다. 깨달음을 얻으면 있는 그대로 살아가지만 어떠한 걸림도 없고 좋은 것도 없고 나쁜 것도 없다는 말씀이라고 생각됩니다.
국회의원에 처음 출마하였던 2000년에는 표를 얻기 위해 사람들이 모인 곳이면 어디든지 달려갔습니다. 지하철역 앞에서 수도 없이 인사하고 시장으로 식당으로 공원으로 심지어 나이트클럽까지도 가보았습니다. 왜 정치를 하는지 왜 국회의원을 하려고 하는지 설명도 하지 못하고 그렇게 마구잡이로 선거운동을 하다 낙선을 하였습니다.
낙선을 하고 난 후 차분히 어떻게 하면 표를 얻을까 분석도 하고 주변의 조언도 듣고 다시 찬찬히 사람들을 만나다보니 표를 얻는 방법을 조금씩 터득하였습니다. 그래서인지 지난 2004년 선거에서는 국회의원이 되었습니다. 아마도 표를 얻는 지식은 얻은 듯합니다.
그리고나서 선거라고 하는 조급함을 버리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진정으로 듣게 되었습니다. 때로는 청탁을 하기도 하고 억지를 부리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국민들은 나라를 이렇게 만들어 달라, 싸우지 말고 욕심 부리지 말고 정치하라고 하셨습니다. 이런 것이 잘못되었으니 이렇게 고치라고 조언을 해주기도 하였습니다.
민심이라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것을 간간이 느끼게 되었습니다. 삶속에 있는 진정성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분들의 말씀 속에서 정책에 대한 아이디어도 얻고 국회에서 이렇게 하여야겠구나 하는 반성도 하게 되었습니다. 그분들에게서 지혜를 얻게 되었습니다.
국회의원이 된 지 8개월 정도가 지났습니다. 때로는 힘들기도 하고 외롭기도 합니다. 행정수도 이전이나 국가보안법이나 사립학교법 등 저와 우리당이 주장하는 바가 국민들에게 바르게 설명되지 못해 답답하기도 하였습니다. 17대 국회가 이전 국회와 다르지 않으며 더 못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억울하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끊임없이 반성하고 정진하겠습니다. 항상 초심을 유지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출가하여 처음 삭발할 때의 그런 마음을 가지겠습니다.
깨달음의 경지는 멀고멀지만 여러분에 기대어 참되고 바른 정치인의 길을 찾겠습니다.
저의 보잘것없는 글을 끝까지 읽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보왕삼매론의 두 구절로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겠습니다.
“일을 꾀하되 쉽게 되기를 바라지 말라. 일이 쉽게 되면 뜻을 경솔하게 두게 되나니 그래서 성인께서 말씀하시되 여러 겁을 겪어서 일을 성취하라 하셨느니라.”
“남이 내 뜻대로 순종해주기를 바라지 말라. 남이 내 뜻대로 순종해주면 마음이 스스로 교만해지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내 뜻에 맞지 않는 사람들로서 원림을 삼으라 하셨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