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클리의 부처님 오신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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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화 - 진월
1995년 06월 160호
한국의 절에서는 이제 여름 안거에 들어 정진의 깊이를 더해가고 있으리라. 이곳 버클리도 곧 여름학기가 시작될 것이다. 봄 학기 마무리로 모두가 분주하다. 지난 한달 동안 이 곳 주위에서 있었던 몇 가지 불교관계 소식을 간추려 본다.
먼저 4월21일과 22일에 버클리 대학컨퍼런스센터에서 한국인의 정체성과 문화에 초점을 맞춘 한국학 회의(Constructing ꡒKOREA : Interdisolpl fnary Perspectives on the Politics of Ntional Identity and culture) 견문이다. 역사와 고고학, 언어 문학 및 영화, 사회학과 경제학, 제분과 토의에 이은 종교와 의식 분과 차례에서, 발표자 가운데 한 사람이었던 UCIA의
RobeIt Buswell은 “한국 불교라고 할 것이 있는가? (Is there a ꡑ Koran, Buddhism?)ꡓ 란발표에서, 동아시아 대승불교 전통의 보편성 속에 오직 한국적이라고 할 것이 별로 없었는데 일제 치하에서 민족문화의식과 함께 일본의 동화정책에 대응하여 독자적 전통 확보에 계
기를 갖게 되었고 해방 이후 정화운동을 통해 한국 불교전통의 주체의식을 제고시켜 온 것으로 분석하였다. 같은 분과에서 캐나다 British Columbia 대학의 Donald Baker는 기독교의 한국화(cmistianity Koreanized) 에 대하여 발표하였는데 매우 긍정적 평가였다. 한국종교 시청의 객관적 인식을 위해 외국인들의 한국 체험과 자료 분석의 표현을 참고할 필요가 있음을 느꼈다. 이미 알게 모르게 세계화의 물결을 타고 있는 지금, 외국인들에게 어떻게 한국의 전통이 이해되고 우리의 모습이 어떻게 비쳐지고 있는지를 파악하여 그들의 인식을 깊고 올바르게 할 대응과 아울러 우리의 독선과 편견도 반성해 봄직하다.
지지난해에는 동남아 불교전산연구소 답사기간 중 대만에서, 지난해는 부처님 오신 날에 한국에 가서 사월 초파일을 맞았고 올해에 처음으로 버클리에서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이하게 되었다. 학기말의 바쁜 가운데에도 경축기념식을 학교 캠퍼스에서 갖게 되어 기뻤다. 이번 기념식은 필자가 주도하고 있는 버클리 대학교 불교인협회(CaI Buddhist Associadon)가 주관하고 북가주 불교협의회(Buddhist Council of NOIthern California)와 공동으로 5월 7일 오후에 버클리 대학교 강당에서 개최하였다. 그런데, 이백 오십여 명의 참석자 가운데 한국인은 열 명도 되지 않았다. 마침 이 날이 음력 사월 초파일이라 이 지역 한국 사찰들마다 독자적인 행사가 있어 한국인 불자들은 저마다 인연있는 절에 갔을 것이고, 평상시에도 학생과교직원 위주의 모임이었던 터에 일요일이고 또한 학기말시험 때라서 학교측 인원도 적을 수밖에 없었다. 다만 부처님 오신 날을 즈음하여 필자가 쓴 신문기사를 보고 참석한 방문 학자 몇 사람과 협회 간부들의 참석에 불과하였지만 좋은 분위기에 모두들 흐뭇하게 하였다. 기독교신자연 한국일보 샌프란시스코 지사의 편집부장이 와서보고 외국인 불자들의 관심과 참여에 놀라워했으며, 종교 특집 기사난에 우리 행사를 제대로 보도해 불교의 위상을 새롭게 했다.
기념식은 먼저 강단에 불상 안치와 욕불 준비를 한 뒤 각국 스님들이 입장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일본스님의 종성에 이어 우리 협회로부터 환영사가 있었고 태국스님의 인도로 삼귀의와 오계가 파리어로 낭송되었다. 이어서 미국인의 부처님 탄생에 대한 경전 봉독과 중국 스님의 예불 및 심경 독송이 있은 뒤 필자가 한국 찬불가를 불렀다. 티벳 스님의 독경을 끝으로 일부 순서를 끝내고 잠시 휴식 시간을 마련하여 여러 단체에서 갖고 온 다과를 나누어 친교를 다졌다. 이부에서는 조안나 메이시 교수의 부처님 오신 날에 대한 강연이 있었는데, 참석자들에게 큰 공감을 주었다. 이어서 미국인의 안내로 명상 시간을 갖은 뒤, 스리랑카, 태국, 캄보디아, 라오스 등의 남방 스님들의 축복을 비는 빠리어 독경이 있었다. 끝으로 욕불식이 진행되었는데, 참석자 모두가 아기 부처에게 준비된 꽃을 바치고 예배하며 향탕수로 관정하였다. 이러한 연합 봉축행사는 여러 나라 불교 전통의 조화로운 합작으로서 이 지역 불자들의 친목과 탁마를 위하여 해마다 5월 초에 개최하여 왔는데 올해로 열일곱번째였다.
한국에서도 보도 되었으리라 짐작하지만 지난주 한국일보 샌프란시스코 판에 실린 좋은 소식 한 가지를 전한다. ꡒ여기는 평양” 이라는 제목으로 ꡒ안상호 특파원 ‘그리운 산하’ 를 가다ꡓ를 부제로 하여, 지난번 이른바 ꡐ평축ꡓ참가 보도 시리즈의 하나였다. “LA서 남북한 합동법회ꡓ, “평축참가 불교 지도자들 평양측과 합의ꡓ란 큰 글자체가 이 곳 현지면 1면 우측 상단을 장식한 것이다. 그 기사를 일부 전재한다. ꡐ남북불교 관계자들의 교류가 미주 한인 불교인들의 주도로 올해 안에 다시 재개된다. 조국평화통일 추진 불교인협의회 미주본부(본부장 도안스님)의 정산 상임고문(수도사 주지)과 부회장 지현정사 (진각종IA포교원)은 지난 4월 말 평양에서 조선불교도연맹의 고위 관계자들과 세 차례 모임을 갖고 지난 91년 1회 대회 이후 중단되었던 남북통일을 위한 합동기원법회를 올해 안에 LA서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이 대회를 주관할 평불련 미주본부는 이번 기원법회에 남북 불교 관계자는 물론 일본의 민단계 재일불교도협회, 조총련 불교단체 관계자를 비롯한 해외 한민족 불교대표도 많이 초청해 남북교류를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한국에 본부를 둔 평불련은 통일을 기원하는 불교인들의 범종단적인 모임으로 조계종 총무원장인 송월주 스님이 회장을 맡고 있다.
한편 조선불교도연맹 측은 미주 불교인과의 회의에서 LA에서 열릴 통일기원 법회에 앞서 광복50주년 기념 남북 불교인 대회를 오는 8월 15일 판문점에서 열자고 제안했으며 이 대회의 성사 여부와는 상관없이 LA대회를 추진하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통일 관계 활동에 관심있는 필자도 이 대회에 참가하여 그 결과를 「해인」 독자들에게 알릴 생각이다.
5월 20일부터 6월 24일까지 하와이 대학에서는 ꡒ불교적 삶과 죽음(Buddhist Living and Dying)ꡓ에 대한 여름 학기 프로젝트가 진행된다. 토요일마다 포럼 및 시연 형식으로 학점 취득을 위한 수강생들은 물론 일반 대중들의 참여도 예상되고 있는데, 삶과 죽음의 의미를 담은 예술, 의식, 신앙, 관습, 가치, 철학 등 아시아 문화 가운데 관련 분야를 탐색하고 음미해 보려는 시도이다.
첫째 날(5월 20일)에는 생사 문제를 다루는 현대 구호 봉사자 양성 체계와 아시아 문화 형태에 대한 개괄적 토의가 있었다. 둘째 날(5월 27일)에는 일본 불교전통, 셋째날(6월 3일)에는 월남 불교 전통, 넷째 날(6월 10일)에는 한국 불교 전통, 다섯째 날(6월 17일)에는 중국 불교전통, 여섯째 날(6월 21일)에는 남방 불교 전통, 일곱째날(6월 22일)에는 티벳 불교 전통, 여덟째날(6월 23일)에는 일본인의 삶과 죽음, 마지막 날(6월 24일)에는 아시아 불교문화속의 삶과 죽음에 대한 심포지엄이 있게 된다.
각 나라의 불교전통을 대표히는 교단 지도자들과 하와이 대학 교수진 외에 위스콘신 대학의 애론슨 박사, 라이스 대학의 클레인 교수, 경도 대학의 베커 교수도 참여한다. 한국 불교 전통 부분은 필자가 맡게 되었다. 아시아불교 문화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서구인들에게 편견과 오해를 불식시키고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은 모두에게 유익할 줄 안다. 실제로 장례와 제례의 불교 의식에 참석했던 많은 사람들은 불교인이나 비불교인을 막론하고 그들이 그 내용을 알고 싶어 해도 알 수 있도록 설명해 주는 기회는 거의 없었다. 그 뿐만 이니라 죽음을 앞둔 노인들이나 환자들에게 안정과 희망을 주는 등의 사회 구호 봉사 활동도 다른 종교들에 비해 저조한 현실이다. 한국 내에서도 삶과 죽음에 관한 여러 가지 주제로 종교인파 학자들이 함께 모여 토의하고 탁마하여, 이러한 인간의 보편적 관심사에 대한 우리 불교 전통의 대처 방법들을 돌아보고 현대인들의 요구에 알맞는 조처를 연구 개발하여 그 결과를 보급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6월 3일부터 8일까지 하와이에서는 대원사 창건 이십 주년 학술대회가 하와이 대학교 협찬으로 개최된다. 사십 여 명의 학자들이 모여 평화와 불교 윤리를 논의할 것이다. 곧 하와이로 가서 그곳 소식을 전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