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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산, 이후로 낯설지 않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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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류동천 - 김홍영 2004년 10월 272호

음력 구월 구일은 양수陽數가 중복된 날이라 하여 중양절重陽節이라 부르는데, 이 무렵이 되면 산야의 국화가 한창 피기 시작하여 그 향이 복욱馥郁할 때이다. 옛적의 문인들은 이 날 산수의 경치가 아름다운 곳을 택하여 여럿이 함께 모여 국화를 술에 띄워 마시고 운자를 내어 돌아가며 시를 지어 서로 품평하면서 흥겨운 하루를 보냈다.
과거에 대구 부사로 있던 오서梧墅 임철수林澈洙도 또한 공무를 보는 여가에 중양절을 맞이하여 가야산을 찾아가 하루의 놀이를 즐기고, 가야산의 풍경과 물상을 빠짐없이 다 시로 읊고 이를 시낭詩囊에 담아가지고 돌아왔다.
부사가 이 날 놀이에서 돌아온 후, 시낭을 열어 자신의 시를 여러 사람들에게 보였는데, 그 가운데 대구 무태無怠에 살았던 금서琴西 이석규李錫奎(1816~1892)가 부사의 시를 보고 자신도 모르게 흥에 겨워 그 시에 차운하기를 다음과 같이 하였다.

교남명승최자산嶠南名勝最玆山 영남에서 이 산이 가장 아름다우니
장사유공잠불한長使遊暫不閒 오래도록 유람객 잠시도 그치지 않았네
홍수환봉잉작화紅樹環峯仍作畵 단풍든 나무는 봉우리 둘러 그림을 이루고
창태인석자성반蒼苔印石自成斑 푸른 이끼는 돌에 붙어 절로 반점이 되었네
천년왕첩고운거千年往牒孤雲去 천년 전 시를 남긴 고운은 이미 떠나고
구월청금진일환九月靑衿盡日還 구월에 놀이 온 선비는 해 질 무렵 돌아가네
수폭경장능사경數幅瓊章能寫景 몇 폭의 주옥 같은 시 능히 경치를 그려내니
가야종차배생안伽倻從此倍生顔 가야산 이로부터 빛을 배로 더하리

그리고 금서는 부사의 시를 두고, 일찍이 소동파蘇東坡가 이른바 ‘타일입산 불위생객他日入山 不爲生客’이라는 말을 인용하여, 종전에 가야산을 모르던 사람이라 할지라도 후일 이 시를 읽고 난 후 가야산에 들어간다면 결코 낯설지 않을 것이라는 소감을 피력했다.
어느 옛그림의 화제畵題 가운데 ‘구월의 가을은 어느 날이고 중양절 아님이 없다(九秋無日不重陽)’는 구절이 있는데, 당연히 그 그림에는 국화가 그려져 있다. 마침 이 달 중순은 음력으로 팔월이 다하고 구월이 시작되는 때인즉, 우리도 구월의 어느 날이든 하루라도 한가한 겨를을 내어 국향과 붉은 단풍과 푸른 이끼 어우러진 가을 산을 찾아 옛사람의 풍류를 함께 즐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