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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계사 금당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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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수 그림마당 - 이철수 1995년 05월 159호
금당에 올라 정상탑에 인사를 올리고 나와 보니 이른 봄날이라 아직 꽃 한 송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지리산 자락에는 해 묵은 산수유 열매가 붉은 빛으로 꽃대신 저를 보라 하는
듯합니다. 겨울을 지나고도 여전히 붉으니 대견합니다.
그 날 그 자리에 함께 다녀오신 스님 한 분은 이제 이승 사람이 아니십니다.
육조 스님도 떠나시고 그뿐, 그이도 떠나고 보냐 세상에 혼적없습니다. 그이 가신 소식
듣고 가 보니 다비하는 자리에는 조문객도 다 떠나고 흰 연기 자욱한 골짝에 히늘이 퀭하니
열려 있었습니다. 그 허공에다 작별 인사를 하고 돌아오는 길에 곰곰 생각해 보니, 이승 떠
나신 이들을 끌고 다니고 사람들 기억에 깊이 박아 놓으려는 수작이 두루 부질없습니다.
부음. 부고조차 쓸데없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