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운데와 양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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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비의 소리 - 진각
1995년 05월 159호
사람이 살아 가면서 사람의 뜻대로만 된다면 희망이라는 말은 필요가 없다. 희망하는 것이 없으면 절망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은 절망이라는 벽에 부딪혀 가치관의 혼란을 겪는다. 삶을 아프게 하고 절망하게 하는 것들을 이겨내려는 몸부림을 사람은 버릴 수가 없다.
욕망의 근원을 절제함으로써 이타행利他行을 할 수가 있다. 그러나 동양의 정적인 사상은 서구의 실천적 사랑과 박애를 주체적으로 수용해야 할 문화현실에 처하여 있다. 합리적인 사고와 과학문명의 발달로 공공질서와 약자에 대한 보호개념은 가정과 기초교육에서 이미 생활화되고 있다. 개인의 이익을 모두에게 적용시키고 있는 것이다.
심오한 정신세계를 추구하는 동양 문화는 편리한 기계문명의 유입으로 시간 절약형 생활로 접어든 지 오래이다. 시간에 대한 관념은 사람의 마음을 조급하게 만든다. 유유자적 생활에서 시간절약 생활은 광적인 물질 추구와 일등의식, 세계화라는 말까지 양산했다. 서구를 쫓아가는 게 세계화가 아니라 우리 것을 가장 멋스럽게 하는 것이 바로 세계화이다.
불교의 사유는 연기론에 논리의 바탕을 두고 있다. 동양의 문화는 불교사상으로부터 많은 기초 개념들을 제공 받을 수가 있다. 불이不二는 중도론中道論이며 중도론은 이원二元 상대의 대립이 이니라 대립의 원천이 되는 이원적 사고 자체를 완전히 부정해 버리는 관점이다.
우리는 사회 생활에서 진실한 감정을 감추고 싶은데도 어찌된 샘인지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거짓말을 할때 우리의 행동은 때때로 단편적이고 자연스럽지 못하다. 그것은 마치 분해된 조각 맞추기와 같다. 모든 생각과 행위가 조화롭게 어울리지 못하고 서로 모순된 것들의 집합체가 된다. 그리고 그것이 그것을 보는 사람의 신경을 건드리고, 무엇인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한 국가에 대한 국민성의 차이는 확실히 있는 것 같다. 여기에는 지리적인 여건과 기후가 분명한 영향을 미친다. 어떤 나라에서는 다른 나라보다 행동이 크거나 과격하고, 과묵한 사람이 말 많은 사람보다 손짓 몸짓이 많고, 현장 조사에 의해서도 지중해 연안의 사람들이 북유럽 사람보다 손짓 몸짓이 자유롭다는 것도 확인되었다.
우리나라도 지역에 따라 일반적인 기질이 있다. 그것이 한쪽이 우월하고 다른쪽은 열등하다는 것은 아니다. 서로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상호보완 관계의 기질성이 있다는 얘기이다. 우리나라의 지형은 산이 많고 기후 변화가 심한 지역이다. 삼개월마다 변하는 계절에 맞추어 가야 하는 우리의 국민성은 반도적 대륙성의 기질이라도 가지고 있는가 또 남과북, 동과 서의 이념과 지역성은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