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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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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우소 - 종현 2004년 03월 265호
첫 번째 이야기
해인사는 2월에 눈이 많이 온다.
하지만 지구가 따뜻해진 영향 때문인지 예전만큼 눈이 오질 않는다.
그래서 요즈음은 눈 오는 게 참 반갑다. 그 날은 새벽부터 종일토록 눈이 내렸다.
온 산천이 은색 세계였다. 점심공양을 마치고 나오니 함박눈으로 변하여 펑펑 내린다.
관광객이 탄성을 지르는 감동 그 자체.
재가 종무원 보살님들도 눈을 반짝이며
눈 속을 걸어가다가 공양을 마치고 나오는 스님들과 마주쳤다.
“스님! 눈이 와요!”
A스님은 들은 체도 않고 그냥 무심히 지나간다.
뒤따라 내려오시는 B스님을 향해 반갑게 말을 건넸다.
“스님~ 눈 와요!”
B스님이 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새벽부터 내렸어요.”
‘스님들께서는 눈이 반갑지 않은 모양이다’하고 생각하는 터에 다시 한 스님과 마주쳤다.
“스님 눈이 오네요!”
C스님이 대꾸했다.
“나도 눈(眼)이 달려 있습니다. 보고 있습니다.”
보살님의 표정???
“눈이 와요!”는 그날 해인사 스님들에게는 통하지 않는 언어였다.

두 번째 이야기
바닷가 근처 절에 사는 도반 스님 둘이서 눈 내리는 날 함께 백사장으로 갔다.
마침 눈이 펑펑 내리고 있었다. 그것도 함박눈이.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듯 희뿌옇게 합해지면서 눈과 바다
그리고 사람이 하나가 되는 감동적인 장면이 연출되었다.
A스님은 시인이고 B스님은 공학도였다.
A스님이 감격한 나머지 무드를 있는 대로 잡으면서
시 한수를 우아하게 읊으며 눈물을 글썽이고 있었다.
그런데 옆에 있던 B스님이 채근하면서 말했다.
“야! 춥다. 빨리 들어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