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물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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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가의 얼과 멋 - 편집실
1995년 05월 159호
깊은 산속 외진 곳 암자의 수각.
맑은 물이 계곡으로부터 왕대를 반으로 쪼갠 물길을 타고 계단식으로 큰 물통에서 작은 물통으로 이어지면서 다시 작은 도량을 타고 계곡으로 흘러온다.
이슬처럼 영롱하고 맑은 물은 늘어남도 줄어듬도 없이 이따금씩 삼삼오오 약초를 캐는 이와 깊은 산을 흘로 찾는 운수묵객의 목을 달콤하게 적셔준다.
절집에서는 큰 나무를 잘 건조시킨 뒤 가운데에 홈을 내어 수각에 두고 물통으로 사용하거나 후원에 두고 설거지 용으로 사용하였고, 민가에서는 여물통이라 하여 소나 말, 돼지 따위의 가축 먹이통으로 사용하였다.
새벽이나 해질녘, 가마솥에 여물을 가득 넣고 삶을 때 나는 구수한 여물 익는 냄새와 누런 암소의 목에 달린 풍경소리는 산간 시골 풍경과 잘 어우러져 소도 가족처럼 산간 시골 풍경과 잘 어우러져 소도 가족처럼 느껴진다. 네 발로 걷는 동물 가운데 소처럼 편안하고 친근감을 주는 동물도 드물다.
오늘은 동네 뒷산에 붙어 있는 조그만 야산을 개간해서 만든 밭을 일구는 날.
주인은 쟁기를 지게에 짊어지고 눈만 멀뚱한 말없는 소를 외양간에서 앞세우고 햇살을 등 뒤로 받으며 밭으로 향한다.
어미를 따르는 송아지는 돌담을 두른 동네의 좁은 길을 지나 들길로 들어서자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혼자 좋다.
수행자의 음식은 바루에 담고, 내 마음을 담은 그릇은 외진 곳 암자의 나무 물통처럼 언제쯤 그렇게 넘치지도 줄지도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