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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국사와 석굴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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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지 影池 - 이섭 2004년 03월 265호
경주에 오면 들르게 되는 곳이 불국사이다. 아니, 불국사에 오기 위해 경주를 찾는 이들이 많다고 해야 할까?
번잡한 인파들을 피해 새벽의 산사를 찾는다. 좌경루 너머로 다보탑과 석가탑의 모습이 보이고 이내,
새벽안개를 증발시켜버리는 시간이 찾아오면 희미했던 모습은 선명하게 드러난다.
옅은 안개를 모시처럼 두르고 있는 이때의 절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사람들 소리가 들릴 때쯤 자리를 털고 일어나 자하문에 선다.
밑으로 보이는 청운 백운교와 그 앞의 대웅전을 지나 무설전을 돌면 관음전을 만난다.
급경사의 돌계단을 오르는 동안은 누구든 고개를 숙여야 한다. 관음전 마당에 도착해서야 저절로 숙여졌던 고개를 들 수가 있다.
이곳에서 바라다 보이는 전각들은 마치 파도처럼 이어지는 느낌이다.

김대성이 김문량 집안에 환생하여 현생의 부모님을 위해 세웠다는 불국사와 모량리의 옛 어머니를 위하여 지었다는 석굴암.
석굴암을 향해 잘 닦인 산길을 따라 꾸불꾸불 오른다.
봄기운이 꽃들을 꼬여내었나 보다. 개나리가 길 양옆으로 가득하고 목련은 새처럼 나무 위에 앉아 있다.
잘 다듬은 자연석을 쌓아 돔을 만든 후 흙을 덮어 만든 석굴사원은 본존불이 있는 원형의 주실과 네모난 형태의 전실로 나뉜다.
짧은 밤을 보내고 만난 본존불. 바람 없는 이곳의 정적은 예불로 새로운 하루를 시작한다.
부처님 앞에 계신 스님과 그 뒤의 나. 부처님 앞에 설 때마다 드는 이 기운. 이것을 또 무어라 해야 하나……?
차가 없는 산길을 걸어 일주문에 도착하니 해가 뜨고 있었다.
동해의 대왕암 위로 솟아오르는 해는 감은사터를 지나 이곳까지 와서 본존불을 대하고는 토함산을 넘는다.
산을 넘으면 너른 벌판의 황룡사터와 옛 불국토를 마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