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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보전 부처님께 합장 발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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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의 이야기 - 향명심/팔만대장경 보존연구원 2004년 03월 265호
해는 추운 겨울을 지나 날로 화창해지고 있는데 근래 소식 전하지 못했습니다.
긴 겨울은 어떻게 지내셨는지… 여전히 강녕하신지? 무슨 좋은 일은 있습니까?
이곳 가야산 해인사는 아직 잔설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완연한 봄 같습니다. 내복에 털신은 여전하지만 봄이 오는 것은 느낄 수 있습니다. 요즘은 하늘이 맑고 고우며 볕 또한 참 포근합니다.
저는 여전히 둔하고 답답한 성격 그대로 잘 지내고 있습니다.

처음 제가 이곳에 근무하게 된 것을 아시고 참으로 의아해 하셨지요.
그리고 도대체 어떤 일을 하는지 궁금해 하시는 눈빛이 아직도 선합니다.
제가 생각해도 여기에서 일하게 된 인연을 생각하면 참 묘하고 감사할 뿐입니다.
불교공부를 많이 한 것도 아니고 특별한 인연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이곳 해인사에서 부처님과 늘 함께하며 그것도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목판이며 법보인 팔만대장경을 보존하기 위한 업무를 하는 이곳에서 일한다는 것이 말입니다.
이제 대장경 보존실 업무는 익숙해졌지만 선임자들에 비해 뭐 특별히 잘하는 것 없이 생활하고 있어 고민하면서도 게으른 성격은 어찌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청정도량에 머물고 있는 것만으로도 분에 넘치지만 여전히 때때로 근심하고, 울컥울컥 화를 내면서 지내고 있는 것을 돌아보면 자못 부끄러워지기까지 합니다.

요즘 저의 일과는 사무실 청소를 마치면 장경판전에 올라 법보전에 들른 후 판전의 온·습도 측정과 판전을 둘러보는 일로 시작합니다.
오늘도 저는 장경판전 계단을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사소한 일들로 하루를 종종이지만 작은 일 하나라도 모여 대장경 보존을 위한 작은 걸음이 되리라 위안하면서 말입니다.
하루 하루 생각, 말, 행동한 것이 쌓여 자기의 미래가 된다면 오늘 하루도 이 일에 보탬이 되는 하루이기를 원합니다. 이것도 욕심이겠지요.
언제 닦아둔 복으로 이곳까지 와서 그 복 누리고 있는지도 모르겠지만요.

봄이 깊어지면 한번 다니러 와 쉴 수 있겠는지요?
가야산 해인사에 오시어 잠시나마 편안한 마음으로 쉬고 가시면 좋을 듯합니다.
이제는 제법(?) 보고 들은 것도 있어 판전의 완벽한 구조며 법보전 주련이며 경판 한 장 한 장이 언제, 어디서 판각되었고 그 경판은 판전 어디쯤에 봉안되어 있으며 그 배치 기준은 어떤 순으로 되어 있는지 등, 제가 알고 있는 이야기 최대한 풀어내며, 대장경과 장경판전, 그리고 그 속에서 일하면서 느낀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그리고 수다라전 통로에 있는 사진 기억나시는지요? 빛이 만든 연꽃 속에 스님께서 합장하고 계시는 그 연꽃사진 기억하시는지요.
이제 봄이 되고 춘분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그 사진 속의 연꽃은 춘분, 추분을 기점으로 2~3일간 일년 중 가장 예쁜 모양으로 피어납니다. 시간과 날씨가 허락한다면 그 속에 한번 서 보실 수 있기를 권합니다.
이번에는 저도 장주스님 모시고 꼭 사진으로 남겨두려고 하는데 여건이 허락할지 모르겠습니다.
장주 스님께서도 겨울에 건강이 좋지 않아 걱정했는데 이제 기운을 회복하시어 편히 지내시는 모습을 보니 저 또한 마음이 놓입니다.
야단치실 때는 불같이 야단하시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미안해 하시면서 천진한 웃음을 보이시는 분이십니다.

봄 되면 대장경 보존실에서는 대장경판의 체계적인 보존을 위한 올해 장경판전 기초조사작업, 디지털영상화 작업 등을 곧 시작할 것입니다. 이제 스님께 야단맞는 일도 잦아지겠지요. 작업에 있어 조금의 실수도 용납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 추진하고 있는 경판 디지털 영상화 작업이 끝나면 사진으로 경판의 내용이며 판각된 모습을 생생하게 확인하실 수 있게 되겠지요. 그 일에 조금의 힘이라도 보태고자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고자 합니다.
이제 겨울 동안 준비해 온 것들을 확인하고 점검해 보아야 합니다.
조사서도 확인하고 조사번호 부여하고, 경판 배열도 확인, 작업순서도 정하고 장비도 점검하고 못다 한 일들을 준비해야 할 때입니다.
지금부터 마음만 치닫습니다.

아침이면 법보전 부처님께 합장하고 발원해 봅니다. 바른 생각과 말과 행동으로 나아가길….
부처님! 제불보살님!
팔만대장경 관련 모든 불사 원만 회향할 수 있도록 자비하신 원력으로 굽어 살펴주시옵소서.

그리고 덧붙입니다.
늘 건강하시고
늘 평안하시기를…
잘 지내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여러모로 특별한 은혜 감사합니다. 이만 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