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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각을 귀한 나의 보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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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의 이야기 - 정한길 / 해인사 장경각 2004년 03월 265호
나는 요즘 걸어서 장경각으로 출근을 합니다. 얼마 전까지 오토바이로 출퇴근을 했었는데 눈이 오고부터 어쩔 수 없이 걸어 다닌 것이 이제는 걷는 게 좋아서 걸어 다닌답니다.
장경각에 도착하면 밤새 수고하신 야간 근무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법보전에 참배를 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열심히 그리고 충실한 하루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그리고 빗자루를 들고 내 마음을 닦습니다. 빗자루를 들고 하는 게 청소가 아니라 내 마음을 닦는다는 표현을 했는데 그 이유는 이러합니다. 장경각에 근무한 지 5개월이 됐는데 처음 출근한 아침에 장경각에서 8여 년을 근무한 아저씨가 빗자루를 주면서 하시는 말씀이 “청소를 청소라 생각하지 말고 내 마음을 닦는 일이라 생각하고 하라”는 말이었습니다. 매일 아침마다 하는 이 일을 청소라고만 생각했다면 너무도 힘들고 지겹고 괴로웠을 겁니다.
하지만 청소가 아니라 내 마음을 닦는 일인데 힘들고 지겹고 괴로움이 어디에 있을 수 있겠습니까?
이렇듯 똑같은 일도 내가 마음먹기에 따라 고통이 될 수도 있고 즐거움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나는 장경각 근무를 너무 쉽게 생각했습니다. 너무도 큰 오산이었습니다. 장경각 근무가 이렇게 부담스럽고 힘든 줄 몰랐습니다. 국보를 지키고자 하는 투철한 신념과 책임감 없이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였습니다.
한풀 꺾인 겨울이지만 나는 이 겨울을 어떻게 지냈는지 내 스스로가 대견합니다. 아침에 청소를 할 때면 손가락과 발가락이 시렵다 못해 아픕니다. 나중에는 감각조차 없습니다. 이렇게 고통스러울 때면 내 책임도 의무도 다 팽개쳐버리고 빗자루를 던져버리고 가버리고 싶도록 괴로웠습니다. 올해처럼 따뜻한 겨울을 보내는 내가 이러할진대 8여 년을 한결같이 근무한 아저씨는 어떠했을까요?
아저씨와 같이 있으면서 나는 존경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힘든 일이 추위뿐이겠습니까. 아저씨 이야기로는 낙엽과 추위와 눈이 힘들다고 하는데 나는 한가지 더 추가하고자 합니다. 무엇이냐 하면 사람입니다. 나는 제일 힘든 게 사람이었습니다. 장경각에는 선조들의 숨결과 정신이 살아 있는 곳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습니다. 오는 사람들은 여기의 규칙을 지켜줘야 합니다. 그래야만 질서가 잡힙니다. 장경각은 화재를 예방하기 위해 난로도 없이 근무자가 맨몸으로 추위와 싸우며 근무합니다. 그런데도 이곳에서 담배를 피웁니다. 나는 가슴이 철렁해집니다. 그리고 숨바꼭질하듯 쓰레기를 구석구석에 숨기는 사람 등등… 이루 말할 수가 없답니다.
저는 소망합니다. 장경각을 찾는 모든 분들이 이 장경각을 소중하고 귀하디귀한 내 보물이라 생각하고 아껴주고 지켜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제 봄입니다. 외면할 수 없는 부풀음을 가지고 봄은 내 옷깃으로 찾아듭니다. 모든 이들에게 희망의 봄이 되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