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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엔젤레스 시립 미술관(LACMA)의 아시아 불교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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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보여화 - 김진숙 2004년 02월 264호
요즘 한국에서는 중국 교포와 외국인 노동자들의 법적 지위와 권리를 둘러싸고 많은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단일 민족으로 수천 년을 살아온 우리 한국인들로서 앞으로 그들의 문화적 이질감을 다양성으로 인정하며 같이 공존할 수 있기 위해서는 하루 빨리 해결해야 할 시급한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미국에서도 특히 남쪽 캘리포니아 지역은 다양한 민족들이 제각기 커뮤니티를 형성해서 살고 있으며 아시아인들도 많이 살고 있다. 로스엔젤레스와 그 주변만 보더라도 히스패닉 계통과 한국, 중국 그리고 일본 커뮤니티가 잘 발달되어 있다. 각각의 커뮤니티는 미디어 매체와 상권이 잘 형성되어 있으며 타 커뮤니티와도 조화롭게 공존하고 있다. 한국 커뮤니티 역시 너무 잘 발달되어 한국에 살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며칠 전에 우리 아이가 새로운 학교로 전학을 갔다. 그 중 한 반 친구가 우리 아이에게 한국말로 “서울에서 왔니, 부산에서 왔니”하고 물었다고 하여 한참 웃었다. 여긴 미국이니까, 보통 “Where are you from?” 등으로 묻는 것이 당연한데 마치 부산에서 서울로 전학한 친구에게 묻는 질문과 같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우리 아이가 다른 한국 아이들과 동질성을 서로 공유하며 다른 민족 아이들과도 잘 협조하며 다양성을 존중할 줄 아는 아이로 성장하였으면 한다.
이러한 분위기는 이곳 로스엔젤레스 시립 미술관(Los Angeles County Museum of Art)의 분위기에도 그대로 나타난다. 다양한 지역과 테마에 따라 각기 독립된 전시관을 가지고 있으며 그 소장품 또한 방대하다. 또 그 속에서 전시 작품을 바꾸어 가며 소규모의 특별전들을 열고 있다. 지난 호에서는 이곳의 불교미술 특별전을 중심으로 소개했는데 이번에는 LACMA의 상설 전시관 중에서 아시아 지역의 상설 전시관과 그곳에 전시되어 있는 중요 불교미술에 대해서 소개하고자 한다. 상설관은 지역과 주제별로 나누어 12관이 있으며 그 중 동양에 관련된 곳으로는 중국과 한국 미술, 일본 미술, 인도와 동남아시아 상설 전시관이 있다.
LACMA는 요일별로 개관시간이 달라 금요일의 경우는 저녁 9시까지 관람이 가능하기에 저녁 무렵 미술관을 찾았다. 금요일 저녁인지라 미술관 앞마당에서는 작은 재즈 음악회를 하고 있었다. 간이 의자에 앉아 음악을 감상하는 사람들, 야외 레스토랑에서 가족과 함께 식사들 하는 사람들, 카페에서 친구와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 서점에서 책을 고르는 사람들, 작품을 감상하러 전시관들을 도는 사람 등 미술관 광장은 늦은 저녁임에도 불구하고 차분한 주말을 시작하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한국 미술관에서는 ‘신심을 그린다: 한국 불화에 있어서 묵화墨畵-Drawing on Faith: Ink Paintings for Korean Buddhist Icons’ 라는 제목의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대부분 조선 후기에 제작된 묵화들로 해외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라 한다. 이것들은 원래 채색불화를 그리기 위한 밑바탕 그림으로 그려지거나 또는 공방에 갓 입문한 제자들을 가르치기 위한 그림이었다. 가장 즐겨 그렸던 주제로는 아미타삼존불과 관세음보살 등이었으며 비단, 면, 마麻, 그리고 종이 위에도 그려졌다.
이 중에는 불사佛師들의 계보가 작품 가장자리에 적혀 있는 중요한 작품도 있으며 붓의 강약의 선이 그대로 나타나 있어 불화 제작 과정을 잘 보여주고 있는 작품도 있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작품 대부분이 묵화인지라 전체적 전시 분위기가 밋밋하고 보충설명이 부족하였다. 불화를 그리는 과정과 완성된 작품에 대한 사진이나 판넬 등의 보조 자료가 있었다면 좀더 작품의 가치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이곳 한국 미술 수집품 중에는 지장시왕도, 나한도, 관음보살도 등의 불화가 있으며 통일신라시대의 소금동불 3점을 포함하여 몇 점의 불상들도 소장하고 있다.
한편 중국 미술관에는 불상과 도자기가 주로 전시되어 있으며 불상은 규모가 작지만 각 시대의 대표적인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전시실 한가운데에 당나라 중기(700~800년대)의 석가모니 불좌상이 안치되어 있고 각 벽면에는 운강雲岡 석굴과 용문龍門 석굴 등에서 조성되었던 불상 몇 점이 전시되어 있었다. 조금만 주의 깊게 관찰한다면 비록 규모는 작지만 중국 각 시대의 불상들의 특징을 비교 관찰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인도와 동남아시아 미술관은 한국과 중국 미술관보다 규모도 크고 많은 작품이 전시되어 있으며 그 대부분은 소조로 만들어진 불상과 다양한 신상神像들이다.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입구에 전시되어 있는 석가모니불 입상과 보살입상이었다. 모두 2~3세기경 간다라 지방(현재 파키스탄 지역)에서 만들어진 작품으로 초기 불상이 그리스 로마 신상의 영향을 받았던지라 얼굴과 옷 스타일은 서구풍이다. 전체적으로 군더더기 없는 스마트한 분위기와 함께 완벽한 보존 때문에 탄성이 절로 나왔다. 또한 전시실 한쪽에서는 불교미술과 미술사에 관한 비디오 상영을 하고 있었다. 한국 불교미술에 관해서도 상당히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었으며 극동 아시아에서 독자적인 불교문화를 꽃피워왔다고 설명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일본 미술관의 경우는 이 미술관에서 유일하게 독립된 건물을 가지고 있으며 그 소장품도 방대하다. 전시관 전체는 커다란 양산 모양을 하고 있고 창문은 쇼지(창호지)를 발라 자외선을 차단하여 그림들을 보호하는 효과와 함께 햇볕에 따라 음영을 생기게 하여 전시관의 입체감을 더욱 살려주고 있다. 실내는 계단 대신에 누구나 쉽게 올라가면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위층까지 나선형으로 경사를 사용하고 있다. 또한 시냇물이 흐르는 것처럼 맨 위층에서부터 아래층으로 물이 나선형 경사를 따라 흐르고 있다.
흔히 미국을 다인종과 다문화의 사회로 특징짓는다. 로스엔젤레스 시립 미술관 역시 우리의 불교미술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의 불교미술도 평행한 선에서 보고 느낄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불교의 근본이념인 공존과 조화는 오늘의 한국 사회가 풀어야 할 또 하나의 문제에 대한 답을 제시한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