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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산 물은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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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이야기 - 김양수 2003년 10월 260호
파랗고 높은 하늘이 우리 곁에 왔습니다.
티끌 한 점 없는 그곳에 마음을 올려놓았습니다.
금세라도 천둥과 벼락을 동반한 폭우가 쏟아질 것 같습니다.
검게 때 낀 마음이 구름을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세상의 잣대에 휘말려 살아온 우리의 모습을 씻어내고 싶습니다.
마음의 눈을 감고 살아온 삶의 무게를 덜어내고 싶습니다.
구름에 가려진 해를 보지 못하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
제 모양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어둠에서 걸어나오고 싶습니다.

화가는 자기가 보는 대로 자연을 그립니다.
화가의 관점에 따라 작품에는 차이가 많이 납니다.
올 가을에는 어두운 마음을 벗고
원래의 맑은 마음으로 이 가을 앞에 서겠습니다.

보고 듣는 것 밖에
진리가 따로 없으니
아아, 여기 모인 사람들이여,
알겠는가?
산은 그대로 산이요
물은 그대로 물이로다.

성철 스님의 법어대로
산은 산이요, 물은 물 그대로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마음으로 그림을 그리고 싶습니다.

그렇게 되는 날 저 높고 푸른 가을 하늘을 향해
나도 푸르른 웃음을 지을 수 있을 것입니다.
맑고 깊은 물길에 내 몸을 쉬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나무를 안고 돌아오는 바람을 내 곁에 뉘어놓고
이 세상 이야기를 들려줘도 걸림이 없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