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철 큰스님은 근대 한국불교사에 있어서 참으로 우뚝한 존재이다.
첫째 선종의 정통수행법인 돈오頓悟 사상을 천양한 점이다. 점수론漸修論이 대세이던 이 땅 선가禪家에 돈오론을 다시금 끄집어내어 당시에 점수를 당연시 여기던 수행풍토를 일거에 뒤집어 놓았다. 《선문정로》는 이러한 당신의 안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놓은 돈오돈수頓悟頓修의 지침서이기도 하다. 그리고 해인강원의 교과과정에 《절요》와 《도서》를 빼고 《돈황본 육조단경》 《돈오입도요문론》 《전심법요》를 추가토록 하여 그 종지宗旨를 실천적으로 명백히 했던 것이다.
둘째, 해동선종법맥의 확립이다. 제설諸說이 난무하는 종조론宗祖論에 대하여 임제종 제18대손 석옥청공石屋淸珙 선사의 법을 이은 태고보우太古普愚(1301~1382) 스님을 종조라고 쐐기를 박고 《한국불교의 법맥》이라는 전등사서傳燈史書를 직접 저술하여 해동선맥을 명확히 정리하여 현대 조계종의 법맥과 뿌리를 밝혀 놓았다.
셋째, 독특한 참회법의 확립이다. 삼천배 백팔배 능엄주 아비라 기도 등을 통하여 기존의 기복 위주의 신앙행태를 참회와 발원의 신앙으로 바꾸어 놓았다.
이같은 업적은 다시 말하면 현대 한국 선종의 실질적인 중흥조임을 의미한다.
중노릇을 잘한 스님이야 그 수를 헤아릴 수가 없을 만큼 많다.
그러나 훌륭한 사상가로서의 면모까지 아울러 갖춘다는 것은 그리 흔한 일이 아니다.
그래서 성철 스님을 보조지눌(1158~1210) 스님 이후 ‘800년 만의 최고의 사상가’라고 부르는 까닭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따라서 성철 스님은 아무리 선양하더라도 조계종도는 그 은혜와 빚을 갚을 길이 없다. 조선조 오백년의 ‘무사상無思想 불교’의 연장선 위에 있던 현대 한국 선불교가 제자리를 찾아가도록 하는데 평생토록 혼신의 힘을 기울이신 그 큰 공덕 때문이다.
조계종의 정통성과 자기동일성을 확립한 노사老師의 안목과 기개가 더욱 빛나보이는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