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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에 대한 높은 관심 '불교의제 21'로 결집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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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리포트 - 해인 2003년 07월 257호
환경문제는 생명의 위기로 나타난다. 먹는 물의 오염과 부족, 대기의 오염은 인간의 생명을 직접적으로 해치는 결과로 이어진다. 대기오염이 심해지면 천식 입원 어린이가 17% 증가한다는 것은 환경문제가 생명의 문제라는 것을 알려주는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다.

사람의 문제만이 아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동물 유전자 변화가 확인되고 있다. 지난 10년 사이에 지구온난화로 평균 기온이 섭씨 2도 상승한 캐나다 서남부 유콘 지역에 서식하는 붉은다람쥐 5천여 마리를 4대에 걸쳐 관찰한 결과 10년 전에 비해 새끼 낳는 시기가 평균 2~3주 빨라진 것으로 밝혀져 유전자 변화를 확인했다.<캐나다 스탠 부틴 박사, 연합뉴스 2003. 2. 13> 그런데도 지구온난화는 가속화되고 있다.

환경의 문제는 오염에 의한 피해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오염자가 악업을 짓는 행위로 귀결된다. 2002년 한 해 동안 대기배출시설 설치업체의 9.2%인 4,224개 업체가 대기오염물질배출 초과로 행정조치를 받았다. 지방자치단체에 의한 단속이므로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여전히 생명을 억압하는 행위가 보편적이라는 데 심각성이 있다. 우리 각자는 환경문제의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오염자이다. 불교의 환경활동은 생명을 억압하는 문제를 해소함과 동시에 악업을 짓지 않도록 한다는 점에서 보살행이다.

환경문제의 발생 원인은 연기의 이치를 외면하고 끝없이 욕망을 채우려는 데 있다. 인간의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 생태계의 조화로움을 파괴하면 반드시 그에 따른 과보가 이어질 것이라는 지극히 당연한 이치를 애써 외면한다. 공생과 조화로움을 추구하는 연기의 이치를 실현하는 것이 곧 자비의 실천이다. 환경문제의 해결을 위한 불자들의 활동과 석가모니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것은 둘이 아닌 하나이며, 신행과 불교환경활동은 분리되지 않는 것이다. 심각한 환경문제로 고통을 겪고 있는 이 때에 불교환경활동은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는 구체적인 회향이며, 그 과정이 올바른 불자상을 구현하는 길이다.

불교의 환경활동은 불자들에 의한 석가모니 부처님의 가르침을 구현한다는 점에서 여타의 환경활동에 비해 특수한 성격을 지닌다. 수행환경 훼손에 대한 대응 활동은 사찰에 한정된다는 점에서 본다면, 이 또한 환경문제 일반의 사안과도 다르다. 그러나 불교 환경활동의 궁극이 욕망을 에너지로 삼는 세계의 변화에 있다는 점에서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추구한다는 보편성을 지니고 있다. 여기에 불교환경 활동의 위치와 당위성이 있다. 수행환경의 훼손에 대한 대응도 수행으로 회향되는 가치가 불교만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보편성을 띤다. 따라서 수행환경을 보전하기 위한 활동을 불교이기주의라고 지적하는 것은 전혀 옳지 않다.

불교의 환경활동이 연기와 자비의 가르침을 따르는 보살행임에도 그 활동은 미미하다. 그런 반면 정부의 환경정책과 사회변화는 우리를 더욱 우울하게 만든다.

수년째 사회적 현안인 새만금 간척사업, 경부고속철도 천성산·금정산 훼손, 북한산 국립공원 관통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경인운하 건설사업의 실마리를 풀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산림 훼손과 지하수 오염원인 골프장 건설을 부추기는 정책을 추진하기로 함으로써 ‘녹색 색맹’이라는 많은 사람들의 우려를 현실화하고 있다. 대기오염 물질 배출원인 경유승용차의 대책없는 도입도 경제논리에 짓눌려 환경의 보전이 뒷전으로 물러난 사례이다.

녹색연합이 4월 8일 발표한 환경단체와 대학교수, 연구원 등 환경전문가 1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참여정부의 환경정책에 대한 설문조사에 나타난 전문가들의 견해는 매우 비관적이다. 국가정책 중 환경정책은 어떻게 변화할 것으로 예상하느냐는 질문에 77.8%의 응답자들이 아무런 비전과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거나 경기회복 후 환경정책 우선순위를 낮출 것이라고 답했다. 응답자의 94.2%가 우리 나라의 환경문제를 ‘심각한 수준’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개발위주의 정부 정책(50%)과 국정책임자의 환경철학 부재(23.1%)를 원인으로 꼽았다. 특히 참여정부가 국민의 정부에 비해 환경문제를 개선해 나갈지를 묻는 질문에는 44.2%가 ‘변화 없다’고 답했고 28.8%는 ‘나빠질 것이다’, 26%는 ‘좋아질 것이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2003. 4. 8.>

여가 욕구의 증가와 이에 따른 관광지 개발, 교통량의 증가로 환경오염이 증가될 것이고, 사찰과 산지 주변의 관광지화 압력도 거세질 것이다. 여기에 지방자치단체의 세수 확보를 빌미로 한 개발허가의 남발도 불교환경 활동의 도전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2002년 말 우리 나라 자동차 보급 대수는 2,300만대. 10년 내에 현재의 배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이를 이유로 건설교통부는 도로 건설에 혈안이 되어 있다. 2020년까지 남북 7개 축, 동서 9개 축 등 모두 16개 고속도로망의 구축은 이미 계획이 마련되어 있으며, 일부는 이미 추진 중이다. 이제 산간오지일지라도 안전지대는 없다.

다행히 환경에 대한 불교의 관심은 대단히 높다. 바야흐로 조건이 갖춰지기 시작했다. 뜻을 모으고, 과제를 설정하고,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구심체의 형성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모색해야 할 단계에 이르렀다. 마침 새 총무원장은 환경을 포함한 사회적 회향의 성격을 지닌 사업에 대한 지원을 공약으로 채택했다. 지난 5월 말에는 총무원 사회부장, 교구본사 사회국장 스님들과 교구신도회 임원, 신행·신도 단체 임원, 환경단체의 활동가 등 150여 명이 한자리에 모여 불교환경활동의 내일을 모색해보는 자리를 가졌다. 그리고 가칭 ‘불교의제 21’을 만들어 실행할 것을 결의했다.

‘의제 21’은 ‘21세기에 전지구적인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 추진해야 할 과제’로, 1992년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지구정상회의에서 채택됐다. 짧은 시간 내에 ‘불교의제 21’을 만들어 시행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뜻을 모은 것만도 적지 않은 진전이다. 특히 총무원에서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목표를 높게 잡아서는 안 된다. 불교의 여러 사정을 감안하여 사부대중의 지혜와 의지를 모아나가야 한다. 명분에 끌리어 현실을 간과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논의하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