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모를 천재 화가의 필치가 생동하는 삼릉골 선각6존상을 지나 나그네는 경주 남산의 불적들을 찾아다니던 중에,
불상의 상호相好에 관심 가지면서 그 소종래所從來를 더듬어 본 적 있습니다.
저 멀리 인도의 마투라, 간다라 지방에서 만들어지기 시작했다는 불상들은
당연히 그곳 사람들의 얼굴을 닮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 모습이 비단길을 거쳐 중국에 들어왔고, 중국에서 다시 우리 나라에 들어왔을 것입니다.
석굴암 본존불이나 경주 남산 보리사 석불좌상의 상호가 바로 그런 모습일 것임을 우리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경주 남산에는, 아니 전국 곳곳에는 여기 선각여래좌상처럼,
우리의 이웃인 듯 낯익은 모습으로 친근감을 불러일으키는 부처님이 많습니다.
그런 부처님 앞에서 나그네는, 근엄하면서도 위의를 갖추고 있는
여느 부처님 앞에서와는 다른 마음가짐이 되는 것을 어찌할 수 없습니다.
부처님이 멀리 계셔서 높기만 하고, 엄하기만 한 분은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누구였을까요? 필부필부匹夫匹婦, 장삼이사張三李四의 모습으로,
부처님을 이토록 우리 가까이에 모셔올 수 있었던 사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