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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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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엄변상도 - 김양수 2003년 07월 257호
신화엄변상도 민들레, 토끼풀, 개망초, 애기똥풀……
꽃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주며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샛길을 따라 올라가니 찔레꽃 하얗게 핀 언덕 사이로
졸졸 흐르는 계곡물이 달려나와 반갑게 손을 잡습니다.

솔밭길에 들어섰습니다.
어디선가 솔바람이 불어와 앞장서서 길을 안내합니다.
그 길 끝에서 작은 집을 만났습니다.
집 주위는 나무와 꽃들로 둘러싸여 있고
물과 바람소리가 사람의 소리보다 더 크게 들렸습니다.
맑고 깊은 미소를 지닌 산인이 나를 맞이하여 줍니다.

아침이면 새들의 노랫소리에 눈을 뜨고
낮에는 물소리를 벗삼아 논밭을 갈며
밤이면 뜰안에 달과 별을 들여놓고
차를 즐기는 사람이 그곳에 살고 있습니다.

한가로운 이 삶이여, 시비에 오를 이 없거니
한 개의 향을 사르며 그 향기에 취하네.
졸다 깨면 차茶가 있고 배 고프면 밥이 있나니
걸으면서 물을 보고, 앉아서 구름을 보네.

중국 선사의 시를 떠오르게 하는 삶의 정취입니다.

이리저리 곁눈질하며 집 안을 살펴보았습니다.
지니고 살아가기보다 버리고 살아가는 듯
단출한 살림살이가 그를 담백하게 만드는 것 같았습니다.
무위자연無爲自然 속에서 사는
선자禪者의 여유로운 삶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외롭지 않으세요?”
“외로움도 즐겨야죠. 즐겁습니다.”
웃음 띤 얼굴에서 나무와 꽃을 닮은 향기가 났습니다.

공허한 도심의 생활
나는 자주
텅 빈 충만 안에서 쉴 수 있었던
그곳의 넉넉한 품을 그리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