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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에서 평화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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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비의 소리 - 관암 2003년 07월 257호
53주년 6·25를 이틀 앞두고 크게는 삼라만상의 생명평화를 위한, 적게는 우리 한반도의 전쟁방지와 민족화해. 평화통일을 위한 포럼 “지리산에서 평화를 말한다”가 지리산 실상사에 마련되었다. 동·서와 계층이 불화하고 북한의 핵무장 공언으로 전쟁의 기운이 싹트는 이때 갈등과 전쟁으로부터 화해와 통일을 이룩하기 위한 평화의 새싹을 틔우려는 모임이었다.
세계의 생명 평화와 한반도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고뇌와 외침, 그리고 그 새싹의 진원지가 ‘하필이면 왜 지리산인가’에 대해서는 성산聖山 지리산을 배경으로 일어난 동족간의 전쟁의 참상이 남긴 비정함과 잔혹함을 되돌아볼 때 지리산이야말로 참생명과 평화의 새싹을 틔우는 시발점이 되는 최적지의 역사성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그리고 이러한 평화을 염원하고 실천방안을 모색하는 일은 진흙속에서 연꽃을 피우는 부처님의 근본 가르침을 이 시대 상황에 맞추어 일구어낸 참신하고도 절박함이 담긴 중생제도의 원력이기도 하다.
이날 포럼에 초청된 발제자 모두는 지금 우리의 국내외 정치 환경은 우리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전쟁의 위험성이 고조되고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즉 북한은 체제유지를 위해 계속 핵무장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는 일본으로 하여금 재무장과 함께 오랜 경기침체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한 무서운 계책을 실천하는 빌미를 제공하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또 미국과 중국·소련은 동북아에서의 영향력 확대와 질서 재편이라는 원대한 그림을 그려가는 데 있어 그들의 이익과 배반되는 우리의 소박한 민족화해와 평화통일은 안중에도 없다. 이러한 냉철한 현실을 우리 국민은 직시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지금 너무나 안이한 무관심으로 울타리 안에서 제 밥그릇 채우기에만 열중하고 있으니, 뜻있는 보현행자의 가슴은 불타지 않을 수 없고 자비로운 관음행자는 눈물이 마를 리 있겠는가.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냥 흘러가는 주변의 환경에 우리의 운명을 맡기는 망망대해의 돛단배 신세일 것인가!
나는 분쟁의 중심에 선 한반도가 세계 인류를 위한 평화 선도국가 내지 평화 허브국가가 될 수 있음을 한국철학의 원대함과 우리 민족의 우수성에서 그 가능성을 확신하는 역설적인 논리와 가치관에 주목하고 싶었다. 그리고 이 땅에서 전쟁을 방지하고 평화를 싹틔우는 가장 확실하고 강력한 방법은 핵무기나 총칼 그리고 군대가 아닌, 평화를 염원하는 불퇴전의 믿음과 평화를 위해 목숨마저도 내려놓는 행동이라고 확신하고, 평화가 삶의 절대적 가치관이 되길 바란다. 그래서 진정 갈등을 부추기고 평화를 가로막는 이념이나 사상은 물론 하나님과 알라신·부처님마저도 거부하고 평화라는 이름으로 하나되는 성숙된 신앙만이 올바른 인간의 길이며 참된 신앙의 길이다. 이것이 그 옛날의 임제 선사의 살불살조의 활구 정신을 이 시대에 되살리는 길이며, 또한 우리들이 지금 이 자리에 존재하는, 과거에 대한 최소한의 참회이자 미래에 대한 책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