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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산의 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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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아침특집-해인지, 포교지로서의 그 역할을 다하고 있는가 - 편집실 1985년 01월 35호
「보적아, 중생이 보살의 정토니, 무슨 까닭인가?
중생을 구제하려는 까닭으로
부처나라 세우기를 원하느니,
부처나라 세우기를 원하는 자는
허공 가운데 할 것이 아니라,
중생 가운데 할 것이니라.」

위의 말씀은 유마경의 불국품에 있는 말씀이다. 정말 허공 가운데다가 부처나라를 세우려고 나는 둘째치고 남까지 성가시게 하는 일은 없는가. 잘 살피고 살필 일이다.
새해를 맞으며 여러가지 잡다한 일의 매조짐 때문에 해인지 대구지사 편집실에서 한참 눈코 뜰새 없이 바쁘게 일하고 있는데, 웬 사십대쯤 되보이는 아낙네가 아주 좋은 책이 있다느니, 생사의 비밀을 알으켜주는 책이라느니, 하느님나라니 뭐니하면서 파수대인가 뭔가를 넘겨주고 가려고 무진 애를 쓰는 것이 아닌가
우리는 얼마쯤은 어이가 없고, 얼마쯤은 얼이 빠졌으나, 정신을 차리고 그녀를 측은한 생각으로 반쯤은 달래고 반쯤은 쫓다시피하여 내보내 버렸다. 그녀가 가버린 뒷자리의 여운이 참으로 어처구니 없기도 하고 가련해서 우리는 서로서로 마음이 언짢았다. 어찌하여 이런 세상이, 이런 일이 있어지는 걸까? 남 누운 똥에 주저앉고 애매한 두꺼비 떡돌에 치인다는데(우리속담으로 남이 저지른 잘못에 잘못 없는 사람이 애매하게 해를 당함의 뜻) 그네가 금생이 끝나기 전에 이 소식을 알아차릴 날이 부디 있어지이다.
가야산의 메아리를 타고 우리 해인지가 여러분의 가슴 속으로 넘나든지 어느덧 몇 해, 여름날의 솔바람 물결 소리, 봄날의 풋풋한 풀내음 꽃내음, 천수천안(千手千眼)의 대자비관세음보살님의 원력에 기대어 여러분을 모시고자 하는 마음 참으로 굴뚝 같았습니다. 허나 어설프기 짝이 없어 꿈에 떡 맛 보듯, 꿈에 서방 맞는 격으로 너나없이 마음에 흡족하지 않았던 것은 사실입니다.
한정된 지연 관계도 있고 필진도 처음엔 해인사 안의 젊은 스님네로만 하다가 세월의 우여 곡절을 타다보니 이젠 내부•외부를 가리지 않게 되니. 또한 그렇다. 그러나 그 모든 게 다 변명일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저 묵묵히 성실, 성실해야 함을 절감합니다.
가야산 정수리 위로 동터 오르는 새벽, 그 빛살, 빛살들이 가야산 정기로 옹골차게 뭉쳐 해인의 청풍도량 가득히 넘실넘실 흘러넘치더니, 거짓말인 양 저 태고적「삼국유사」의 사복(蛇福)이란 이가 나타나 풀뿌리를 뽑아 들어 열어보이는 장엄(莊嚴)국토 화장세계(華藏世界)라니, 예가 바로 그 곳이 아니런가. 어디선가 아득히 천고(千古)의 설해목(雪害木) 무너내려앉는 소리가 들려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