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출판문화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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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아침특집-해인지, 포교지로서의 그 역할을 다하고 있는가 - 홍영상
1985년 01월 35호
인류 문화의 발달 과정에서 인쇄문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막대하다. 인간 정신의 함양은 물론 문화 전반에 걸친 발전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하여 왔다.
특히 우리 선조들은 불교출판문화의 중요성을 일찌기 인식하고 판각고려대장경을 비롯, 우수한 출판문화를 이룩하여 불교가 민족 전통문화의 구심점이 되도록 기여해 왔으며,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우수한 문화재를 후손에게 남기고 있다.
불국사 석가탑에서 발견된 목판 다라니경은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의 목판 인쇄물로서 중국 돈황(敎熺)에서 발견되어 대영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는 금강반야밀경보다 그 제작연대가 120년이나 앞서고 일본인들이 자랑 거리로 삼는 백만탑다라니경 보다도 연대가 앞서는 것은 물론, 서체의 화려함이나 정교한 솜씨에서도 비교가 되지 않는다. 금속활자에서도 구텐베르그의 납활자 보다 200여년 전에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를 발명하여 많은 불경을 출간함으로써 불교문화가 우리 역사에서 전통문화로 자리를 굳히도록 큰 역할을 해왔다.
오늘의 불교출판문화는 어떠한가?
근세이후 현대에 이르러 밀물처럼 쏟아져 들어오는 서구 종교의 출판문화에 비교하면 물량면에서나 질적인 면에서 훨씬 뒤져있는 것이 사실이다. 인쇄를 업으로 하고 있는 필자의 견해로는 서구의 종교가 출판문화면에서 첨단을 가고 있는 반면 전통 불교는 답답할 청도로 답보를 하고 있다.
그러한 답보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자기 수행이나 선(禪)만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스님들의 종교관이 스님들로 하여금 출판분야에 전문적으로 투신하지 못하게 하고, 불교출판문화가 제자리 걸음을 걷게 되는 큰 이유 중의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부처님의 말씀을 펴 중생을 제도하고, 사회와 국가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는 것도 종교의 한 사명이라면 그 강력한 수단이며 방법인 출판을 외면할 수는 없는 것이다.
고승의 설법은 듣는 이가 한정되고 시간과 공간이 한정되지만 그것을 한 권의 책으로 바꾸어 놓으면 시간과 공간을 뛰어 넘어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그 설법에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다.
요즘 나오는 해인지는 불교 출판계에 한 줄기 청량제 구실을 하고 있다고 본다. 편집 방향, 미적인 감각, 지질 등 여러 면에서 다른 불교출판물에 상당한 자극을 주고 있으리라고 믿어진다.
해인지 제작의 한 모서리를 담당하고 있는 필자는 을축년 새해 아침에 이 글을 쓰면서 우리 선인(先人)들이 판목에 글을 새길 때에 그 숱한 글씨를 한자 한 획 틀림없이 조각하기 위하여 온갖 심혈을 기울여 한 자를 쓰고 합장(合掌)하고 한자를 새기고 일배(一拜)했던 정성을 되새겨 본다.
오늘의 해인지 제작 태도를 거기에서 본받아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