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속일 수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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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 편집실
1984년 01월 23호
그대들이 만약 미리 칠통(무명번뇌)을 철저히 깨뜨리지 않으면 설달 그믐날(임종할 때)을 당해 정신차리지 못할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님이 참선하는 것을 보고 「아직도 저러고 있나?」하고 비웃는다. 그러나 내 그런 사람들에게 물으리라. 갑자가 죽음이 닥치면 그대는 어떻게 생사를 대적하겠는가?
평상시에 힘을 얻어 놓아야 급할 때 다소 힘을 덜 수 있는 법이다. 목마르기를 기다려 샘을 파는 그런 어리석은 짓은 하지 말라. 죽음이 박두하면 이미 손발을 쓸 수 없으니 앞길이 망망하여 어지럽게 갈팡질팡할 뿐이다. 평소에 구두선(口頭禪)만 익혀 선을 말하고 도를 말하며, 부처를 꾸짖고 조사를 욕하면서 마치 공부를 다 마친 것처럼 행세하다가 임종의 순간에 이르러서는 아무 쓸모가 없게 된다.
평소에 남들은 속일 수 있었지만 이때를 당해 어찌 자기 자신마저 속일 수 있을 것인가. 간절히 권하노니, 육신이 건강할 동안에 이 일을 분명하게 판단해 두라. 〈황벽선사 어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