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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의 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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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칼럼 - 편집실 1984년 01월 23호
임이여! 동트오는 여명을 향해 우렁차게 울리고 있는 저 첫 새벽의 쇠북소리처럼 우리네의 삶을 더욱 청아하게 하시고 눈 속에 소슬히 높은 가야산정처럼 높고도 굳굳한 기상을 가지도록 하소서. 빗살 같은 지혜의 보검(寶劍)으로 저 칠야같은 중생들의 무명을 베어 내시고 탐진치 독한 업식을 남김없이 몰아 내소서. 자비로운 마음에서 피어나는 꽃송이를 우리 모두의 가슴에서 피어내시며 시방세계 온 누리에서 자비의 씨앗을 걷도록 하소서. 이제까지 미워하고 반목하던 사람들 같이 서로 손잡게 하시고 가난하고 고난 받던 사람들 서로 화락하고, 복 받게 하소서. 삶의 터전을 잃어버리고 빈 거리를 서성이거나 그늘에서 피는 꽃들에게 더 많은 빛을 주시고 가슴에 응어리진 한을 가진 이들과 억울한 울음을 삼키는 자들에게 따듯한 손길과 위로의 말씀을 더 많이 주소서. 그리고 외로워하는 자에게는 비둘기 같은 친구가 되게 하시고 정의롭로 화목한 사회가 되도록 하여 가족이 다툼없이 하나 되게 하소서. 이때까지의 삶을 지극하고 성실하게 살아온 이들은 올해에도 지극하고 성실하게 살게 하시고 마음이 푸근하고 겸손하던 이들은 올해에도 또 그렇게 하도록 하소서. 한올 두올이 모여 동아줄이 되듯이 한방울 두방울이 모여 시냇물을 이루듯이 적은 것이라도 가벼이 하지 않도록 하소서. 진리에 목 마른 자들에게 끝없는 광명을 놓으시고 감로(甘露)의 법문을 펼치게 하시어 그 인연으로 모두 함께 본연으로 돌아가게 하소서. 그리하여 이이시여!
우리 모두 임을 우러르는 이 아침이 그윽한 마음으로 이 한 해를 살게 하시고 늘 푸른 나무처럼 더욱 싱그럽게 영원한 생명의 들판에 서게 하소서.
이제
촛불이 몸을 태워 빛을 내듯이 향이 몸을 사루어 향기를 내듯이 이 작고 청정한 기원이 모든 이들 가슴에 닿아 온 세상 큰 빛으로 돌아오게 하소서.